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김영곤

최근작
2022년 10월 <존재의 중력>

둥근 바깥

터널에서 나간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림자의 의지로 둥근 바깥을 열고 들어가는 나를 발견한다. 바깥 터널은 늘 대기 불안정한 날씨이다. 그때마다 태풍의 눈 사이로 비로소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나에게로 떠나곤 한다. 2018년 가을

상자의 중력

상자의 중력 출근확정 문자 보내고 물류센터로 호출한다 일용직 상자들을 통근버스로 빨아들인다 블랙홀 같은 상자속으로, 상자가 상자를 낳는 끝없는 컨베이어길 따라 그들을 고정한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상자를 잘 모시라 입력하고 가동한다 컨베이어 위로 수많은 주소를 붙인 상자를 흐르게 한다 돌돌돌 시냇물처럼 잔잔히 흐르던 상자의 시간은 잠시, 펄떡이며 터질 듯이 우우우 쏟아져 나오는 상자 상자들, 쌓고 쌓다가 쌓을 시간조차 없다 잔뜩 구겨지는 일용직 상자, 빨간장갑 손가락이 뜯겨나간다 그럴수록 더 가파르게 채찍질하지 이건 당신이 자유롭게 선택한 일이니까 상자가 떨어진다 맨바닥에 눈물이 철퍼덕 쏟아진다 얼굴이 깨진 거울이 신음소릴 낸다 예리한 감정으로 손목을 할퀴는 상자도 있다 컨베이어 틈에 끼어 실핏줄이 터지고 생피 철철 흘리는 상자 끝내 몸이 납작해져버린 상자, 살처분하고 갈아끼운다 인간은 가장 고통과 결핍을 잘 느끼는 능력을 가진 짐승, 그러기에 채찍으로 길들여야 해 풍족한 바깥 야생이라지만 일용직 상자들이 갈수록 더 수두룩하다 그들에겐 손가락 하나 잘려나가는 것보다 빈 상자를 더 두려워하니까 상자가 끝이 없듯 빈 상자도 끝이 없으니까 상자를 열면 다시 다음 상자를 서로 끌어당기려는 투쟁은 영원하니까 오직 상자를 꺼내 입고 상자를 꺼내 먹고 상자에 바짝 잠들게 하는 틀은 빈틈없이 아름다워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를 무대 바깥으로 ㅤㅉㅗㅈ아냈다. 다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지만 블랙아웃. 모든 스케줄이 취소났다. 너무 어두워서 입구를 찾다가 나조차 사라졌다. 빛을 먹어치우는 블랙홀 상자에 빨려들어간 기분이었다. 실존적 위기에 내몰리자 다른 일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노동 이외에는 달리 갈 곳이 없었다. 불안감과 두려움이 나를 삼킬 것 같았다. 막다른 골목 같은 일용직 상자맨이 되어야 했다. 이 책은 본업이 사라지고 물류센터로 내던져진 나의, 2020년 3월부터 18개월간의 생생한 실존적 투쟁의 삶의 현장 기록과 인문학적 사유가 담겨 있다. 무수한 상자 더미 속에서 온전한 나로 살아남기 위해 실존적 의미를 찾아야 했다. 언제든 교체되거나 버려질 수 있는 부속품 같은 존재로만 생을 견딘다는 건 인간이라는 숭고한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2022년 2월 김영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