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내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매일 책을 만지는 행위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내 책읽기를 점검해보고 싶었다. 주변엔 온통 책인데 마음속 책장은 점점 더 비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소원해진 책과 가까워지고 싶었다. 오직 독자였던 시절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책을 잘 몰랐고 몰라서 더 좋아할 수 있었던 시간의 일부를 되찾고 싶었다. 독서 일기와 함께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새롭게 알고 싶은 것도 있었다. 이건 두번째 목표다. 독서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책은 혼자서 만들 수 없다. 혼자 만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조차 사실은 혼자가 아니다. 서효인 편집자와 나는 주 5일, 40시간을 한 공간에 머무르며 책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다. 책에 대해서라면 날것의 아이디어도 부끄럼 없이 말할 수 있을 만큼 신뢰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선배가 책과 어떤 사이인지, 그 독서의 사생활은 알지 못한다. 책을 매개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우리야말로 그렇다. 개인적인 필요와 호기심에서 출발한 글들이지만 독자들에겐 이 책이 책과 삶의 유착 관계에 대한 가벼운 작업 일지로 읽혔으면 좋겠다. 사람이 어떻게 책을 만들고, 책은 어떻게 사람을 만드는지.
2018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