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묶어 내는 일이 전혀 즐겁지 않다. 아름다운 기억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각각의 글들은 고통, 투쟁, 고독, 적대감, 몰이해 등으로 얼룩진 시대를, 훌륭한 이상과 관습을 버려야 했던 쓰디쓴 시대를 찌르듯이 상기시킨다.
그래서 예전보다 훨씬 더 추하고 위험해 보이는 기억의 이 어두운 그림자를 아름답고 밝은 것과 대비시키고자, 나는 고결하고 사랑스러운 한 친구와 그 친구에 관하여 유일하게 남은 아름다운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그 기억은 바로 내가 과거에 겪은 투쟁과 괴로움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나는 독자들에게 나의 작품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정해주고 싶지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각자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취하기를! 그렇지만 만약 독자들이 <황야의 이리>가 병적인 것과 위기를 묘사하고 있음에도 죽음이나 몰락으로 치닫지 않고 반대로 치유에 이르고 있음을 알아차려 준다면 기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