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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이미나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91년

최근작
2026년 4월 <제철의 셰프>

나의 동네

할아버지 댁이 있던 동네는 온통 회색빛인 담벼락과 낡은 집이 많았습니다. 화단에는 정성스럽게 가꾼 백일홍이 있고, 불래라는 이름의 개도 살았습니다. 이제 그 동네는 사라졌고 같은 자리에 높은 건물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다시 그 오래된 동네를 보고 싶은 마음에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새의 모양

매서운 겨울날, 이층 창가 앞 커다란 나무 속에서 웅크린 참새 떼를 발견했을 때 마음이 크게 울렁였습니다. 칼바람에 솜털이 흔들리고 눈조차 뜨지 못하는 새들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 강하게 느껴졌어요. 생명의 모양은 때로 연약하고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굳센 힘을 가져서, 생의 아름다운 모양을 떠올리며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이불개

저는 토토라는 이름의 까만개를 키워요. 이제 나이가 들어서 허리도 굽고 눈도 침침한 할아버지가 되었지요. 《이불개》 속 까만 개는 토토를 모델로 그렸어요. 토토는 털이 잘 빠지지 않는 대신 주기적으로 털을 깎아 주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추워서 벌벌 떠는 모습이 안쓰럽고 미안했어요. 뜨거운 한여름에도 털을 깎은 토토는 이불 속에 파고들어 곤한 잠을 잤습니다. 털이 밀려 버린 이불개처럼 삶에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한파에 누군가 빌려주는 이불 한 자락에 대해 생각했어요. 주는 마음은 한번 태어나면 사라지지 않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지구 어딘가로 바람처럼 움직일 거라는 믿음으로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제철의 셰프

저는 화가입니다. 매일 계란프라이와 간장, 들기름을 넣은 점심 도시락을 싸서 작업실에 갑니다. 이른 점심을 먹고 그리다 보면 오후 세네 시쯤 배가 고프고 그리는 속도는 느려집니다. 혼자 작업하다 찾아오는 걱정과 불안은 허기질 때 더 강해져서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은 어떤 걸까 늘 궁금했어요. 작업실 주변 거리를 걷던 어느날, 동네에 새로 생긴 식당에서 제철 재료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를 만났어요. 허기진 오후 네 시에 저는 가끔 그곳에서 속을 든든히 채웠고, 우리는 우정도 키워 갔습니다. 시간이 흘러 각자의 일과 생활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지만, 우리는 여전히 만나서 계절을 닮은 음식을 나눠 먹고 뿌듯해하곤 합니다. 제철 재료는 선명한 색과 모양을 가져서 저는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화가인 제가 엽서에 그림을 그려 건네면 요리사인 언니는 답장처럼 한 편의 레시피를 적었습니다. 봄이 막 시작하는 달에는 샛노란 제주 레몬, 뜨거운 계절에는 수박으로 만든 요리, 가을빛을 닮은 땅콩호박, 겨울의 눈처럼 하얀 대파가 엽서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제철마다 부지런히 재료를 찾아서 먹고 만들며 갈무리한 스물네 장의 편지는 일 년이 지나 계절의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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