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祖先)들의 건축은
고요롭고 광대하여
나는 스스로
공물(供物)이고 헌작(獻酌)이니
그 어느 명광(明光)에 젖어들었나!
길섶에 피어 있는 밝은 꽃들은
멀고도 가까이 한결같아서
밝고, 밝히고, 갖추고, 깨끗하여
멀고 가까운 곳 매양 한가지
그림자조차 없을 네 그림자
빛과 세월에 함께 어렸다
나는 숭고한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열정이 시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말 앞에서 순결하고 엄격했던 소년과도 같은 마음으로 내가 맞닥뜨리는 명암과 말의 엄숙성을 받아들인다.그것이 이성이 거부되는 시대에 시를 써왔고 그리하여 얼마간의 망설임 끝에 시선집을 내는 나의 한 소회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아침 저녁 거울에 비친 얼굴이 문득 자신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그대에게, 퇴근 무렵 전철 출입문 유리창에 어린 제 모습이 타인으로 여겨지는 그대에게, 불현듯 이름조차 잊어버리고 싶은 그대에게, 가나에서 하카까지의 그 깊은 간극을 헤아리는 그대에게,
오늘도 늪가에 외발로 서 있는 춥고 시린 새 백로에게, 더하여 모든 가마우지 쇠물닭 도요새 백조에게, 그리고 바람에 휩쓸리는 저마다의 상수리나무, 가녀린 속새풀에게, 어린 날 수평선에 어리던 무지갯빛 노을을 가슴에 묻은 채 아침 저녁 출퇴근을 하기 위해 전철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그대들에게,
꿈과 좌절, 생의 압박, 말더듬이 편견, 딸꾹질에게, 짝이 맞는 단정한 구두를 신고 인간의 거리를 아득히 걸어가는 그대에게, 그림자조차 없는 유령과도 같은 인형들의 존재인 우리들의 형제에게 <새들의 시간>을 바치며 새들의 시간으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