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오래 전부터 소설과 수필을 절충해 보려는 시퉁머리터진 시도를 해 왔다. 이를테면 ‘수필 형식의 소설’이라 할 수 있고, ‘소설 형식의 수필’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형식이다. 물론 비중에 있어서는 소설 쪽이 훨씬 더 무겁지만, 작가로서 쓰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관념, 느낌, 기분, 정서 따위를 자유로이 표현하는 한편, 견실한 플롯으로 재미있는 스토리 텔링을 하자는 게 내 의도이다.
‘수필 소설’이라는 용어 자체는 나의 임시 창안인 것으로 문학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비중으로 따진다면 ‘소설 수필’이라고 소설을 앞으로 해야겠지만, 그러면 소설에 대한 수필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일 것 같아서 수필을 앞으로 했다. 수필에 대한 소설이란 좀체로 있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