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고려 광종대로부터 의종대에 이르는 기간의 정치사를 다룬 것이다. 이 시기의 정치사연구는 인종대 이자겸의 난과 묘청의 난을 제외하고는 공백이 많아, 저자는 이를 메운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한 만큼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쓰여졌다. 따라서 이 책을 출판하면서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반영하여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려왕조의 성립에서 무신란에 이르는 시기 정치사의 공백을 메우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만큼, 애초에 하나의 체계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니었다. 책의 제목이 『양반국가의 성립과 전개』라고 해서, 처음부터 고려가 양반국가임을 전제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논문을 하나 둘 발표함에 따라 점차 기왕의 주장처럼 고려를 귀족사회라고 하기보다는 양반사회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책의 제목을 『고려 양반국가의 형성과 전개』라고 했는데, 그렇게 한 보다 구체적인 이유는 이 책의 본문에서 드러날 것이다.
이 책에 수록한 글 가운데 「최승로의 상서문에 보이는 광종대의 ‘후생’과 경종 원년 전시과」와 「목종 12년의 정변에 대한 일고」 2편은 30년 전 저자가 대학원 박사과정 수업에서 이기백 선생께 제출한 기말 보고서이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던 시기였으므로, 이번에 책을 내면서 다시 워드작업을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어색한 표현이나 문장을 고쳤는데, 고치면서 되돌아보니 보고서를 제출한 후 선생으로부터 내용은 물론이고 표현이나 문장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지적을 받은 기억이 엊그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선생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