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면 숙소 창 밖 늦가을 밤나무 잎이 아침 햇살에 잉걸 같다. 곧 질지라도 새봄에 저 자리마다 새싹이 맺히리라.
보통 사람들과 리듬을 달리해 살아야 하는 조리사의 삶, 약 이백 인분의 갈비의 살을 발라야 하는 오른쪽 검지가 빳빳해져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이 붉다.
아직도 뜨겁다.
서리를 허옇게 뒤집어쓴 망초꽃 눈 끝에 맺힌 이슬이 맑다.
유년의 지독한 가난과 불우한 사정으로 시작도 못 한 꿈들이 좌절되었기에 생활인으로 거대 자본주의의 중심에서 소모되고 명멸하는 고단한 조리사의 삶은, 이리 살아도 되나, 만조처럼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 날숨처럼 뱉어낸 시편들이 또 세상에 나가는가 보다.
다시는 쓰지 않으리라, 어찌어찌 나룻배 올라타고 건너온 강은 길도 모르는 또 홀로 낯선 시간이었다. 떠나온 곳이 어디였더라, 아슴아슴 돌아보니 안개 강 건너편 나루터가 보이지 않는다. 두려운 마음에 조금은 걱정이 앞선다.
우리 동네 유등천 천변 둔덕은 벌써 묵은 싹 사이로 파릇파릇 푸른 새싹이 돋고 있다. 세상 하찮고 외진 곳 자투리땅이라도 내 시편들이 그렇게 파릇파릇 봄 쑥처럼 돋아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