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학은 우리 시대 최고의 인간학이자 사회과학이다. 따라서 인간과 사회의 본성을 다루는 그 어떤 학문도 사회복지학에 용해되어 왔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용해되어 나갈 것이다. 이미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행정학, 법학, 심리학, 교육학, 철학, 윤리학, 의학, 심지어 미학, 원예학까지도 사회복지 정책과 실천기술의 학문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원용된 지 오래다. 그렇기에 사회복지학은 종합 학문이자 오늘날 인류가 개척한 학문적 성과의 최대 집적물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사회복지학의 깊이는 심대하고 넓이는 광활하다. 이런 특성이 종종 사회복지학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문으로써의 기초 개념들과 범주, 기본적인 이론체계와 실천 영역 등에 대한 정의와 구성 틀이 통일적 이거나 일관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다양한 접근과 견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복지학은 인간과 사회의 문제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그리고 동태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학문으로써 해결해야 할 과제와 관심 영역이 변하고 이는 당연히 새로운 접근과 견해를 탄생시키게 마련이다.
사회복지학이 지니고 있는 총체성과 심대성, 광활성, 그리고 가변성이라는 특성이 사회복지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만을 갖고 학문의 세계에서 사회복지를 만나는 사람들을 때론 당혹하게 하기도 하고 때론 어려움을 호소하게도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복지학문의 특성들이 결코 사회복지학의 단점이나 한계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요, 더군다나 사회복지학문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특성이야말로 사회복지학을 진정 사회복지학으로 만드는 요소이자, 궁극적으로는 복잡한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무릇 사회복지학은 실천학문이요 응용학문으로서, 이론을 위한 이론, 논리를 위한 논리를 배격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시대와 사회에 점철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의식하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현실의 해법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복지학의 사명이요 존재 이유다. 지금 이 시각에도 구조적 실업의 고통에 찌든 청·장년층, 육아의 짐을 진 채 생업의 현장을 전전하는 여성 가장, 한때는 산업화 시대의 역군이었으나 이제는 병든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 어려운 노인들, 아직도 모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이동권조차 담보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 아무런 죄 없이 단지 부모를 잘못 만났다는 사실 때문에 빈곤의 성장기를 보내야 하는 우리 이웃의 아동들, 인간은 없고 오직 성적만이 존재하는 ‘죽은’ 교실의 ‘살아 있는’ 우리의 소중한 청소년들, 한국 사회의 배타성과 야만성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주여성들…… 이들의 고통과 소외의 문제들이 우리 안에 존재하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사회복지학은 더욱더 많은 학문들의 성과물을 수용해야 하고, 그 깊이와 넓이를 더함은 물론 새로운 관점과 이해의 틀을 모색하는 데 게을리할 수 없음을 끝내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현재 이미 수많은 사회복지학 개론서들이 있음에도 굳이 이 책을 만들고자 욕심을 냈던 이유도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완전히 해결하였다거나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훌륭한 책들보다 훨씬 나은 개론서라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밝혀 둔다. 다만 이런 문제의식을 좀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을 뿐이며, 특히 사회복지학의 입문의 길에 서 있는 이들에게 이런 문제의식이 전달되어 앞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