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자 박물관’은 그동안 머릿속에 모아뒀던 사라진 직업들, 시간들, 행동들, 언어들, 장소들을 하나씩 정리하다가 생겨났다. 이제 코미소는 소음의 문화에 오염되어 있고, 그 오염된 일상에 대해 더 이상 개탄하지도 않는다. 코미소는 역사의 어리석은 책략에 의해 공포와 파괴의 광산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는 듯하다. 전에는 몰랐던 시칠리아의 심장 소리를 여기서 듣게 될 것이다. 우리네 아버지들의 유감스런 모습들 안에서 끈끈한 정으로 묶인 충실한 눈과 손의 이미지, 즉 시칠리아 땅과 공동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지난 기억들로 인해 아파하기도 하고 그 기억들로 나를 치유하기도 했다. 수많은 기억들을 회상하다 보면 내가 기다리는 기호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꿋꿋이 살겠노라 다시 다짐하게 만들고 세월과 싸우면서 잃어버렸던 내 어릴 적 영원불멸한 꿈을 되찾아줄 기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