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다른 모임에서 만났고 여러 날 함께 걸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해 여름에 주고받은 한 줄짜리 메일이다. 매미가 계속 우는데…… 내가 사는 곳은 어떤지를 묻는, 그런. K와 H는 어떤지 나도 너무 궁금한데, 서로에 대해 잘은 모른다는 사실은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덕분에 나는 무언가를 해낼 거란 낙관도, 해내지 못할 거란 비관도 하지 않는다.
아주 가끔이지만
어느 날엔 혼자서 미래를 그려볼 때가 있다.
그런 일은 없을 거라 단언해왔기 때문에
그때마다 낯선 기분이다.
저곳이었나.
우연히 길을 지나다 그 골목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어느 정도 나아진 후에야
그 골목을, 내 미래를 바로 보게 되었다.
이 정도까지 나아져야 했구나.
나라는 사람은 이 정도에서 미래를 꿈꿔보는구나.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후로는 대체로 좋은 기분이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나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다른 기분들이 들긴 하지만
수용소에서 풀려났기 때문에
그 후로는 대체로 좋은 기분이다.
그날의 대화는 나에게 사건이 된 것 같아.
그날로부터 난 언제쯤 자유로워질까.
그날 밤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빼앗기는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나 스스로 잃어버렸다는 걸 어제 알게 되었어.
자유 뒤의 책임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것도.
나는 그 사람이 언제 자유로워질지 알 수 없는 채로
그러나 자유로워질 거라고 믿고 있다.
2023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