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그만 책자를 마무리지으면서 필자는 자신의 모순을 해명해야 할 것 같은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이 땅이 처한 오늘의 현실이 어찌 보면 필자가 살아 온 짧은 인생역정 이상으로 모순의 현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밖으로는 국가 경쟁이 날로 치열하기 때문에 우의 입장에 서서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안으로는 갈기갈기 찢겨진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좌의 입장에 서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할 수는 없느냐고 필자는 주문하고 싶다. 어차피 이념조차도 외국산일진데 이를 목숨걸고 추종할 이유도 없고, 한번 정한 노선에 무작정 집착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라고. 오히려 우리가 함께 인간답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명제라면 유일한 명제일 수는 없는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