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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이재룡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6년, 대한민국 강원도 화천

직업:문학평론가 대학교수

최근작
2023년 5월 <카뮈의 말>

7월 14일

지금껏 공식 역사에 그저 군중, 폭도, 혹은 통계 숫자로만 언급된 장삼이사, 어중이떠중이를 하나하나 호명하여 문자로 남겼다는 점만으로도 『7월 14일』은 일독에 값한다. 작가는 <사람의 이름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라며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이들을 호명하자고 주장한다. 먼지 쌓인 문서를 뒤져 어떤 이름과 그의 출신지와 직업을 찾아냈더라도 그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은 오로지 작가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중상을 입고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의 속내, 그의 시야에 들어온 마지막 풍경, 그의 귀에 들린 희미한 소리를 재현하는 일은 상상력의 몫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니 역사적 사실은 아닐지라도, 통계 숫자보다 더욱 핍진하게 현장의 진실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문학의 힘이다.

도깨비불 (무선)

『도깨비불』은 1920년대 파리의 젊은이를 그린 벽화이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도 그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 작품이다. 예술과 삶을 혼동하는 태도, 이성의 파탄을 선고하고 육체와 감각의 권리를 복권하려는 시도, 부모를 대체할 만한 영웅상의 옹립, 죽음의 미화 등은 근대 유산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던 미학과 공명하기 때문이다.

소설, 때때로 맑음 1

프랑스 소설을 읽는 것이 나의 일이다. 남의 나라 말이라 여전히 새로운 표현이나 모르는 단어가 많다. 만사가 그렇듯 그런 일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나의 일상이다. 대체로 흐린 날이 이어지다가 때때로 햇살 한 줄기가 책갈피에 비치면 밑줄도 치고 메모도 한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펼치면 그 흔적이 내 것 같지 않고 무슨 이유로 밑줄을 쳤는지 속셈도 모르겠다. 어차피 까맣게 잊을 것에 왜 그리 시간을 보냈는지 허망한 생각이 들던 참에 『현대문학』이 귀한 지면을 내주었다. 밑줄과 메모를 정리해서 기록하라는 배려가 고맙지만 나의 사사로운 생각이 남에게 어떤 쓸모에 닿을지 걱정이고 가난한 집 제사처럼 매달 돌아오는 마감이 부담스럽다. 연재분 중 일부를 책으로 펴낸다. 가급적 남보다 먼저 읽은 신간 소설을 소개하고 거기에 오래된 책에 대한 기억도 겹쳐놓아 새것과 옛것을 비교해보려고 했다. 창가에 둔 화분이 자꾸 뿌리는 썩고 새잎은 말라버린다. 이 글이 부디 저 화분을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설, 때때로 맑음 2

남들에게 마음 놓고 권할 수 있는 책은 시간의 검증을 거친 고전에 속한다. 고전은 불멸의 생명을 얻었지만 저자의 육신은 대부분 지상을 떠난 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마차, 고작해야 증기기관차가 달리는 고전의 세계는 지금의 시대감각에는 어긋나기 일쑤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소설, 때때로 맑음 2』에 소개된 작가는 우리와 같은 시대를 호흡하고 차기작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동시대 문학을 골라 읽고 나아가 평가까지 곁들이기에는 다소 불확실성이 따를 수밖에 없다. 현지 문단의 반응이나 수상 경력 등 객관적 요소를 고려하여 작품을 골랐지만 어쩔 수 없이 필자의 개인적 취향도 개입했다. 또한 엄밀히 따지면 전기 (「화양연화」 「노인의 연적들」), 사회학적 보고서(「소설가, 대체로 흐림」)로 분류되는 글도 다뤘지만 나머지는 넓은 의미에서 소설이라 불릴 수 있는 터라 책 제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가급적 중복을 피하려 했으나 중요 작가가 발표한 신작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매번 새로운 작품의 첫 문장을 대할 때마다 먼 훗날 고전으로 대접받을지도 모를 보석을 미리 읽는다는 작은 흥분이 동반되었다.

소설, 때때로 맑음 3

매달 프랑스 현지의 일간지와 잡지에 실린 서평을 참고하여 작가를 고르고 작품을 읽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지만 글로 옮기는 재간은 시간이 지나도 늘지 않고 갈수록 타성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지사겠지만 여기에서 다룬 작품은 성별과 세대를 고려치 않고 자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소설로 골랐다. (……) 예외도 있을 테지만 한 번뿐인 생을 오로지 한길에 바쳐야만 비로소 반듯한 작품이 나오는 것이 소설이란 장르이다. 여전히 자전적 작품이 다수지만 역사, 정치, 생태, 세태, 전쟁 등 작가들의 관심사가 다양했다. 오래 머물렀던 연구실을 이제 떠날 나이가 되어 퇴근할 때마다 열댓 권 정도의 책을 집으로 옮겼다. 산도 옮겼다는 우공을 표절한 것인데 이제 제법 벽이 보이고 방 안이 훤해졌다. 책이 사라진 풍경이 이토록 후련한지 미처 몰랐었다. 남의 책을 치우며 내 책을 세상에 더한 것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영롱한 색깔의 모래로 정성껏 만다라를 그린 후 미련 없이 빗자루로 휘휘 쓸어버리고 돌아서는 경지가 부럽다. ―「글을 마치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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