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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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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들려주고 싶은 삼랑진 이야기>

은행잎 편지와 밤비 라디오

퇴로 마을에 온 지 스무 해. 시는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이 잠시 잠깐 건네주는 눈길이다. 찍어 놓은 자국이다. 텃밭에 고구마 순을 내고 마늘을 심고, 문 앞에 볼록한 비닐봉지를 두고 가는 이웃 할머니들. 막차에서 내리면 어둠을 덮어쓴 채 기다리는 마을버스 정류장의 긴 의자. 어둠을 몰아내는 새벽 경운기 쿵쾅대는 소리. 식당과 찻집이 생겨나고 늙은 모과나무와 은행나무가 사라진 골목. 그 어디쯤, 한순간 찾아온 고요가 써 놓고 간 기록이다.

천천히 오는 기다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는 기다림이라 비어 있는 건 모두 부시게 빛이 난다. 제1부는 삶의 순간순간 안테나에 잡힌 전파들이다. 골목골목 배추 시금치를 팔러 다니는 소리, 빈 새집이 전하는 소식, 어린 아이의 교통사고, 태풍에 넘어진 전나무가 전해주는 소식들이다. 그 소식들이 전해주는 깨우침이다. 제2부는 서정시가 가진 본래 모습을 찾아가고자 하는 짧은 노래들이다. 저녁 노을, 능소화, 초저녁별, 목련, 석류, 잠자리, 배꽃, 달하고 나하고 나눈 밀어들이다. 꽃 한 송이 태어나 처음 세상을 보는 눈부심의 세계. 제3부는 아이들과 만나 이룬 세계이다. 내가 가르치는 중학생들 -무논에 개구리처럼 떠드는, 생기 가득한 녀석들-과 우리집 두 아이가 걸러낸 시들이다. 화단에 핀 봉숭아꽃이 전하는 교육에 관한 단상들도 있다. 제4부는 내가 사는 고장 밀양의 노래이다. 사촌 산비탈 가득하던 진달래, 영남 제일의 누각인 영남루, 석화(石花), 아랑제, 내가 사는 가곡동 골목, 상업은행 앞 구두 수선하는 할아버지, 삼랑진 만어사, 활성 강가 풍경과 사람이 엮어내는 숨결을 노래했다. 제5부는 '은행나무'와 '어머니' 연작들을 묶었다. 11월이면 내가 사는 동네의 은행나무들은 넋을 놓게 만든다. '부챗살로 떠오르는 네 눈썹 / 그 맑은 눈에 화르르 날아오르는 / 나비, 노랑나비들.' (2001년 10월 10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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