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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유종화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8년, 대한민국 전라북도 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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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시 창작 강의 노트>

시 창작 강의 노트

시 창작에 고민하는 친구들을 위하여 지난 여름방학 때의 일이다. 안부차 서울에 사는 친구 백창우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별일 없다는 말과 함께 뜻하지 않은 질문을 해왔다. “요즘 왜 시를 안 쓰니?” 난데없는 질문에 나는 마땅한 대답거리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 친구는 계속해서 얘기를 했다. “내가 시를 쓰는 거하고, 니가 시를 쓰는 것은 달라.” “나는 노래를 만들고나서 여력으로 시를 쓰지만, 너는 시를 쓰고나서 여력으로 노래를 만들어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너의 본류는 시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고 했다. 그리고 방학 동안에 시간도 많을 테니 그럴 때 시를 써 두는 게 좋을 거라고 덧붙였다. 전화를 끊은 후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사람처럼 멍해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시를 안 쓰고 지낸지가 10여 년이나 되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아무런 일도 안 하고 지낸 것은 아니다. 시와 노래에 대한 글을 써서 책을 냈고, 거기에 따른 시노래(Poemsong)도 만들어 세상에 선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그 친구 말이 맞았다. 나는 본래 시를 쓰는 사람이고, 시를 쓰다가 부수적으로 작곡을 하였다. 그러던 것이 주종이 바뀌어 엉뚱한 길을 걸어왔고 내 본업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먹고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쓰려고 했는데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중간에서 더 이상 전개시키지 못하고 번번이 펜을 놓았다.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처음부터 시를 다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책장을 뒤져 시작법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어렵기만 하고, 정작 시를 쓰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상징이니 알레고리니, 또는 메타포와 파라독스 같은 것을 설명해놓았는데 도대체 그것들이 시를 쓰는데 무슨 도움이 되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런 류 책들을 멀리 치워놓고 평론집과 문학지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간간이 시 창작에 관한 글들이 실려있었는데, 실제 창작 중에 부딪쳤던 문제들을 써놓은 시인들의 글들은 나의 갈증을 조금씩 해소시켜주었다. 이러한 글들은 시 창작의 실제문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시 쓰기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나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그 글들을 읽으면서 속으로 흥겨워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초파리」라는 시를 쓰기 위해 며칠을 하얗게 지샜다는 정영숙 씨와, 좋은 시만 쓸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안오일 씨, 그리고 시를 배우기 위해 서울에 있는 평론가에게 시를 보내어 평을 받아 수정을 거듭하는 김선숙 씨 등, 시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생각났던 것이다. 그들에게 이런 글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처음에는 꽁꽁 숨겨놓고 나만 보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착했다(?). 그래서 나는 그 글들을 몇 부 복사해서 내 주위에서 시 쓰기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어디 내 주위에만 있으랴. 전국의 어느 곳에나 그런 사람들이 수없이 많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이쯤에 이르자 나는 욕심이 생겼다. 그들에게 다 볼 수 있도록 해주어야겠다는 욕심 말이다. 기왕에 만드는 김에 내용도 더 보충해서 탄탄한 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음먹고 전국의 내로라하는 시인들에게 전화를 했다. 시 창작에 대한 강의노트가 있으면 보내달라고.남쪽 끝 작은 항구의 별 볼 일 없는 사람의 부탁이었는데 뜻밖에도 그들은 시 창작에서 부딪쳤던 실제의 문제들을 다룬 강의 노트를 선뜻 내주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원고들이 다 들어왔고 나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이제 그 원고들을 세상에 내놓는다. 창작에 고민하는 습작기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인의 근본을 얘기한 정일근의 「시인을 만드는 9개의 비망록」부터 실제 창작 과정을 다룬 「즐거운 시 쓰기」를 읽고 자신의 시를 다듬어 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책이 나오면 자기가 강의하는 대학의 교재로 쓰겠다면서 언제 나오냐고 재차 물어오는 오봉옥 시인이 고맙고, 얼굴 한번 보지 못했는데도 선뜻 청탁에 응해주면서 원고료는 노래 만드는 작업비에 보태쓰라고 하던 최영철·조재도 시인 또한 고맙다. 또 친분관계가 있다는 죄(?)로 귀중한 원고를 보내준 도종환·오철수·정일근·이정록·최성수·안도현·이응인·안상학·박영희·김수열 시인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한국글쓰기연구회와 교육문예창작회에도 감사드린다. 재수록을 허락해 주었기에 이만한 책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마치면서 나의 본류가 시인임을 다시 일깨워준 백창우에게 조용히 대답한다. “창우야, 시 열심히 쓸게. 그래서 10년쯤 후에는 신경림 선생님만큼이나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 되도록 노력하마.” 꽁꽁 감춰두고 싶었던 원고들을 세상에 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시 창작에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나는 너무 착해서 탈이다.

시 창작 강의 노트

정리본을 내며 이 책은 시 쓰기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 창작의 실제 문제 해설서로, 전국의 유명한 시인들의 시 창작 강의 노트를 읽기 편하게 주제별로 묶어 3부로 엮은 책이다. 1부는 시가 무엇이고 시인의 기본자세는 어때야 하는가에 관한 글들이다. 실제 창작 방법보다 이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본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시를 쓴다한들 가슴을 파고드는 글 한 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2부는 시 쓰기의 방법론이다. 막막해하는 시인 지망생들에게 들려주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묶었다. 특별한 방법이 있나 하고 잔뜩 기대하지 않길 바란다.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것이 시 쓰는 지름길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가져야 하고, 또 좋은 시를 찾아 읽으면서 본인 스스로 깨우쳐가야 한다. 3부는 시인이 되어 가는 과정을 다룬 글들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고, 또 아무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나머지 시를 쓰고 가르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글을 부록으로 붙였다. 시인이 되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급해한다. 무슨 빠른 길이 따로 없나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느라 바쁘다. 이런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세상의 어떤 일도 10년은 해야 길이 보인다. 10년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동안 삶이 변하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또 그 과정 속에서 바뀐 ‘나’의 눈을 통해서 새롭게 해석되는 것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것을 받아 적는 것이 창작이다. 이 책은 거기에 이르는 데까지 조언을 해 줄 뿐이다. 그 다음은 각자 자신의 몫이다. 시인이 되는 길은 기존의 ‘나’를 철저하게 깨뜨리는 작업이다. 자신이 변해야 새로운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10년이다.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

정리본을 내며 22년 만에 다시 정리한다. 이 책은 시와 노래를 합친 시노래(PoemSong)에 관한 글 묶음이기에 첫 번째 시노래 음반인《노래로 듣는 시》에 실린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일반 가요 음반에 시를 가사로 써서 작곡한 노래가 한두 곡 끼어 있은 적이 있지만 음반 전체가 시노래로 채워진 적은 없었다. 그러기에 1994년에 출반된《노래로 듣는 시》는 우리나라 시노래 음반의 효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자꾸만 멀어져가는 시와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시도한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이런 일을 시작했는데 시에 가락을 붙이면서 거기에 대한 해설도 함께 썼다. 그 해설들을 묶어서 낸 책이《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다 . 《노래로 듣는 시》와 관계가 있는 것들을 2부에 ‘나를 바꾸는 시 읽기’라는 소제목으로 따로 묶었고, 그 후에 쓴 곡이나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은 3부에 두었다. 또 그 당시에 그런 작업을 하면서 썼던 다른 글들을 모아 맨 앞에 배치했다. 모두 다 시에 대한 접근을 위해 쓴 글들이다. 이렇게 나누어서 구성해놓고 보니 어수선했던 책이 제법 단정해졌다. 그래서 ‘정리본’이라는 이름을 붙여 본 것이다. 이제야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가 본모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잊지 않고 꾸준히 찾아준 독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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