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상흔처럼 달고 있던 포기의 흔적마저 사라지고, 나는 해묵은 흔적들을 모아 책을 낸다. 내 나름대로 작은 싸움의 기록이었다 우기고 싶지만, 까발려보면 그것은 그저 멀쩡하고 무난한 알궁둥이만 덜렁 드러낸다. 치부를 내보인 듯 부끄럽고 민망해도 드러낼 것은 드러내고 가자 싶었다. 꼬리를 끊고 달아나는 도마뱀처럼.
저는 어떤 학습이든 정확한 개념 파악 없이는 진척되기 어렵다고 믿고 있으며, 심지어 모든 학습은 결국 개념 학습이라는 생각마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골치 아프더라도 철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어들을 익혀 두는 것이 뒷날을 위한 좋은 투자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 책의 많은 부분을 개념 파악에 할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