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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이름:임솔아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7년

직업:소설가 시인

최근작
2024년 6월 <후이늠 Houyhnhnm : 검은 인화지에 남긴 흰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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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던 날에 서머와 윈터는 내게 종이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오징어먹물 빵 두 덩이가 들어 있었다. 나는 숙소로 돌아와 천천히 그 빵을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서머와 윈터와 함께, 네 번의 무지개를 볼 수 있었던 브레이크 타임에 대해 생각했다. 그중 한 번은 쌍무지개가 떠 있었다. 그걸 배경으로 서머는 내 사진을 찍어주었다. 바깥 무지개가 안쪽 무지개보다 흐릿해서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았다. 사진 찍기를 반복하는 사이 무지개는 사라졌다. 나는 버튼을 눌러 사진을 확대해보았다. 흐릿하지만 분명, 바깥 무지개도 담겨 있었다. 사진 속의 나는 콧잔등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에세이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얼굴」 중에서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언니가 열쇠라는 것만 알았지. 방 열쇠를 나눠 가지면 된다는 걸 나는 몰랐어. 내 방에선 끔찍한 다툼들이 얽혀 겨우겨우 박자를 만들어내. 언니는 말했지. 이런 세계는 풀 수 없는 암호 같고, 그런 건 낙서만큼의 가치도 없다고. 그건 얼마나 옳은 생각인지. 언니와 나 사이에 사는 사람들과 열쇠를 나누어 가지면 좋을 텐데. 2017년 3월 솔아가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내가 가장 모르는 인물이 가장 마지막 인물이 되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서야 나는 정수가 어째서 그토록 희미했는지, 어째서 정수가 이 소설의 마지막 인물이어야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내 소설이 내가 잘 알 수 없는 데까지 나를 데리고 왔다는 게 기뻤다. 소설을 쓰는 동안 몸무게가 줄었다. 몇 달 동안 크게 아프기도 했다. 몸이 혹사되는 나날 속에서 나는 이 고생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이전에도 소설을 쓸 때마다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고통이 이만큼이나 재미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소설 쓰는 일을 작가들이 왜 즐겁다 말하는 것인지 이제야 나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눈과 사람과 눈사람

이 소설집에는 열여덟 살부터 스물다섯 살까지의 인물이 존재한다. 이 인물들은 여태 내가 겪어온 것들을 함께 겪은 동지들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겠지만 나는 이 당연함이 내 손끝에서 구현되는 것 때문에 겨우 살아왔다. 나는 이 인물들의 경험으로부터 출발된 인간이다. 삶을 이어갈 나와 내 소설 속 인물이 앞으로도 닮은 모습일 수 있을까. 막연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아침에 일어나 딸기를 연유에 찍어 먹고 오후에는 벚꽃이 지는 것을 열심히 구경하고. 오늘 내가 겪은 하루처럼 이런 이야기만 적게 되더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쓴 소설 곁에 내가 있고 싶다.

짐승처럼

베타 한 마리와 함께 산 적이 있다. 나는 그 베타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는데,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너무 인간의 방식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름이 있고 없고가 우리 둘은 전혀 상관없었다. 말을 걸고 싶어지면 어항에 다가가 베타를 바라보면 되었다. 베타가 죽고 난 뒤부터 난감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종종 생각이 났고, 그리웠고, 그러면 이상하게도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부를 이름이 없다는 걸 알아챌 때마다 손잡이가 없는 문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막막해졌다. 하지만 죽고 난 뒤에 이름을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혹시 내가 잘못했을까. 베타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것이 가끔은 후회되었고, 후회하는 마음을 또 가끔은 후회하였다. 이 후회조차 너무 인간의 방식이라는 생각 속에서 이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우리 집 강아지가 책상 아래에서 내 발가락을 핥아주다 잠들곤 했다. 이 소설은 애석하게도 인간의 언어로 꽉 차 있어서 인간동물만 읽을 테지만, 비인간동물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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