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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인문/사회과학
국내저자 > 번역

이름:염명순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0년, 대한민국 강원도 홍천

최근작
2023년 5월 <삼총사>

꿈을 불어로 꾼 날은 슬프다

초판 시인의 말 늘 시로부터 벗어나려 하다가 막상 내게서 멀어지는 시의 발목을 가까스로 붙잡은 느낌이다. 그러나 내가 움켜쥐고 있는 것이 시인지 시의 환영인지 나는 아직 알 수 없다. 1995년 10월 개정판 시인의 말 젊어서 입던 옷을 나이들어 선물 받은 기분이다. 한 시절을 통과하느라 빛바랬어도 절절함과 쓸쓸함, 미숙함으로 이뤄진 세월의 얼룩을 알아볼 수 있었다. 때로는 곤혹스럽게, 때로는 담담하게 한때 나였던 것을 바라본다. 자, 젊은 나여, 너의 미지를 향해 가거라. 2021년 2월

메토 3

소년들 예순네 명이 외딴 섬의 메종이란 곳에 갇혀, 한 치의 어긋남도 허락하지 않는 엄하고 터무니없는 규칙을 따르며 살아갑니다. 심지어 음식을 먹을 때조차 초를 세어 가며 정확하게 포크질을 해야 합니다. 기억이 다 지워진 소년들은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인지, 침대가 부서지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두려움 속에서 나날을 보내다 사라지고 맙니다. 끊임없이 등수가 매겨지고, 오직 복종만 강요하는 교육을 받으며, 친구가 친구를 고발하기도 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 경기인 앵슈도 ‘멧돼지 두 마리가 고깃덩어리 하나를 놓고 싸우는 광경처럼’ 잔인하고 난폭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차츰 경쟁에 익숙해지고, 힘 센 아이가 서슴지 않고 힘이 약한 아이의 음식을 빼앗기도 합니다. 바로 이것이 『메토』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여기, 지지리도 말을 안 듣는 반항아,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소년 메토가 있습니다. 절대 복종만 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사회에서 메토는 ‘두렵긴 해도 알고 싶다’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살짝 샛눈을 뜨고 보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길고 험한 메토의 모험이 펼쳐집니다. 인간성마저 앗아가는 환경 속에서도 소년들 사이에 우정이 싹트고, 이들은 함께 손을 잡고 반란을 조직합니다. ( …… ) 『메토』는 자유를 찾기 위한 치열한 싸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목숨을 건 이 싸움은 여럿이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갈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작가는 소년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을 통해 보여 줍니다. 또한 작가는 자유에 대한 목마름만큼이나 그에 따른 책임도 강조합니다. 반란만 성공하면 당장 평화로운 세상이 올 것 같았지만, 그 뒤의 무질서와 혼란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자세히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손에 쥐면 우선 읽는 재미에 흠뻑 빠지는 한편, 가슴을 짓누르는 부담감 또한 떨치기 힘듭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읽으며 작게는 인간이 안고 있는 문제부터 크게는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까지 두루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초등학교 교사인 작가 이브 그르베가 무엇보다 가장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은 교육 문제인 듯합니다. 한 예로 작가는, “부잣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자가 될 직업을 갖게 되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가난하게 될 직업을 갖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이야기 밑에 숨어 있는 작가의 비판적인 눈길 덕분에 이 책은 단순히 재미있는 모험담의 테두리를 뛰어넘습니다. 『메토』는 공상과학 소설이자 판타지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사회를 비판하는 사회 소설입니다. 공상과학 소설은 대개 기계 문명이 우리의 앞날에 가져올 위기를 미리 내다보는 이야기이며, 판타지 소설은 『해리 포터』연작에서 보듯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기도 하는 가능하지 않은 꿈의 세계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메토』는 우리 삶의 단면을 조금 과장해서 보여 주면서, 어린 독자들이 현실의 참모습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설입니다. 이것이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힘입니다. 인간을 기계의 부속품처럼 다루며 감시하는 사회, 경쟁만 부추기는 교육, 강대국들의 비인간적인 이민 정책,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오염 문제, 약한 자도 손에 힘을 쥐면 전에 자신을 억압하던 강한 자의 모습을 닮아 가는 심리까지 작가는 낱낱이 지적합니다. ( …… ) 여러분은 이 책 맨 첫머리에 나오는 ‘탁!’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모험을 떠날 것입니다. 침대가 부서지는 들릴락 말락 한 이 소리는 소년들의 삶을 바꾸어 놓는 운명의 소리입니다. 그것은 어둠에 싸인 세상으로 떠나는 출발 신호이자, 마침내 그 어둠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오직 복종만이 살 길이라고 카이사르처럼 윽박지르는 세상에 대고 그게 아니라고 용기 있게 말할 때, 비로소 여러분은 자신의 앞날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터입니다.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있어.’ 하고 확신하던 클라우디우스처럼 말입니다. 그 길이 때론 외롭고 버겁다 할지라도, 메토와 친구들이 그러했듯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래서 이 책을 덮는 순간, 이 땅에 또 다른 메토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를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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