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실무를 시작한 40여 년 전(1977년)과 지금은 주택 설계 수단이 크게 바뀌었다. 두꺼운 건축 재료 카탈로그는 인터넷상에서 열람할 수 있게 되었고, 목조 골조는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으며, 직접 손으로 그리던 제도 작업이 CAD 작업으로 대체되어 제도 도구가 거의 필요 없어졌다. 내 나름대로 궁리해서 만들어냈던 작업 방식이 다양한 기계들 안에 이미 장착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기에 이제 와서 내가 철 지난 설계 방법을 장황하게 늘어놓은들 아무런 의미도 없을뿐더러 자칫 비웃음만 살 뿐이다.
다만 나는 진보한 환경이 가져온 현재의 주택설계 방법 속에서 웃지 못할 실수나 착각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을 걱정해 왔다. 설계 작업이 기계 혹은 타인에게 맡겨져 설계자 자신의 신체 감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리와 낭비일 뿐이며,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것이 오히려 에너지를 낭비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주택설계를 하는 사람들이 본래의 바람직한 모습, 기본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건축 지식〉이라는 잡지에 2016년 11월부터 2년에 걸쳐 ‘주택 설계 착각 해부 도감’을 연재했다. 그리고 이번에 그 연재 내용을 정리하고 가필해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젊은이들이 부담 없이 손에 들 수 있도록 제목도 바꾸고, 그림도 많이 추가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어땠는가? 괜찮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