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처와 치유를 반복하며 견딘다. 삶이 그런 거라고 내 스스로를 다독인다. 상처란 두려움을 버리고 정면으로 응시할 때 비로소 새살을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때론 돌아보며 앞을 예감하고 앞을 보며 흐트러진 지난날들의 부스러기들을 마음의 서랍, 제자리에 담는다. (……) 넋두리가 아닌 기록으로, 오역이 아닌 다큐로 나를 기록했다.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세밀화로 남겼다. 사람 하나 일어선 자리에 남아 있던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채집했다. 나의 이야기이고 그대들의 사랑이고 누군가의 추억이며 우리 주변에 서성거리는 안색이다.
좌우의 손금이 같은 걸 보면 나는
미처 다 갚지 못한 전생의 죄를 씻으려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합장하고
비손에 매달렸던 거다
천지간에 흩어진 죄의 잔재들을 그러모아
시를 쓰고 산다
가거라 내 언어들아 세상 속으로
부유하며 전하고 침잠하며 경청하라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라
너희들 자리는 이제 지우고 나는
새로운 죄를 지으려
시만 쓰고 산다
― 2012년 5월
막다른 길에 몰리면 무기를 찾았다
주먹 따위로 가슴을 두드릴 수는 없었다
도움을 청해도 비명이 나오지 않았다
말을 버린 채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누구도, 무엇도 없는 장르를 구축했다
그 번민의 파편들을 여기 남긴다
희망은 절망을 외면하는 기술이었다
2020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