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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방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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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레 미제라블 5>

페스트·이방인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알베르 카뮈(1913~1960)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 프랑스가 낳은 가장 뛰어난 소설가의 한 사람으로, 1957년에 프랑스인으로서는 아홉 번째로, 그리고 역사상 최연소자로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1913년 11월 7일,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몽도비에서 빈민의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광산 노동자였던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하고, 학교 문턱에도 못간 어머니 그리고 고집 센 할머니와 다리가 불구인 외삼촌과 함께 살았다. 훗날 그가 회고한 것처럼, 그는 '자유'라는 것을 마르크스(그는 대학 시절에 한때 프랑스 공산당에 입당했었다)에게서 배우는 대신 가난 속에서 배웠다는 것이다. 그처럼 그의 청년 시절까지의 생활은 비참했다. 어머니는 탄약공장에서 탄약운반도 했고 가정부 노릇도 했다. 당시 의무교육은 국민학교까지였다.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더 이상의 상급학교 진학은 어려웠으나 그의 재능을 아끼는 교사의 주선으로 중학교와 고교에 진학할 수 있는 장학금을 받게 된다. 그의 학교생활은 시종 장학생이라는 명예가 붙어다녔지만 그에게는 우울한 시절이었다. 게다가 폐 질환 때문에 더욱 음성적이고, 반항적이고, 버릇없는 학생으로 낙인이 찍혔다. 그러다가 고교 시절의 은사인 장 그르니에(《섬》의 작가)의 영향으로 문필에 투신하게 된다. 알제 대학 철학과에 입학하여 축구, 아마추어 연극, 피학대 종족의 해방운동 등에 열중하고 공산당에 입당(1934)하지만 그 다음 해에 탈당한다. 1936년에 중단했던 학업을 마치고, 알제리에서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하지만 인종문제로 당국의 비위에 거슬려 파리로 전출한다. 알제리 시대에 첫 작품인 시적(詩的) 에세이 〈결혼〉을 발표해서 극히 제한된 방면에서 호평을 받는데, 그 작품에서부터 그의 ‘철학적 문제’들이 제기된다. 그는 살려는 육체적 요구와 절대를 지향하는 정신적 요구의 대립관계에 있는 의식(意識)은 이 우주에서는 ‘존재’로서의 감각만을 의식할 때 그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인간의 존엄은 모든 타협을 거부하고 인간의 숙명인 허망(부조리)을 직시하며 신이나 희망이나 영원 따위를 부정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철학적 평론 《시지프의 신화(Le Mythe de Sisyphe)》(1942)가 나왔을 때, 그리고 다음 해에 소설 《이방인(L’Etranger)》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그를 ‘절망'의 철학자라고 부른 것도 그러한 연유 때문이다. 허망(부조리)의 희곡 〈오해(Le Malentendu)〉(1944)가 상연되자 크게 주목을 끈다. 그 후 나치스에 대한 지하 저항운동에 투신해서 지하신문 《콩바》의 주필 노릇을 한다. 독일의 패전으로 파리가 해방되자 그는 물을 얻은 고기처럼 희곡 〈칼리귤라(Caligula)〉(1945), 독일인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1945), 〈반역론(Remarque sun larevolte〉(1945)을 발표하고, 1946년에 수필 〈미노토르〉를 발표한다. 1947년, 그의 철학의 총결산이라고 할 《페스트(La Peste)》가 갈리마르 서점에서 나와 비평가상을 받고 작가로서의 결정적인 기반에 올라선다. 계속해서 희곡 〈계엄령〉(1948), 〈정의의 사람들>(1949), 정치평론집 《악튜엘 I》(1950)을 발표한다. 이어서 허망의 세계에서 적극적인 ‘반항’으로 뻗어나가는 평론집 《반항적 인간(L' Hommerevolte)》(1951)을 발표한다. 이것은 그의 첫 철학적 평론집이라고 할 《시지프의 신화》의 연장선상에서 읽히고 있다. 그 후 유물사관적 역사관과 스탈린식의 무산계급독재에 대한 견해, 그리고 혁명관의 견해 차이로 사르트르와의 오랜 관계가 단절된다. 1953년에 《악튜엘II》, 다음 해에는 수필집 《여름(Ete)》, 그리고 1956년에는 《전락(La Chute)》을, 1957년에는 단편집 《적지와 왕국(L'Exil et le royaume)》을 발표하고, 같은 해에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1958년에 《악튜엘Ⅲ》가 발표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1960년 1월 4일 휴가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들을 통해 나타난 그는 유머니스트(영어의 휴머니스트보다 더 폭넓은 뜻으로 사용된다)다. 삶에 대한 애착, 인간에 대한 사랑, 이것을 뒤집어보면 악(惡)에 대한 반항, 즉 허망(부조리)에 대한 반항이다. 카뮈에게 허망(즉 악)이란 전쟁, 독재, 감금, 억압, 차별, 질병, 빈곤……처럼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이방인》과 《페스트》는 그의 철학적 주장을 가장 뚜렷이 제기한 작품이다. 《이방인》은 평범하고 정직한 인간이 자기도 모르게 부조리한 사건에 말려들어 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기성사회의 관례와 허식에 가득 찬 제도에 의해 희생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무엇인가 허망(부조리)한 것을 느끼면서도 그 벽을 뚫지 못한다. 사형 직전에야 겨우 그것이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깨닫는 데에 그친다. 5년 후에 발표되는 《페스트》에서 그 모습은 드러난다. 부조리에 대한 부단한 투쟁, 즉 반항이다. 인간은 살기를 희구한다. 그러한 인간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체념하는 자, 도피하는 자, 그것을 부추기는 자…… 등 가지각색이다. 비록 영원히 승리하지 못할 것이 뻔할지라도 ‘싸워야 한다’는 결론이다. 여러 악이 횡행하는 역사의 되풀이 속에서 새삼 이 작품들이 참신한 맛을 주는 것은, 그만큼 현대를 사는 우리의 처지를 그대로 그려놓은 작가의 예언적 비전 때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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