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옮겨온 것들이었다. 생성과 사멸, 애증과 뜨거운 고독, 야뇨증으로 시달리는 밤과 창문으로 스며드는 풀벌레, 경멸을 주며 떠나가는 시대와 해양의 나침반도, 손목에서 올리는 초침소리도, 모두 바람이 옮겨온 것들이었다.
모두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서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그 곳. 깊은 그리움의 뿌리 속에는 분얼(分蘖)하는 또 하나의 그리움이 있었다.
바람의 고향 너머에는 또 다른 바람의 마을이 있었다. 바람이 일어나며 사람들은 배반의 편지를 띄우기를 바랐었다. 그러나 떠나지 못하는 우체부. 바람에도 길이 있었다. 아침이 길을 찾아오면 훌쩍 허공에 몸을 띄워 청동의 새가 되어 보기도 하였다.
이루지 못한 비상(飛翔)의 꿈이 들판에 쌓이면, 마침내 독이 되어 서 있기도 하였다. 때론 녹슨 화살이 되어 너를 향해 쏘아보기도 하였다. 날카로운 겨눔이 있었지만 직격(直擊)한 것은 오직 빈 가슴의 비움뿐이었다.
바람이 되어 바람을 맞고 있을 뿐이었다.
/제목 : 풍향계 (2007년 6월 30일 시인정신 발표작) - 시인의 말
기타의 絃은 텐션이 지나치면 끊어져 버리고 느슨하면 울림이 짧다.
기타 줄이 끊어지는 순간, 듣는이에게 특별한 영감을 주는 음향이 되기도 하지만 좋은 연주자라면 그 효과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음향은 음악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불가능한 꿈이겠지만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긴장을 가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