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요재지이> 완역본을 보던 첫 날을 아직 기억합니다.
왜 구미호는 항상 여자여야만 할까요?
왜 구미호는 항상 인간이 되기를 원하고, 간을 씹어먹을까요?
왜 구미호는 구미호만의 세계를 갖지 못할까요?
<요재지이> 속의 여우와 호선들은 제가 어린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을 풀고 갈증을 해갈해주었습니다. 그 속에서 여우들은 자유로웠고, 오히려 더욱 인간적이었죠.
하지만 그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수백년 전 명나라의 이야기.
21세기 한국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쓰고 싶었습니다.
21세기, 서울, 이 시간과 이 장소를 걷는 남자 구미호의 이야기를.
21세기, 서울, 이 시간과 이 장소에서 여우를 만나 잃었던 꿈을 찾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여우와 세오의 이야기는 당신을 만났습니다.
어디까지 이 이야기가 퍼져나갈 수 있을지, 어디까지 들려드릴 수 있을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 작은 위안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