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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허영선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제주도

최근작
2022년 10월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

섬, 기억의 바람

제주도는 완벽한 자연이다. 비애와 황홀의 땅이다. 정직한 땅, 기억의 땅이다. 내게 있어 이 땅은 고통과 치유의 스승이다. 나는 이 땅처럼 통하는 인간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이 책의 산문들은 내가 현역에서 이름자 달고 나갔던 문화 칼럼에서 추려낸 것들이다. 이 글을 내는 시점에서 볼 때, 이것들은 제주도라는 한 섬에서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벌써 물러서 버린 시간들일 것이다. 지난 글들을 읽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나 꿰매기로 했다. 이 땅이 내게 길어올린 생각들이므로. 그랬다. 그때그때 시대를 외면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살아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이 섬의 열린 지평을 통해서, 나는 꽤 심각하게 세상을 향해 발언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 또한 얼마나 부질없는 나의 허욕이랴.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오로지 살고자 산으로만 다니다 보니 ‘산사람’이 되었다던 중산간 마을의 할머니도 세상을 떴다. 살기 위해 이 땅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던 이들, 그들은 떠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캄캄하고 불안한 항로, 똑딱선을 타고 가며 얼마나 떨었는가. 쓰는 내내 그 시국을 살아내야 했던 그해의 눈빛들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4·3은 미래 세대, 후손들을 위한 희망이어야 한다며 힘겨운 기억을 꺼내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

부끄러움과 어둠의 밀도, 잠과 꿈, 나를 오랫동안 묶어두었던 모든 말에 대해 확연해지는 이 미안함, 나는 이것들로부터 우선 탈출하고 싶다. 그간 들여다보던 사물들, 상황, 나 자신을 포함한 온갖 것들에 자유를 주겠다. 사막을 순례하는 낙타의 움푹 파인 혹처럼 허망함과 고통스러움의 깊이가 얼마나 나를 그러잡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굳어버림’처럼 고통스러운 일은 없겠기에, 나를 에워싸는 말들이 나를 배반하고 또 황량함을 줄지라도 이제 모든 것을 조용히 하나씩 버리고 싶다. 적어도 나는 그들이 내 풀리지 않는 열망의 지평에 ‘자유로움’을 채워주며 나를 버리지 않을 것임을 믿으므로. 어둠과 빛, 시를 쓴다는 일은 모색과 실험을 통해 나를 확인하는 일인 것 같다. 뮤즈에게 감사를. - 초판 시인의 말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

그래, 스무 살 무렵의 너는 여기 이렇게 무엇과 싸우고 있었나. 흔들리고, 출렁이고, 부서지는 꿈속에서. 아득히 먼 저편에 풀색으로 너는 펄럭이고 있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먼 날의 너여, 가만히, 오래, 서성이다가 너를 열었다. 문득 고개 들고 보니 파도를 벗어나고 싶어하던 너는 끝내 그 속에 있다. 칸나가 붉은 바다로 가고 있다. 지금 사라진 자들의 그날들을 찾는 나는 어쩌면 그 무렵 이미 모호하지만 그 소리들을 듣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 삶은 모를 일. 다시는 그 씨도 없을 것 같던 아득한 날이 이렇게 다시 피어날 줄은 몰랐으니. 그 시절 그대로의 너를 그대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출구 없던 그 시절의 물음을. 어디로 갔을까. 추억처럼 나의 자유는 - 개정판 시인의 말

해녀들

새벽길에 보았다. 물길을 가는 그녀들. 저무는 길에 보았다. 별처럼 우수수 붉은 바다로 뛰어드는 그녀들. 나는 그저 그녀들을 뒤따를 뿐이다. 물의 시를 쓰는 물속의 생과 몸의 시를 쓰는 모든 물 밖의 생을 한 홉 한 홉 기록해나갈 뿐이다. 내 안에 오래도록 꽉 차 있던 소리 숨이 팍 그차질 때 터지는 그 소리 숨비소리 그 소리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 2017년 6월 허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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