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쓸 때 답답했던 마음이 소설을 쓰면서 자유로워졌다. 하고 싶은 말을 다 뱉어낼 수 있고 얼마든지 길게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 편을 쓰고 났을 때 소설적인 표현만으로는 진정한 소설성과 마주할 수 없음을 절감했다. 역시 나는 소설가가 아니고 시인이었다. 시는 언어에 섬세해야 하고, 소설은 내용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시인으로서 나는 무엇을 쓰든 언어에 충실해야 하고 문장을 잘 다듬어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