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사진에 관한 짧은 생각
나의 사진 작업은 세상과 만나는 일과 매체에 대한 실험을 동시에
탐색하는 일이다.
우리는 세계를 만날 때 보는 것과 보이는 것에 대해 자칫 혼동하기도 한다.
보지 않고는 보임이 없고, 보이는 것이 없이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다는 것을 이용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존재’는 동시에
‘보이는 것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게 된다.
작업 《메멘토모리》는 온산공단 이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찍은 사진들이지만
나의 주체적 시선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엔 장소의 존재론적 실체가
찍혀져 은폐된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은 어둡고 슬픈 삶의 파편들이며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제도 폭력의
뒷모습이기도 하다. -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