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드 앗 딘의 『집사』를 처음 접한 날로부터 벌써 40년이 흘렀다. 당시 유학생이던 나는 중앙아시아 근대사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이란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초급과 중급까지는 그래도 두어 명이 같이 강의를 들었으나 3년차 고급반 과정이 되니 결국 나 혼자 남게 되었다. 학생 하나만 앉혀 놓고 강의하게 된 선생은 내게 무엇을 읽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나는 꿈에서나 감히 읽어볼 생각을 하던 고전 중의 고전 『집사』가 어떻겠느냐고 말했는데, 그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 책을 모두 다섯 권의 시리즈로 완역한 뒤 압축본까지 새로 쓰게 되었다. 나의 능력이 미치지 못해 적지 않은 오류가 있겠지만, 부족한대로나마 독자들의 역사 인식이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 데에 작은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자들의 질정과 격려에 기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