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쓰기 전 나의 생활은 주검의 생활이었다. 이 고백을 쓰는 것으로 나의 죽음이 완성되리라 한 그 순간에 생이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적어도 이것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게는 멜랑콜리의 발작이 사라졌다.
-- 이런 말은 독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독자는 여기에 묘사된 성의 심연에 주의를 기울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 심연 위위 줄타기 곡예사의 고백이 조금이라도 독자에게 '생'의 의미를 확인하는 데 뒤편에서 도움이 된다면 좋으리라. 무릇 극도의 퇴폐는 질서의 모형으로밖에는 인간의 마음 속에 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쓰게 한 것은 나의 자존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