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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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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액체사회>

발로 읽는 열하일기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이 그의 나이 마흔네 살 때인 1780년(정조 4) 청나라 건륭제 칠순 축하사절단 일행으로 다녀와서 남긴 기행문이다. 오늘날 다시 『열하일기』에 대한 관심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왜 『열하일기』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열하일기』가 변화를 통하여 현실의 문제점을 점검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라 하겠다. 『열하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열린 세계에 대한 열망을 현실에서 찾고자 한 연암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는 길이다. 그것은 변화를 통해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는 정신이다. 『열하일기』와 나는 언제, 어떻게 접속이 된 걸까. 어떻게 되었기에 30년이 넘는 세월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잊을 만하면 나타나 나를 흔들었던 책.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려 있던 연암의 「물」을 읽고부터라고 말하면 되겠다. 교실에서인지 어두운 골방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나이였다. 1980년대 직장을 잡고 첫 월급으로 『열하일기』를 구입하여 통독했지만, 당시까지는 어설픈 접선에 지나지 않았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열하일기』 완역본과 『열하일기』 연구서와 기행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열망 없이 사는 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나는 『열하일기』를 읽으면서 열망을 향하여 나아갔다. 글을 읽으면서 답사를 꿈꾸고 『열하일기』를 따라 걸었다. (중략) 또한, 다양성과 현장에서 우러나온 사실성, 생생한 묘사와 기발한 발상과 풍자, 일상어의 거침없는 사용 등이 글의 마력에 빠지게 한다. 이 같은 특성이 『열하일기』를 고전으로 남게 한 이유이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역사와 문학, 인문학과 자연 과학, 당대의 문화 풍속 등을 두루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서 통섭할 수 있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참이라면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말도 참으로 성립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찾으려고 한 긴 여정의 발자취가 연암의 『열하일기』이다. 그것은 열린 세계에 대한 열망과 고난을 수반한 변화를 통해 개혁하고자 한 당대의 진보성과 통한다. 이를 일러 ‘고난 속에서 빛나는 열망’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열하일기』는 상찬받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이상과 패러다임 만들기를 우리에게 요구한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연암의 『열하일기』가 그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변방의 수사학

내가 비평을 공부한 것은 1980년대부터지만 비평이랍시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배움의 시절 최원식(평론)과 조동일 교수의 강의에 매료되었다. 그러다가 시를 쓰면서 김춘수(시인) 교수의 시론에 심취하였다. 자연스럽게 시에 대한 관심이 비평으로 옮겨갔다. 그렇다고 내 글이 치밀하고 논리적이며 전문적인 영역까지 이른 것은 아니다. 시 창작과 마찬가지로 비평에 대한 글쓰기 또한 한계를 깨닫게 했다. 따라서 문학 일반론이나 현대 비평과 메타비평은 전문적이고 능력 있는 이들의 몫으로 돌리고, 내 글은 실제 비평으로 내게 영향을 끼친 시와 시인과 특히 변방의 시(주로 울산지역)들에 집중되었다. 『변방의 수사학』이라고 제목을 정한 이유는 지역보다 의식을 염두에 둔 때문이다. 문학의 언어도 망(亡)한다. 망하면서 기억되는 언어가 문학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학의 언어가 영원히 남고 기억되지는 않는다.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는 언어가 진정한 문학의 언어다. 삶은 자랑할 게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문학의 언어다. 자랑할 게 없다는 말은 바닥의 언어이면서 탐구의 언어이다. 이런 의식이 스스로의 이름을 갖게 했다. 그동안 문예지 『심상』 『시로여는세상』 『한국동서문학』 『주변인과 시』 『문학울산』 『울산문학』 등과 기타 문화지에 틈틈이 발표한 글 중에 가려서 엮었다. 차례는 1부 시와 비평, 2부 시인과 작품론. 3부 변방의 시와 시인들, 4부 시작노트, 단상, 촌평, 자료, 5부 내 시의 빛과 그늘로 나누었다. 모든 글은 고쳐 쓰기다. 함께했던 시와 시인들, 소졸한 내 글에 조언을 해주고 표사를 써준 소설가 김옥곤 형과 장창호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교정?교열을 해준 차영일 군과 표지를 제공한 권일 사진작가, 작가시대 대표 유정탁 시인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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