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초기 기행문을 연구한 나에게 해외여행은 100여 년 전 조선 지식인들이 남긴 흔적을 더듬어가는 일이기도 했다. … 조선 지식인들이 해외여행에서 맛보았던 느낌을 나 역시 느끼고 싶었다. … 1876년부터 191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탄생한 조선인들의 외국 여행기를 분석하는 것은 힘겹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 이후 내 관심은 식민지 조선에서 해방기까지로 확장되었다. 100여 년 전에 그토록 많은 여행기가 쏟아졌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 「지은이의 말」에서
그때 그 시절 그 사람들이 살아낸 시대와 조우할 때마다 왼쪽 가슴 어디에선가 통증이 인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를 견뎌내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온몸이 저려온다. 그들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삶이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의 삶과 겹쳐지기 때문이다.
학교는 입시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인간형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그 공간은 언제나 특정하게 왜곡된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배된다. 학교는 특수한 '권력'이 왜곡한 이데올리기인 '민족'과 '국가'와 '애국'을 양산하지만, 그 견고함을 깨트리는 강력한 균열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소이다.
바로 그 균열의 지점이 확장되기를, 우리의 웅크린 욕망들이 세상 밖으로 끝없이 흘러 넘치기를, 더 이상 학교가 억압과 규율의 공간이 아니라 역동적인 축제의 장이기를, 그리하여 우리의 삶이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폭력으로 배제하는 것이 아닌 공생의 삶이기를, 나는 그런 바람에서 이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