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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자오지엔민 (趙劍敏)

최근작
2021년 2월 <바람결에 새겨진 중국역사>

죽림칠현, 빼어난 속물들

어떤 이들은 죽림칠현을 탈속한 사람들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속된 구석이 많았으며, 또한 각기 서로 다른 속물스러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이 남긴 가장 귀중한 유산은 스스로 속됨을 멸시하고, 속됨을 깨뜨리고, 속됨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정말 슬픈 것은 속됨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실패하자 낙망해 길을 헤맸지만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태도로 속됨과 다시 어울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치마폭에 흐르는 중국역사

<도덕경(道德經)>에서는 ‘도에서 하나가 나오고 하나에서 둘이 나오고, 둘에서 셋이 나오고, 셋에서 만물이 나온다. 만물은 음을 등에 지고 양을 가슴에 안고 있으면서 비어있는 기로 조화를 이룬다(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万物, 萬物负陰而抱陽, 沖氣以爲和).’고 한다. <역경(易經)>에서는 ‘역에는 만물의 근원인 태극(太極)이 있어, 양의를 낳는다(易有太極, 是生兩儀).’고 한다. <여씨춘추.대악(呂氏春秋.大樂)>에서는 ‘근원적 하나(太一)가 양의를 낳고 양의가 음양을 낳는다(太一出兩儀, 兩儀出陰陽)’고 한다. 이러한 중국의 옛 책들은 우주의 본체는 세계만물을 안에서 밖으로, 통일에서 음양(陰陽)의 대립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자연이든 인간사회이든 음과 양의 제일 기본적인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지 않은 것은 없다. 중국의 역대 왕조에서 음양이 서로 어울린 조직을 전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남자들의 세계인 조정(朝廷)에 상대되는 여인들의 세계인 내궁(內宮)이다. 지위, 권력, 부유함을 제일 고귀한 형식으로 한 몸에 집중시킨 군주는 부권사회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유일무이한 남성의 대표로 천하의 여성에 대해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독특한 지배권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의 예법과 의례를 집대성한 경전의 하나인 <예기(禮記)>에 ‘옛 시대 천자와 황후가 육 궁(宮), 삼 부인(夫人), 구 빈(嬪), 이십칠 세부(世婦), 팔십일 어처(御妻)를 세운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예법규례를 지키는 군주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행위일 뿐 예법규례 외의 여인을 획득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지 않는다. 미인선발의 과정과 다른 경로를 통해 출현한 군주 신변의 여인들이 군주가 보유한 방대한 여성세계 즉 내궁(內宮)을 구성하였다. 자연세계와 인류사회를 대비시키는 음양의 도로 말하자면 군주는 해(日)이며 황후는 달(月)로 해와 달이 서로 비추면서 음양의 조화를 구성하는 최고표현이 되고 있다. ‘천자와 황후는 해가 달과 같이하며, 양이 음과 같이 하는 것과 같아서 서로를 필요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황후는 내궁여성의 주인이며, 천하 모든 여성들의 모범으로 천하의 어머니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다. 황후와 비빈, 궁녀들로 구성된 내궁은 절대로 여성들이 숨죽여 사는, 죽은 물만 고여 있는 호수가 아니며, 기만과 기이함, 세파가 격렬하게 몰아치는 생명력 넘치는 가장 큰 무대이다. 부드러움을 귀하게 여기는듯한 내궁의 분위기 속에서, 여인들 마다 자신의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 자각하든 자각하지 못하든, 주동적이든 피동적이든 끊임없는 음모와 싸움, 전술과 책략이 난무하는 피비린내 나는 투쟁에 뛰어들어야했으며, 이를 통해 그녀들의 미래가 활짝 피어날 것이냐 쇠락할 것이냐를 결정하였다. 생존이란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여성의 세계는 외부의 남성세계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녀들은 지위를 갈망하였다 - 지위가 이러한 세계 속에서 그녀들의 존귀함과 비천함을 결정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은 권력을 추구하였다 - 권력이 이러한 세계 속에서 그녀들의 지배력을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들은―정을 갈망하였다―애정이 이러한 세계 속에서 그녀들의 삶의 윤택함을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그녀들의 개인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으며, 무수한 내궁의 규칙, 규례 및 금기의 제한을 받아야 했다. 당시 사회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그녀들의 행위는 합리적인 인생궤적으로 여겨질 수 있으며, 심지어는 역사의 긍정과 칭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만일 사회적 제한을 넘어선다면 화근[禍水]으로 지적되어 역사의 채찍과 욕설을 받게 될 수 있었다. 사실 그녀들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 따라 그녀들에 대한 각각의 평가가 다르게 된다. 모든 황후와 비빈은 역사서에 기재된 추상명사나 무미건조한 기록이 결코 아니며, 불꽃과 연기가 넘쳐나는 봄가을의 아름다움 속에서 그녀들 모두는 아주 활기찬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일반 사람과 다름없는 희로애락, 욕망과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로부터 일어났던 일들은 풍부하고 생동감이 있으며 역사의 무대에서 결코 사라질 수 없는 독특한 질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아주 가까운 이웃으로 문화적으로 같은 전통을 가지고 있고, 역사적으로 비슷한 경로를 걸어왔다. 중국의 주요 왕조는 하, 은, 주, 춘추전국시대, 진, 한, 삼국, 위, 진, 남북조, 수, 당, 오대, 송, 원, 명, 청이 있었다. 한국에는 역사적으로 기자조선, 위만조선, 삼국, 통일신라, 후삼국, 고려, 조선이 있었다. 두 나라의 왕조를 비교해 보면 내궁의 제도, 인사, 변화, 발생한 이야기들에 있어 사람의 이름, 땅이름이 다른 외에는 전체적으로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년전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대장금], [보보경심] 등 연속극은 한국 왕조 내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심금을 울리면서 흥분하게하기도 황홀한 경지로 이끌기도 하는 장면들을 연출하였다. 이들이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왕조 내궁의 모습이 중국왕조의 내궁과 방식은 다르지만 똑같은 효과를 가지는 미묘함이 있었으며, 양국의 문화풍속의 뿌리가 같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독자들이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는 <치마폭에 흐르는 중국역사(皇冠與鳳冠)>를 읽고 나면 한중 양국의 역사적 동질감과 친근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번역한 경성대학교 중국학과 곽복선 교수는 중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면서 풍부한 업무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역사와 문화에 대해 나름의 식견과 감성을 가지고 있어 한중 양국의 문화교류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금세기 초 나의 저작 <개원의 치세(盛世魂-大唐玄宗時代)>를 번역 출판하였으며, 이어서 나의 저작 <빼어난 속물-죽림칠현(竹林七賢)>을 번역 출판하였다. 이 두 권의 중국역사서 출판은 매체에서 나름의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곽 교수가 나에게 <치마폭에 흐르는 중국역사(黃冠與鳳冠)>를 번역 출판하겠다고 하였을 때 나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그가 원고를 다 번역하고 출판사에 건네주면서 내게 한국독자를 위한 서문을 요청하여 왔다. 나는 그의 명령을 흔쾌히 이행하는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기에 이 한국판 서문을 쓰게 되었다. 곽 교수의 번역 업무는 내가 알기론 그의 현명한 아내의 내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 자리를 빌어서 곽 교수 내외에게 진정한 감사를 드린다. 또한 이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와 관련된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2017.12. 상해 자택에서 - 한국어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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