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두고 온 게 너무 많다.
다시 챙기려 돌아가려니 길이 멀고,
가던 길을 가자니 자꾸 돌아보게 된다.
잡다 놓친 송사리는 바다로 가 고래가 되고,
별 부스러기는 떨어져 꽃으로 피고,
이야기는 비로도 내리고 눈으로도 날리고,
왜 길을 떠났는지도 잊어버린 나그네….
바람 들락거리는 오두막 같은 낡은 몸에
담요처럼 두른 어린 날이 화톳불처럼 따스하다.
나는 말이 느리게 나온다
말하는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라
말이 나오는 길이 너무 멀다
어떤 말은 나오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어떤 말은 슬그머니 사라진다
어떤 말은 거의 다 나왔다가 다시 안으로 줄행랑을 친다
어떤 말은 처음에 생겨날 때와 달리 엉뚱한 말로 바뀌기도 한다
작은 채로 태어나 작게 나가는 말도 있고
큰 소리로 태어나 개미 소리로 나오는 말도 있는가 하면
작은 소리로 태어났는데 큰 소리로 나와서 나도 놀랄 때가 있다
여기 있는 말들은 거의 다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말들이다
말 나오는 길에 몰래 숨어 있다
낚아챈 놈도 있고
올가미를 씌워서 잡은 놈도 있고
비눗방울처럼 조심스럽게 잡은 놈도 있다 안 터지게
덫을 놓아 잡은 놈도 있고
미끼 안 물고 도망치는 놈을 겨우 잡을 때도 있었다
우악스럽게 때려잡은 말도 있다
그것들을 햇살 아래 늘어놓으니
이건 나물도 아니고
어포도 아니고
주전부린지
공깃돌인지
먹는 건지 뱉는 건지
쳐다보고 있으니 웃음밖에 안 나온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