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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김창완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4년 (물고기자리)

직업:가수 연기자

최근작
2024년 3월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개구쟁이

어린 시절에 두고 온 게 너무 많다. 다시 챙기려 돌아가려니 길이 멀고, 가던 길을 가자니 자꾸 돌아보게 된다. 잡다 놓친 송사리는 바다로 가 고래가 되고, 별 부스러기는 떨어져 꽃으로 피고, 이야기는 비로도 내리고 눈으로도 날리고, 왜 길을 떠났는지도 잊어버린 나그네…. 바람 들락거리는 오두막 같은 낡은 몸에 담요처럼 두른 어린 날이 화톳불처럼 따스하다.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나는 말이 느리게 나온다 말하는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라 말이 나오는 길이 너무 멀다 어떤 말은 나오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어떤 말은 슬그머니 사라진다 어떤 말은 거의 다 나왔다가 다시 안으로 줄행랑을 친다 어떤 말은 처음에 생겨날 때와 달리 엉뚱한 말로 바뀌기도 한다 작은 채로 태어나 작게 나가는 말도 있고 큰 소리로 태어나 개미 소리로 나오는 말도 있는가 하면 작은 소리로 태어났는데 큰 소리로 나와서 나도 놀랄 때가 있다 여기 있는 말들은 거의 다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말들이다 말 나오는 길에 몰래 숨어 있다 낚아챈 놈도 있고 올가미를 씌워서 잡은 놈도 있고 비눗방울처럼 조심스럽게 잡은 놈도 있다 안 터지게 덫을 놓아 잡은 놈도 있고 미끼 안 물고 도망치는 놈을 겨우 잡을 때도 있었다 우악스럽게 때려잡은 말도 있다 그것들을 햇살 아래 늘어놓으니 이건 나물도 아니고 어포도 아니고 주전부린지 공깃돌인지 먹는 건지 뱉는 건지 쳐다보고 있으니 웃음밖에 안 나온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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