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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김길녀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강원도 삼척

직업:시인

최근작
2021년 5월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

남루하지 않아서 더 슬픈 누군가의 생애를 들여다보는 한낮 게으른 한 생이 더 느리게 흐른다 2021년 봄 김길녀

시인이 만난 인도네시아

잠시, 두꺼운 슬픔을 빌려와 조심스럽게 키우던 나날이 있었습니다. 쓸모없어진 몽당연필처럼 해체되고 고립되어 찢긴 혁명의 깃발로 나부끼는 회한의 한철이 내게 있었지요. 공원 안 늙은 떡갈나무에 핀 버짐처럼 울퉁불퉁한 날들이 마흔 언저리에 있었답니다. 간절함 없이 신에게 바치는 기도가 길고 지루한 장마 같이 머문 적 있습니다. 쉽사리 소멸될 수 없는 지독한 아픔이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속 저물녘처럼 쓸쓸하게 온몸에 스민 적 있었지요. 바다 집시 바자우족과 함께 떠돌다가 바융도 덮지 않고 마뭇도 치르지 않은 채, 시사팡 섬 모래섬에 묻히고 싶었던 절박함도 있었답니다. 생을 풀어내는 방식이 아직도 어눌한 이차방정식 문제 같은 순간들이 멀지 않은 시절에 있었습니다. 폐사지에 뒹구는 깨진 기왓장에 비추던 달빛의 달콤한 사랑이 잠깐, 스쳐 가기도 했습니다. 주저함 없이 초록 꽃대 쑥쑥 피워 올리는 감성의 페이지 넘기던 그 순간들이 좋았습니다. 그때는 석양도 붉지만 아니하고 분홍이나 푸르렀다는 것을 적도 근처에 거처를 마련한 지금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푸른 징조

적과의 동거를 시작하며 화레스톤을 만났다 나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적과의 생활은 울퉁불퉁했다 깊은 우울 속으로 나를 감금시켰다 그래도, 끊임없이 나로부터의 혁명을 꿈꾸며 시간의 죽음을 넘어 안간힘의 연대기를 지나며 물결에 관한 보고서를 받았다 날짜변경선을 지나 흑해에서 날아온 발칸장미 향기가 바다로 가는 문을 열어 주었다 봄비 내리는 날 파천금을 만나며 그 여자가 남기고 간 화레스톤을 보았다 이제, 페루의 바닷가에서 로맹가리와 뫼르소를 데리고 자카르타로 간다 그곳에서 청사포의 봄과 사월의 눈을 그리워 할 것이다 다시, 옛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더 이상의 구토는 없으리라 세상, 저 너머로 떠나간 나의 혜린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2013년 봄이 오는 모지포 작업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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