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롱프뢰유는 <단순한 시각적 체험>에 머물지 않고 <사유를 흔들 수 있고 환상의 본질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감각적 체험>이며, 이 점에서 트롱프뢰유의 <가짜>는 우리가 직접 겪을 수 없는, 과거와 미래 속에 존재하는 삶들을 <손이 닿을 수 있게> 재현해 놓은 문학과 예술의 <허구>로 이어진다. 마일리스 드 케랑갈은 폴라 카르스트가 그리는 트롱프뢰유를 통해 예술과 현실의 문제, 허구와 실재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셈이다.
이 소설의 서술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보다 화자가 사건들의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에 있다. 즉 여기저기서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건들 틈에서 진짜 중요한 일, 진짜 가슴 아픈 진실은 언제나 들릴 듯 말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혹은 허무맹랑해 보이는 기이한 독백들 속에, 짧고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리츠로 처음 찾아간 아리안이 쏠랄에게 내뱉은 “더러운 유대인”(1권 447면)이라는 말은(열살의 꼬엔을 정체성의 위기로 몰아넣은 게 이 말이었음을 기억하자) 이후 직접 발화되지 못하고 두서없는 헛소리같이 이어지는 아리안의 독백 속에 “두마디”(2권 167면)라는 말로 등장할 뿐이다. (…) 중요한 진실의 조각들은, 애정을 쏟아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미처 듣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는 말들처럼, 섬광처럼 번득이며 지나간다. 이 소설의 화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여러 목소리가 앞다투어 쏟아내는 현란한 말 뒤에 가려진, 차마 앞에 내놓지 못하는 상처들에 대한 깊은 탄식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서술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보다 화자가 사건들의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에 있다. 즉 여기저기서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건들 틈에서 진짜 중요한 일, 진짜 가슴 아픈 진실은 언제나 들릴 듯 말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혹은 허무맹랑해 보이는 기이한 독백들 속에, 짧고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리츠로 처음 찾아간 아리안이 쏠랄에게 내뱉은 “더러운 유대인”(1권 447면)이라는 말은(열살의 꼬엔을 정체성의 위기로 몰아넣은 게 이 말이었음을 기억하자) 이후 직접 발화되지 못하고 두서없는 헛소리같이 이어지는 아리안의 독백 속에 “두마디”(2권 167면)라는 말로 등장할 뿐이다. (…) 중요한 진실의 조각들은, 애정을 쏟아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미처 듣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는 말들처럼, 섬광처럼 번득이며 지나간다. 이 소설의 화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여러 목소리가 앞다투어 쏟아내는 현란한 말 뒤에 가려진, 차마 앞에 내놓지 못하는 상처들에 대한 깊은 탄식이라 할 수 있다.
『중력과 은총』은 밑으로 끌어내리는 중력에 맡겨진 인간의 불행과 초자연의 빛인 은총을 통한 구원이라는 기독교적인 주제에서 출발한다. 물론 이는 ‘죄가 많은 곳에 은총이 넘친다’는 기독교적 구원관을 잇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종교적 수상록이라기보다는 기독교적 비극성에서 출발하여 모든 인간이 처한 근본적 삶의 조건을 파헤친 인간 탐구의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