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권력에 저항할 담력도 추진력도 모자라는 나는, 눈이나마 옳게 뜨고 보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20세기를 넘기고 보니, 그런대로 동공(瞳孔) 바닥에 쌓인 것이 누룩처럼 곰삭아서 쥐어짜면 간장으로 스여질 곳이 있음직도 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 끝에 대담집(對談集)을 내보기로 한 것인데, 한반도의 20세기는 워낙 격랑의 시대여서 내 생애의 역정(歷程)도 평탄치는 않았지만, 견문기(見聞記)요, 교우록(交友錄)이요, 자전(自傳)의 일부가 되기도 한 이 대담집은, 6.25의 비극으로 아깝게 유명(幽明)을 달리한 선배와 친구들의 레퀴엠[鎭魂曲]이 되기도 한 것 같아 가슴이 아리고도 후련한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