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라는 것에 오래도록 마음을 빼앗겨왔습니다.
빛과 그림자, 의식과 무의식, 우연과 필연 같은 영역들 사이에 접면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실체를 알아차릴 수 있을지, 이쪽도 저쪽도 아닌 미지의 거점에서 인간의 의지는 의미를 지닐지, 혹 그것이 속해 있는 경계조차 허물 만큼 강력해질 수 있다면 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될지. 허공 속 질문과 답의 틈새를 오가며 이 소설을 썼습니다.
어쩌면 어디에도 온전히 뿌리내리고 속하기를 원치 않는 저에게 썩 어울리는 상상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부유하고 방랑하는 인간으로 영영 정처 없이 살아가며, 다만 앞으로도 쭉 글을 쓸 수 있다면 이번 생에 그보다 더한 사치는 없으리라 여기고 있습니다.
박화성소설상이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걸어주신 주최 측과 심사위원, 함께 정성스럽게 빚어주신 출판사,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펼쳐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마다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치열하게 분투하는 우리에게 기쁨과 고요가 자주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아끼는 계절의 경계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2025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