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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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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큰글자책] 아직 오지 않은 시>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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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성래가 몰두하는 기나긴 속죄의 과정이 자신의 죄를 사하는 길이 아니라 당신의 죄 없음을 증명하는 여정이 된다는 것은 참혹하게 아름답다. 그는 쓴다, 마주 본 당신의 무결함을. 용서는 구하지 않을 테고 또 구할 수도 없겠지만, 누구든 사랑해 버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우리네 너절한 인생에서 시인은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게 마치 다정한 변명이라도 된다는 듯이. 죽이며 죽어 가는 세계의 대속이라도 된다는 듯이. 외로움을 앓는 이에게 내미는 힘겨운 안부라도 된다는 듯이. 지긋한 생활을 맨몸으로 맞으며 시집 속의 ‘나’들은 기도문처럼 반성을 왼다. “살아도 되는 사람처럼 살아서”(「창원」) 제 안에 남은 갖은 종류의 폭력을 거듭 목격한다. 『천국어 사전』을 펼쳐 읽으면 누구라도 절로 간절해질 것이다. 황급히 천사라도 되어 발음해 본 적 없는 천국어로 구원을 남발하고 싶어질 테니까.
2.
당신을 파랑하는 마음으로 여기에도 거기에도 사랑이 있다. 그래서 파랑을 본다. 바다도 우주도 아이도 세포도 모두 우리라고 부른다. 한요나 시인은 사랑과 파랑을 이야기한다. 색채어이기도 한 ‘파랑’은 바다의 물결(波浪)로, 해수의 주기적인 운동을 의미한다. 이 운동은 파를 일으키는 외력과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복원력에 의해 유지된다. 이는 ‘사랑’과 묘하게 닮아있다. 사랑 또한 외력으로 작용하는 삶의 풍파와 그럼에도 그 속에서 죽지 않고 버틸 이유를 만들어주려는 누군가의 애처로운 복원력으로 지속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한요나의 시적 주체인 ‘나’는 ‘너’ 혹은 ‘당신’으로 불리는 사람에 의해 살아남게 된 경험을 줄곧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자신을 살려준 누군가에게만 집중하지는 않는다. 그와 빠른 속도로 결속하여 ‘우리’가 된 이후, 죽음 충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시집 바깥의 누군가를 구하려 한다. 이 시집을 읽을 누군가이자 세계로부터 매 순간 죽음을 종용받아온 당신, 그 당신에게로 가서 당신을 살게 하는 마음이 되고자 한다. 아직 오지 않은 당신, 그런 당신이 반드시 온다고 믿으며 “파도를 닮으려”(「러브 마이 라이프」)는 마음으로 도래할 당신을 예비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침내 도착한 당신, 당신에게 이 시집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다음에 또 만날 때 살아 있(「사람마음」)”어 주는 것,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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