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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주노 디아스 (Junot Diaz)

성별:남성

국적:아메리카 > 북아메리카 > 미국

출생:1968년, 도미니카 산토도밍고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3년 11월 <(우리동네책공장) 초등학생 추천도서 7권세트 / 세계창작동화 / 우정그림책 / 창작그림책>

사랑에 빠진 '꼴통'들에게 보내는 수다스럽고 아름다운 인생 찬가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으로 2008년 퓰리처상(2007년도 수상작은 코맥 맥카시의 <로드>)을 수상한 미국의 도미니카계 작가 주노 디아스를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고, 왕성하게 활동 중인 젊은 작가는 록 페스티벌의 한 가운에데에서 회신을 보내왔다. 개인과 민족의 역사에 드리워진 '저주'를 눈부신 희망의 이름으로 타개하는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처럼, 명쾌하고 깊이 있는 답변을 전해온 그. 단어로 이루어진 강줄기를 통해 당신의 심장에 도착하려는 한 작가의 진심을 만나보시길. (인터뷰 | 알라딘 도서팀 김재욱, 번역 | 문학동네) 
 
 
"단어들로 이루어진 같은 강줄기가 나를 당신에게로, 당신을 내게로 데려와줄 것이다."


알라딘 : 서면으로나마 만나게 되어 반갑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이하 <오스카 와오>)을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다. <오스카 와오>는 매우 다층적인 소설로 보인다. 한 나라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며, 그 속에서 살아온 가족의 역사도 같은 비중으로 다룬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자의 자식 세대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이민자들의 역사를 함께 다루는 식이다. SF나 판타지와 같은 서브 장르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고, 큐어와 같은 영미권 대중문화의 영향(대체로 쿨한 선택들)도 있다. 바람둥이와 꼴통의 세계가 공존하며, 궁극적 가난에 대한 묘사도 선명하다.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결말을 지녔는가 하면, 유쾌하면서도 가슴 아픈 진실을 포함하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수다와 각주들이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사랑에 대한 것이다. 사실 난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의 끝에 정말이지 충격적인 결말이 있을 줄 알았다. 이를테면 ‘유니오르는 주노 디아스였다’와 같은. 그만큼 완벽한 현실을 구현한 듯한데 (판타지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 작가 자신은 얼마나 투영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주노 디아스 : 결코 내 모습이 충분히 반영된 건 아니다. 유니오르와 오스카가 내 삶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들은 나도 아니고 내가 아는 그 누구도 아니다. 나는 무지막지하게 엄격하고 독단적인 군인 같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트루히요 정권의 역사는 규율주의자 아버지와 함께했던 내 어린 시절을 표현하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었다. 그 정도가 이 작품에 나를 투영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알라딘 : 퓰리처상은 가급적 미국적 주제를 다룬, 현재 미국의 상황을 적확히 표현한 작품에 수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스카 와오>는 도미니칸-아메리칸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배경에 이민자들의 삶이라기보다는 도미니카의 역사 자체가 주를 이루기도 한다. 미국 사회에서 소수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이랄까. 도미니칸인 동시에 미국인으로서 전달하고 싶었던 주요한 주제는 무엇인가.

주노 디아스 : 미국이 자국의 힘을 동원해 도미니카 공화국이나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 어떤 식으로 군대를 주둔시켜왔고, 또 해외 주둔을 통해 자국의 힘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한 누구도 결코 미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오십 개 주로만 끝나지 않는다. 미국은 마지막 군대, 마지막 미군 달러가 주둔한 곳에서 끝난다.


"아이작 아시모프, 옥타비아 버틀러, 새뮤얼 R. 델러니, 후안 룰포도 있다."  

알라딘 : 소설을 읽으면 GG 마르케스, 로버트 하인라인, JRR 톨킨과 같은 거인들의 영향을 꽤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 영향을 준 작가나 작품의 이름을 꼽아본다면. 동세대 작가들 중에는 누구를 주목하고, 누구와 교류하고 있는지도 알고 싶다.

주노 디아스 : 당신이 언급한 모든 작가야말로 내가 글 쓰고 책 읽기를 사랑하는 주된 이유이다. 또한 아이작 아시모프, 옥타비아 버틀러, 새뮤얼 R. 델러니, 후안 룰포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 음, 어려운 질문이다. 대중소설로는 스티븐 킹의 <스탠드>가 있겠고, 문학적인 작품으로는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와 파트리크 샤무아조의 <텍사코>가 있다. 이 모든 작가가 내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내가 주목하는 작가는 에드위지 댄티캣, 크리스 아바니, R. 스콧 배커, 한나 틴티이다.

알라딘 : <오스카 와오>는 방대한 분량의 각주가 하나의 축을 이루는 소설이다. 이 각주들은 어떻게 읽어내는 것이 옳은가? 작품과 함께 읽어나가는 것, 혹은 작품을 모두 읽은 후 확인해 나가는 것 중에서 말이다.

주노 디아스 : 그건 독자가 선택할 몫이다. 이 책은 독자들이 서로 마음껏 주고받고 놀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제 이 책은 독자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어떻게 다시 조립할 것인지는 독자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독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우리 스스로는 이 세상의 축복이거나 저주이거나 한 것이다."  

알라딘 : 옮긴이의 말을 보면 원문에는 ‘번역문이나 서체 변환조차 없이’ 스팽글리시를 구사했다고 적혀 있다.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한국의) 독자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부분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넘어 멀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이처럼 극단적인 방식으로 (독해에 노력을 요하는) 소설을 쓴 이유가 궁금하다.

주노 디아스 : 그건 아마도 인간이란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고,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개인적인 역사에 다가가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알라딘 :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푸쿠’의 역사와 그에 대항하는 ‘사파’에 대해 보충 설명을 부탁한다.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은 이미 소설을 통해 전달했겠지만, 주석을 조금 달아준다는 느낌으로 말해주면 좋을 듯하다. (사실 주석도 이미 달려 있기는 하지만.)

주노 디아스 : 이 책이 갖는 힘의 일부는 이 두 단어의 융통성과 불확실성에 있다. 저주와 치유, 사실 이 단어들은 ‘신세계’의 문화에서 매우 강렬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다. ‘신세계’는 그곳이 미국이든 도미니카 공화국이든 간에 이 개념들에 의해 고통받아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는 이 세상의 축복이거나 저주이거나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푸쿠와 사파를 통해 미국 문화에서 매우 특별하면서도 중요한 테마들에 태클을 걸고자 시도했다.


"고통, 기쁨, 고독, 감동 같은 것."  

알라딘 : ‘도미니카’는 이름은 익숙해도 중남미의 다른 나라들처럼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나라는 아니다. 나 또한 도미니카는 페드로 마르티네스, 매니 라미레즈의 고향 정도로 알고 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도미니카의 역사는 한국의 현대사와 닮은 부분이 많다. 현재의 도미니카와 이민자들의 삶에 대해 약간 설명해 준다면.

주노 디아스 : 현대 도미니카 공화국은 민주주의를 가장하고 있다. 물론 선거도 있고 정당도 있지만, 권력의 대부분은 극소수 엘리트에게 집중되어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가난한 나라이지만, 미국의 도미니카 이민자들은 놀랍게도 성공적이고 역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본국의 환경도 개선되고는 있다. 도미니카계 이민자들은 맨해튼 북부 지역을 거의 점령했다. 137번가부터 207번가까지 도미니카인 사회가 죽 들어서 있다. 한때는 죽었던 지역이지만 우리 도미니카계 이민자들이 다시 활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물론 도미니카는 야구와 음악, 해변으로 유명하지만, 또한 학자, 오페라 가수, 건축가, 그리고 물론 작가들로도 유명하다. 

알라딘 : 이번 (퓰리처상) 수상으로 인해 당신은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버나드 말라무드와 같은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게 되었다. 대단한 영예라고 생각되는데, 작가로서 더 원하거나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궁극적으로 작품 활동을 통해 지향하는 지점을 말해주어도 좋다.

주노 디아스 : 작가로서 나는 인간의 복잡성을 다루고 싶다. 고통, 기쁨, 고독, 감동 같은 것. 나는 내가 죽고 나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친구나 동료 없이 외로워하는 어린 독자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그가 내 글에서 마음의 형제자매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내 학생들은 엔지니어, 물리학자, 컴퓨터 공학자가 될 사람들이다."  

알라딘 : MIT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다. 당신의 수업 방식이 궁금하다.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소설의 성공 이후 당신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 같은 것이 변하지는 않았나.

주노 디아스 : 아하! 내 학생들은 엔지니어, 물리학자, 컴퓨터 공학자가 될 사람들이다. 그들은 작가로서의 나나 내가 받은 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나는 글쓰기 연습을 통해 어떻게 하면 비판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가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모든 교육이 젊은이들에게 제시하는 방향은 같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알라딘 : 굉장한 과작 작가인데, 이렇게 글을 쓰는데 오래 걸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소설을 쓰는 방식이랄까, 작업 방식, 작업 시간대 등도 궁금하다.

주노 디아스 : 집필 속도가 왜 느린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냥 이게 나의 작업 스타일이다. 나는 매일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글을 쓴다. 정말 아주 많은 양의 원고를 쓴다. 하나의 방향을 잡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지만,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을 때는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아웃라인을 정해놓고 그대로 따르는 작가라면 더 많은 작품을 쓰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 작품들은 늘 작업 중에 있다. 아마 그게 책으로 완성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책으로, 희망으로, 천재성으로 가득 찬 책장 앞에 섰던 기억이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  

알라딘 : 처음 글을 쓰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작가가 되는 것을 어떻게 열망하게 되었는지, 계기나 원동력이 있다면 듣고 싶다.

주노 디아스 : 독서에 대한 열정, 내 손으로 느꼈던 책의 무게, 그리고 책으로, 희망으로, 천재성으로 가득 찬 책장 앞에 섰던 어린 날의 기억이 나를 작가로 만들었다.

알라딘 : 이야기 속에 종종 등장하는 ‘얼굴 없는 사내’는 ‘푸쿠’의 현현이라고 보아도 좋을까? 혹은 실제로 그런 사내를 만나거나 목격한 적이 있는지.

주노 디아스 : 때때로 그 남자가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알라딘 :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과 유럽) 문학의 조류는 9.11 이후 급격하게 바뀐 듯한 느낌이다. 주목 받는 작가들의 국적이 달라졌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도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실제로 그 사건 이후 작가적으로 주목받는 정도가 달라졌다던가 하는 사례가 있을까?

주노 디아스 : 글쎄. 어떤 사람도, 정말이지 ‘어떤 사람’도 9.11 전에는 아랍이나 이슬람권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사람’이 이들의 삶에 대해 읽고 있다. 9?11은 미국인에게 이 세상에 우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우리의 형제자매들에게, 무엇보다도 서로 다른 모든 인류에게 손을 뻗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끔찍한 재앙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여기서 내가 인류라고 지칭한 사람들은 연민을 느낄 줄 알고, 공평하며 정의로운 마인드를 가진 자들이다.


"물론 사람들이 나보고 종종 ‘꼴통’이라고 한다."  

알라딘 : 혹시 한국의 문학작품을 읽어보았는지? 읽어보았다면 어떤 작품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알고 싶다.


주노 디아스 : 한국 문학보다는 한국 영화에 대해서 좀더 많이 안다. 한국 작가보다는 봉준호, 강제규, 박찬욱 같은 감독들에 대해서 더 잘 안다. 이는 한국 작가들이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무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주 좋아했던 한국 소설이 하나 있다.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정말이지 최고였다.

알라딘 : 만화(manhwa), 반찬(banchan), 한국전쟁, 군사정권, 식민지 시절까지 한국에 대해 빠삭하다는 인터뷰를 보았다. 개인적으로는 ‘윤미경’과 같은 만화가를 좋아한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 일하는 알라딘은 인터넷서점인데 ‘윤미경’의 작품을 ‘레이디스 코믹’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무언가 당신이 오스카와 겹쳐 보이기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이 ‘도미니칸 톨킨’을 꿈꾸는 것도 그렇고, 서브 장르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봐도 그렇고, 실상은 어떤가. 당신도 ‘꼴통’으로 분류된 적은 없나.

주노 디아스 : 물론 사람들이 나보고 종종 ‘꼴통’이라고 한다. 특히 내가 자랐던, 지식인보다는 노동자가 많았던 이민자 사회에서 말이다. 그러나 MIT에서 나는 ‘꼴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곳에서 나는 완전히 보통 사람이다. 내 소설처럼 나는 많은 요소로 이루어졌고,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어느 한 부류로 구분하긴 어려운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길 좋아한다. 한국에 관한 내 지식들은 뉴저지에서 성장하면서 주변의 한국인에게서 보고 들은 것들이다.

"오 아니다, BBC가 아니었다."  

알라딘 : BBC 미니시리즈 작업을 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소설을 창작하는 것 외에 과외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뉴저지에서의 삶이라던가, 개인적으로 즐기고 있는 취미 생활을 함께 공개해주어도 좋겠다.

주노 디아스 : 오 아니다, BBC가 아니었다. 예전에 한 번 독립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해본 적은 있지만 그 외에 더 해본 건 없다. 그러나 나는 책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영화도 좋아한다. 또한 음악도 좋아한다. 특히 춤출 수 있는 음악. 나는 힙합, 살사, 메렝게, 바차타의 열렬한 팬이다. 그리고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이 세상의 다른 곳을 여행하고자 노력한다. 내 또다른 열렬한 관심사가 여행이기 때문이다.

알라딘 : 원서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긴 문장 중에서 가장 긴 것은 한국어판에서 62줄이나 된다. (당신이 Sydney Writers' Festival에서 직접 낭송했던 부분으로 오스카가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사전 경고 없이 산토도밍고의 섬에 남기로 결정하는 장면이다.) 이것은 중남미를 생각할 때 떠올리게 되는 (다소 수다스러운) 쾌활함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그저 당신의 취향인지.

주노 디아스 : 둘 다일 수 있을 것 같다. ‘모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굉장한 일인지 표현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하나의 긴 문장으로 표현하면 어떤 느낌을 줄까 궁금하기도 했고.


"삶은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이 세상에 맞서 노력하는 것, 희망과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알라딘 : 도미니카의 역사를 다룬 이야기로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것이 미국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감이 잘 안 온다. 비슷한 일례로 생각되는 것은 일본에 거주하는, 그 중에서도 일본의 침략 이후 타의에 의해 일본에 머물게 된 재일 한국인의 후손이 일본의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 정도인 것도 같고,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다인종 다문화로 상징되는 미국에서는 다른 의미(보다 소소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쪽이 맞을까.

주노 디아스 : 분명히 다른 경우이지만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은 한때 일본의 식민지였고 수많은 만행을 견뎌야 했다. 도미니카는 미국의 식민지였고, 지금도 간접적인 식민지이다. 우리가 느끼는 공포의 대부분은 역사에서 더 일찍 벌어졌던 반면 한국인이 지닌 상처는, 비록 서서히 잊히고 있긴 해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퓰리처상 수상은 나 같은 작가에게는 엄청난 승리였다. 주변 국가에서 온, 주변인의 시선을 가진 작가에게는 말이다. 나는 이 상이 또다른 젊은 작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길 바란다.

알라딘 : 당신은 ‘오스카’의 삶이 충만한 행복으로 차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당신을 비롯한 현대인들은 푸쿠가 당도하지 않도록 쉼 없이 사파를 중얼거려야 한다고 생각하나. 고통의 역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데, 어떤 희망을 품어보면 좋을까.

주노 디아스 : 나는 오스카가 인간다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많은 장애물과 도전에 대항했고, 결국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삶이란 항상 성공에 대한 것일 수는 없다. 삶은 전혀 호의적이지 않은 이 세상에 맞서 노력하는 것, 희망과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역사는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참으로 고통스러운 것이다. 자본주의는 우리 역사의 일부이고, 그것은 많은 혜택을 준 만큼 많은 이들을 억압하고 있다. 사파는 우리 모두가 잘못된 과거의 역사를 바로잡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데 참여해야 한다는 신호이다. 우리 인류에게 유일한 희망은 우리 자신을 구원할 이야기를 우리가 만든다는 점이다. 결국 이야기는 우리가 가진 전부이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보다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독서는 인류가 가진 몇 안 되는 가장 위대한 사명이며, 나는 이를 굳게 믿는다."  

알라딘 : 앞으로의 계획(현재 집필 중인 작품)은 어떤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을까.

주노 디아스 : 레이건 통치하의 미국에서 자란 아이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종말론적 공포심을 뒤집어엎는 소설을 쓰려고 한다. 그 당시 핵으로 인한 멸망에 대한 공포는 정말 현실적인 것이었다. 이 정도가 지금 말할 수 있는 전부이다. 나머지는 그저 이야기의 실타래를 따라갈 뿐이다.

알라딘 : 끝으로 한국의 팬들, 특히 알라딘 회원들을 위한 간단한 인사말을 부탁한다. (알라딘은 인터넷서점이지만 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 많고, <오스카 와오> 또한 아주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주노 디아스 : 먼저, 누구라도 내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영광이다. 정말 감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화, 우리의 보다 나은 삶에 대해 읽는 것이며,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책을 읽는 것은 비이성과 증오에 대항해 전 세계 문명,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있는 이 아름다운 문명을 돕는 것이기도 하다. 독서는 인류가 가진 몇 안 되는 가장 위대한 사명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지구의 다른 한편에서, 내가 모르는 언어로 형제자매들이 조용히 독서라는 예술을 연마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독서는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 즉 복잡성, 두려움, 희망에 대해 알게 해준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도 기쁘게 한다. 나의 가장 큰 희망은 언젠가 알라딘 회원이 쓴 책을 영어로 읽게 되는 것이다. 단어들로 이루어진 같은 강줄기가 나를 당신에게로, 당신을 내게로 데려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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