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베를린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해 2019년 4월에 완성했다. 나는 끊임없이 용징의 기억을 파고 들어갔다. 줄곧 그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으나, 오히려 계속 그곳을 글로 쓰고 있었다. 다 쓰고 나면 울음이 터질 줄 알았는데 마지막 한 문장을 쓴 뒤, 울기 좋아하는 울보 귀신인 나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저 눈앞의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종잡을 수 없었다. 고개를 숙여 몸을 살폈다. 피부와 뼈와 살이 시야에서 천천히 흐려지더니 점차 투명해졌다.
내가 정말로 귀신으로 변할까 두려워서 얼른 원고를 편집자에게 보낸 다음, 침대에 올라가서 잤다.
아주 편안하게 잘 잤다.
이런 시각이면 귀신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용징이 슬그머니 베를린의 내 방으로 들어와 내 옆에 함께 누웠다. _천쓰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