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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예술

이름:김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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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미술치료학개론>

오늘 밤, 나 혼자 만나는 나에게

오늘 아침 바쁘게 하루를 시작해서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벌써 밤이 되었다. 내가 오늘 하루 뭘 했지? 생각해보면 오늘도 어제와 별 차이 없는 그렇고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 쳇바퀴 도는 것 같은 하루하루, 그리고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막막함…. 어릴 적에 어른이 되면 고민도 없어지고 더 행복해지리라 여겼는데, 실제로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도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를 ‘행복’에서 찾는다. 그런데 막상 행복이 무엇인지, 또 행복한지 물으면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왜 그럴까? 혹시 행복추구권이라고 들어봤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에 명시된 우리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왜 나는 헌법이 보장하는 이 권리를 제대로 향유하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걸까? 우리는 왜 행복추구권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마도 일상이 너무나 바삐 돌아가기 때문 아닐까. 허겁지겁 씻고 나가 지각하지 않으려 종종걸음을 쳐야 하고, 온종일 끝없이 밀려오는 일거리에 파묻혀 있다 보면 어느 새 하루해가 넘어간다. 주말이 되면 잠깐 한숨 돌리기는 한다. ‘주말에 나를 위해 무언가 좀 해볼까?’하고 잠시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내 포기한다. 어김없이 월요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상을 버텨낼 에너지를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다. 그걸로 또 한 주를 보내고…. 그렇게 또 한 주를 맞고…. 그렇게 일상은 반복된다. 이 삶은 무엇을 위한 걸까? 마음은 불안정하고, 가슴에 품은 뚜렷한 목표나 목적도 없다. 그렇게 매일을 살아내는 내가 가끔은 너무 불쌍하다는 느낌이 든다.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에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지 못한다. 스무 살 이후 잔주름은 점점 늘어나기만 하고, 거울보기가 꺼려진다.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는 친구는 생각만 해도 화가 난다. 하고 싶은 말을 삼켜야 살아갈 수 있는 이 세상에 짜증이 난다. 내 지갑 사정은 늘 빠듯하다. 장바구니 속 물건들은 여전히 결제만을 기다리고 있다. 때론 나 자신에게 적당한 핑계를 대고 결제를 미루거나, 싼 것을 고르기도 한다. 그럴 때면 우울하다. 한 번 우울해지기 시작하면 자존감이고 뭐고 땅끝까지 떨어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마음이 어두워지면, 핸드폰이 도피처이다. 그런데 SNS를 보니 누구는 스테이크를 썰고 있고, 누구는 남친에게 받은 명품백을 자랑 중이다. 또 누구는 야자수 앞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셀카를 올렸다. 다들 참 즐거워 보인다. 마냥 행복한 듯 웃고 있는 그들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그래서 지는 기분이 든다. 한숨이 나오고 어깨가 뻐근한 늦은 밤 잠도 잘 오지 않는데 귓가에 누군가 속삭인다. “있잖아. 너 지금 힐링이 필요해!” 그런데…, 이건 내 목소리다. 내 마음속 내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 지금 많이 지쳐 있으니, 계속 달리지 말고 한숨 돌리고 가라고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쉬어야지…’하고 마음을 먹어도 어떻게 쉬는 것이 잘 쉬는 건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냥 잠이나 자야 하나?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가야 하나? 아니면 몸에 좋은 거라도 챙겨 먹어야 하나? 열심히 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살다 보니 제대로 쉬고 놀 줄도 모르게 됐다. 이젠 휴식도 나에게는 하나의 숙제이다. 가끔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이 날 때면 전화통을 붙잡고 친구에게 구구절절 하소연을 하곤 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친구들이 정말 내 속마음을 알아주기나 할까?’ 친구에게 하소연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같이 화도 내고, 같이 웃어도 주었지만 그녀가 내 마음을 100% 알아챘을까? 어쩌면 자신의 일만으로도 벅찬 그녀가 그냥 내 기분을 맞춰주기만 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진정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있기는 할까? 내 마음을 모두 이해하고 진심으로 나를 토닥여줄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나만큼 나를 잘 알고, 공감해 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다. 내가 평소에 잊었던,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그러나 나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해 주는 세상에 유일한 그 사람. 바로 나 자신이다. 오늘 밤, 나 혼자 나를 만나보자. 힘들고 지쳤을 나를 꼭 껴안아주자.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나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해 보자. 오늘 밤, 나 혼자 만나는 나에게 그동안 마음 쓰지 못해 미안하다고 용서를 빌자. '괜찮아 힘내!'라고 용기를 주자. 오늘 밤, 나 혼자 만나는 나에게 정말 사랑한다고 고백하자. 오늘 밤, 나 혼자 만나는 나에게…. - 프롤로그

치유미술관

Ⅰ. 그림은 힘이 세다. 사람들을 감동에 몸을 떨게 할 수도 있고, 눈물을 흘리게 할 수도 있다. 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아픔을 치유해주기도 한다. 그림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림의 힘을 상징하는 대표적 표현이 ‘스탕달 신드롬’이다.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Stendhal)은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성당에서 귀도 레니(Guido Reni)가 그린 <베아트리체 첸치(Beatrice Cenci)>를 보고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황홀경을 맛봤다. 그는 “아름다움의 절정에 빠져 있다가 천상의 희열을 느끼는 경지에 도달했다. 모든 것이 살아 일어나듯 내 영혼에 말을 건넸다”라고 일기에 썼다. 그 일화가 계기가 돼 훌륭한 예술작품을 보고 순간적으로 가슴이 뛰고 황홀경 같은 강한 감정에 빠지는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스탕달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격렬한 흥분이나 감흥, 우울증 현기증 등 각종 분열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베아트리체 첸치>는 레니가 존속살해죄로 참수형을 앞둔 22살 꽃다운 처녀 베아트리체 첸치를 그린 것이다. 그녀는 ‘짐승’같은 아버지 프란체스코 첸치(Francesco Cenci)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등 온갖 학대를 견디다 못해 계모 등 가족들과 함께 망치로 아버지를 때려죽인 뒤 추락사로 위장했다. 그러나 ‘위장’이 발각돼 체포되었고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녀는 8년여 동안 감옥에서 지내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현재는 엘리자베타 시라니(Elisabetta Sirani)가 레니의 작품을 모사한 <베아트리체 첸치>가 더 유명하다. 베아트리체의 고뇌와 슬픔을 더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라니의 감정이입이 한 몫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시라니의 아버지는 원래 화가지망생이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때문에 딸에게 집착하며 스파르타식 그림 교육을 시키는 등 강압적으로 양육했다고 한다. 시라니는 17살 어린 나이에 화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전도유망한 화가였다. 아버지는 그런 딸의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술주정꾼 아버지는 딸에게 더 많은 그림을 그리라고 압박했고, 이 때문에 시라니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베아트리체 첸치>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녀는 그 그림을 모사하며 자신의 내면을 반영했고, 그래서 원작보다 더 애잔한 표정을 그려낼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스탕달은 <베아트리체 첸치>를 ‘감상’하면서 그림의 힘을 경험했다. 시라니는 <베아트리체 첸치>를 ‘그리면서’ 그림의 힘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 힘은 아마도 시라니가 그림 그리기에 ‘몰입’하며 느낀 마음의 평화였을 것이다. 화가들은 흔히 주변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그림에만 집중하는 삼매경에 빠진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분출하고 정화한다. 또 불안이나 상처를 극복하거나 갈등을 해소하기도 한다. 시라니도 그림을 그리며 ‘아버지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버거운 일상을 잊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시라니에게 그림 그리는 일은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학대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Ⅱ. <치유미술관>은 가상공간인 ‘소울마음연구소’의 내담자 일지를 묶은 것이다. 내담자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유명화가들이다. 빈센트 반 고흐,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조금은 낯설 수 있는 베르트 모리조,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등 여류화가들도 있다. 모두 15명. 16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인물들이다. 그들 모두 마음이 아파 고통 받았었다. 때로는 동정받기도 했고, ‘문제화가’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들이 ‘소울마음연구소’를 찾아오기도 했고, 연구소장 ‘닥터 소울’이 출장 상담을 가기도 했다. 그 덕에 ‘닥터 소울’이 조금 분주하기는 했다. 그러나 ‘닥터 소울’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가상이라고 해서 모든 내용이 허구인 것은 아니다. 필요한 상황만 설정했을 뿐 결정적 내용들은 모두 사실이다. 답변 내용 중 상당부분은 그들이 직접 한 이야기들이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그들의 말, 표현들을 가상 상황에서 풀어냈다. 달리 말하면, <치유미술관>은 역사 속에 존재했던 화가들의 실제 이야기들, 즉 팩트(fact)와 ‘닥터 소울’을 만나는 픽션(faction)이 합쳐진 팩션(faction) 형식으로 꾸며졌다. 독특한 미술사 판타지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거나,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하는 사실들은 ‘닥터 소울’ 나름의 판단에 따라 특정 방향으로 해석했다. 참…, ‘닥터 소울’은 현재 대한민국 서울에서 미술치료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임상 경험을 축적한 미술심리치료 전문가임을 밝혀둔다. Ⅲ. <치유미술관>은 한마디로 ‘문제화가’의 아픔이 낳은 명화 이야기들이다. 화가의 아픔을 공감하는 정도에 따라 명화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화가의 아픔과 치유과정을 통해 명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기쁨을 느끼기를 기원하며…. - 저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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