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그때 죽지 않았다면, 김옥균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비추어졌을까? 친일파, 독립운동가, 무역상, 방랑 시인, 투기꾼……. 무한 상상이 가능하리라. 많은 사람이 박영효처럼 친일파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김옥균이 죽을 때와 자리를 잘 선택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대담한 기질과 모험적 열정,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성격, 조선의 독립을 향한 일편단심 등을 반추해보면, 오히려 만주 벌판의 독립운동가나 세계를 누비는 모험적 무역상, 누군가의 자본을 이용한 광산 경영자 등의 모습을 상상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