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햇살이 기분 좋은 아침. 고래섬에 살고 있는 마나가 대문을 열자 복숭아 한 알이 데굴데굴 굴러온다. 따라가 보니 복숭아 나무 밑에 여섯 알의 복숭아가 떨어져 있다. 수북이 모자에 주워 담아 맛을 보려고 입을 크게 벌리는 찰나, 복숭아들이 덜덜 떨기 시작하고 한 복숭아는 눈물까지 흘린다. 자세히 보니 복숭아들이 참 귀엽다. "너는 깨숭아. 너희는 먹숭아와 털숭아. 옆 친구는 눈물이 많으니 울숭아. 너는 이 상황에서도 쿨쿨 잘 자는구나. 잠숭아로 하자. 조금 전의 일로 아직도 토라진 거야? 너는 아무래도 삐숭아가 어울리겠다."
이름을 불러주자 숭아들의 머리에서 귀가 쫑긋 솟고, 옆구리를 간지럽히자 손과 발이 쑥 나오고, 머리를 쓰다듬자 보들보들 머리카락이 자라난다. 아장아장 마나의 뒤를 따라 걸어오는 숭아들. 마나는 양말을 잘라 숭아들에게 옷을 만들어 입혀 주고 함께 살기로 한다. 거북섬까지 헤엄쳐 해초 주스를 마시며 쉬고, 구름을 조물조물 뭉쳐 탈것을 만들고, 얼음꽃 봉오리 안에 숨은 눈송이를 찾아내기도 하고, 마시멜로를 넣은 따뜻한 코코아를 나눠마시며 보내는 고래섬의 사계절. 서로를 꼭 안아 주고, 때로는 토라지고, 다시 웃으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들. 마나와 앙증맞은 숭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루하루가 너무도 다정하고 포근해, 지켜보는 입가에도 절로 흐뭇한 미소가 번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