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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의 호러 소설. 80여 년의 시차를 두고 두 사건이 맞물린다.
1940년대 박준영. 일제강점기 유복한 상인 가네모토가 외아들 유타카와 호화로운 붉은담장집에 살았다. 조선인 간병인인 준영은 자해를 일삼는 외아들의 치료를 맡아 돈, 죽음, 칼이 얽힌 가문의 비밀이 묻힌 지하실에 접근한다.
2020년대 현운주. 소설가였던 외증조모 박준영의 기이한 죽음 이후 적산가옥을 상속받게 된 나는 이 집에서 망령의 목소리를 들으며 쇠약해져간다. 남편 우형민은 준영의 과민한 신경을 탓하고 돈, 죽음, 칼이 얽힌 사건 속에서 시야가 밝아진다.
불을 머금고 기다린 시뻘건 집의 호화롭고 스산한 이미지가 여름에 잘 어울린다. 여름은 나무집이 머금은 습기를 뿜어내는 계절. 인물이 움직일 때면 원한을 빨아들인 채 스스로 존재하는 집이 내는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오직 호러만이 죽은 자가 죽은 입으로 자기의 목소리를 낸다'는 소설가 조예은의 말처럼, 살아서 제 소리를 내지 못하던 죽은 자들이 이 집에서 비로소 자신의 소리를 낸다. 괴이쩍고 애처로운 이야기를 기다렸다면 이번엔 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