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5일 : 81호

그 많은 '여사님'의 자식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저희 엄마도 청소를 오래 하셨습니다. 2025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겨울 정원>을 읽으며 저처럼 청소부 딸인, 서술자 혜숙의 딸 미래의 입장에 자꾸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소설가인 미래는 '엄마 같은 사람이 주인공이야'하며 빔 벤더슨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노트북으로 재생해주고, 혜숙은 그 영화를 보다 잠들고 맙니다. 제가 엄마에게 떠먹이려 했던 수많은 문화예술 앞에서도 엄마는 이렇게 잠들곤 했습니다.
혜숙은 야쿠쇼 코지가 도쿄의 화장실 청소부 역할을 맡은 이 영화를 보다 '단지 직업만 같을 뿐, 그 사람은 취향이라고 할까, 교양이 있었고 잘생겼다.'(15쪽)고 말합니다. 청소부 딸인 저도 이 영화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도쿄시의 '더 도쿄 토일렛(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의 캠페인으로 제작된 영화라 이 영화속 화장실은 모두 그토록 청결하다고 합니다.) 참 아름다운 영화인데 청소부인 우리 엄마의 삶과도, 청소부 딸인 제 삶과도 뭔가 붙지는 않는다는 느낌이라 뒷맛이 석연찮았습니다. 잘 만든 영화에 개인사정으로 심통이 난 저라 혜숙의 이 대사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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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엄마도 청소를 오래 하셨습니다. 2025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겨울 정원>을 읽으며 저처럼 청소부 딸인, 서술자 혜숙의 딸 미래의 입장에 자꾸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소설가인 미래는 '엄마 같은 사람이 주인공이야'하며 빔 벤더슨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노트북으로 재생해주고, 혜숙은 그 영화를 보다 잠들고 맙니다. 제가 엄마에게 떠먹이려 했던 수많은 문화예술 앞에서도 엄마는 이렇게 잠들곤 했습니다.
혜숙은 야쿠쇼 코지가 도쿄의 화장실 청소부 역할을 맡은 이 영화를 보다 '단지 직업만 같을 뿐, 그 사람은 취향이라고 할까, 교양이 있었고 잘생겼다.'(15쪽)고 말합니다. 청소부 딸인 저도 이 영화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도쿄시의 '더 도쿄 토일렛(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의 캠페인으로 제작된 영화라 이 영화속 화장실은 모두 그토록 청결하다고 합니다.) 참 아름다운 영화인데 청소부인 우리 엄마의 삶과도, 청소부 딸인 제 삶과도 뭔가 붙지는 않는다는 느낌이라 뒷맛이 석연찮았습니다. 잘 만든 영화에 개인사정으로 심통이 난 저라 혜숙의 이 대사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부러 심심하게 찍은 영화처럼 이어지는 리듬감 때문인지 또 다른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혜숙은 도서관 큰글자읽기에서 만난 오인환씨와 짧게 만나는데요, 이 만남과 헤어짐을 보며 올해 칸 영화제 학생 부문 1등을 수상한 허가영 감독의 <첫 여름>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70대 여성 영순은 손녀의 결혼식에 가는 대신 남자친구의 49재에 참석하고 싶은 여성입니다. 자식들을 불편하게 하는 말을 하는 여성, 이런 여성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습니다. 청소 여사님의 수만큼 청소여사님을 어머님으로 둔 자식들도 많을텐데요, 그 자식들과 이 심술과 껄끄러움에 대해 여러 작품을 두고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풍성한 소설이었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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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 텅 비지 않았어. 엄마. 꽃만 졌지 다 그대로잖아.
Q :
과거 쿠마리였던 한 네팔 출신 여성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되고, 법정 통역사 ‘도화’가 허위 통역 제안을 받으면서 소설 <통역사>가 시작됩니다. 법정 통역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저는 이 소설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이 처음 발아한 순간, 이 소재를 마음에 품은 순간이 궁금합니다.
A :
시나리오 작가들은 많은 경우 아이템 개발을 강박적일 만큼 열심히 합니다. 좀 특이하거나 흥미로운 게 있다 싶으면 바로 메모장을 꺼내 메모해요. 저 역시 그래요. 어딘가에서 ‘법정 통역사’라는 단어를 듣자마자(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흥미로운 직업이라 우연히 귀에 꽂혔고 그 후 바로 이미지가 연결되었습니다. 법정 내에서 오직 혼자만 피고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통역사와 도발적이고 이상한 이야기를 소수 언어로 하는 외국인. 그 언어를 통역해야 하는 통역사의 당황스러운 표정. 여느 때와는 다른 점이라면, 그 순간에는 이야기의 진행보단 법정에서 배우의 퍼포먼스나 표정이 더 먼저 떠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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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과거 쿠마리였던 한 네팔 출신 여성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되고, 법정 통역사 ‘도화’가 허위 통역 제안을 받으면서 소설 <통역사>가 시작됩니다. 법정 통역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저는 이 소설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이 처음 발아한 순간, 이 소재를 마음에 품은 순간이 궁금합니다.
A :
시나리오 작가들은 많은 경우 아이템 개발을 강박적일 만큼 열심히 합니다. 좀 특이하거나 흥미로운 게 있다 싶으면 바로 메모장을 꺼내 메모해요. 저 역시 그래요. 어딘가에서 ‘법정 통역사’라는 단어를 듣자마자(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흥미로운 직업이라 우연히 귀에 꽂혔고 그 후 바로 이미지가 연결되었습니다. 법정 내에서 오직 혼자만 피고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통역사와 도발적이고 이상한 이야기를 소수 언어로 하는 외국인. 그 언어를 통역해야 하는 통역사의 당황스러운 표정. 여느 때와는 다른 점이라면, 그 순간에는 이야기의 진행보단 법정에서 배우의 퍼포먼스나 표정이 더 먼저 떠올랐어요.
Q :
작가님의 전작 《알래스카 한의원》에 이어, 이번 작품 《통역사》에서는 히말라야와 네팔의 풍경이 주요하게 소개됩니다. 다가올 겨울, 작가는 어떤 장소에서 겨울 풍경을 즐기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A :
막 치앙마이를 다녀왔어요. 10월 막바지 낮에는 기온이 30도에 내리쬐는 해가 세더라고요. 밤은 시원한 초여름 같고 초록을 한껏 보았습니다. 여름을 두 번 산 해 같아요. 그래선지 이번 겨울은 작업실에만 있고 싶습니다. 제 개인 작업실은 아니고요. 마포구에 있는 공유 공간입니다. 오래전 시나리오 스승님께서 ‘진정 자유로운 사람은 진짜 쓰고 싶은 기획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통역사》가 끝나면, ‘그냥’ 쓰고 싶거나 써야 하는 기획이 아닌 ‘진짜’ 쓰고 싶은 기획이 있을까, 저 자신도 궁금했는데 느낌상 하나를 발견한 거 같아요. 물론 막상 하다 보면 대부분 가짜일 때가 많아요. 그런데 현재는 왠지 진짜 같아서, 그 안으로 들어가 온전히 이번 겨울을 보내고 싶습니다. 스마트폰을 잘 보지 않고, 지금 먹는 양에 딱 반을 줄이며 천천히 먹고, 말도 좀 줄이고 잠은 충분히 자면서…. 그 기획을 쓰고 완성하며 이번 겨울을 보내고 싶습니다. 아! 강릉으로 오랜 친구들과 겨울 바다도 보러 갈 거예요. 이렇게 보낸다면, 좋은 겨울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Q :
소설에 주요 인물 ‘차미바트’의 네팔어 대사가 주요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작가께서 독자에게 네팔어 한 마디를 가르쳐주신다면, 어떤 단어가 있을까요?
A :
‘나마스테’요.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 사람들이 눈만 마주치면 ‘나마스테’라고 말했어요. 나중에야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나의 신이 그대 안의 신을 존중합니다.’ 그제야 힌두교가 마음의 스케일이 굉장히 큰 종교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 기억하는 네팔어는 그것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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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가 상단, 제목이 중단, 포인트 컬러로 제목을 감싸 강조. 널리 알려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책 틀처럼, 시리즈물은 일정한 템플릿 규칙을 중심으로 표지를 만들어나가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환상수족> 이민하의 신작 시집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서정적인 바탕 이미지로 표지를 전개해나갔던 이 시리즈의 기존 시집들과 다른 방향의 그로테스크한, 환상적인 이미지를 얹어 창비시선이 이민하의 시와 만납니다.
시인 황인찬이 '귀신들, 고양이들, 여자들과 아이들, 그리고 여러 주역 아닌 존재들이' 등장하는 이민하의 시를 먼저 읽고 ' 삶의 슬픔을 가슴 깊이 지닌 채로 당신에게 귀를 기울이기, 그리하여 당신의 슬픔을 함께 나누기. 그 다정하고 서글픈 말하기가 약하고 여린 우리에게 이 세상을 견딜 힘을 나누어준다.'고 추천했습니다.

지난겨울부터 그늘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국내 중·단편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그늘은 중편이라는 새로운 서사 형식과 단편을 통한 독서의 가능성을 실험해 왔으며, 이번 시리즈는 그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정문경 작가의 장편 『루나시움 선물공장』과 김혜영 작가의 단편집 『아보카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서사를 선보였던 그늘은 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힘이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에 있다는 믿음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2025년 초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투고할 수 있는 중·단편선 원고 공모를 열었습니다.
미출간 순수 창작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투고 기준을 최소한으로 마련한 이번 공모에는 단편 350편, 중편 122편의 원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접수된 작품들은 장르와 주제, 문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오늘의 젊은 작가들이 품은 상상력과 실험 정신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늘 편집부는 모든 원고를 꼼꼼히 검토하며 각기 다른 서사의 가능성을 탐색했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열한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이 기획은 오늘날 우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등단 여부나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들이 좋은 작품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했습니다. 문학이 가진 다채로운 가능성을 한 권 한 권의 책 안에 담고자 했으며, 현재의 언어와 감각으로 다시 쓰는 ‘이야기의 자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크게 중편과 단편으로 나누어 구성한 이번 시리즈에서, <그늘 중편선>은 장편소설이 지닌 서사의 힘과 단편소설의 밀도를 동시에 구현하고자 했으며, <그늘 단편선>은 일상 속에서 포착한 소설적 순간의 매력을 짧지만 선명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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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부터 그늘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국내 중·단편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그늘은 중편이라는 새로운 서사 형식과 단편을 통한 독서의 가능성을 실험해 왔으며, 이번 시리즈는 그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정문경 작가의 장편 『루나시움 선물공장』과 김혜영 작가의 단편집 『아보카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서사를 선보였던 그늘은 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힘이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에 있다는 믿음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2025년 초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투고할 수 있는 중·단편선 원고 공모를 열었습니다.
미출간 순수 창작물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투고 기준을 최소한으로 마련한 이번 공모에는 단편 350편, 중편 122편의 원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접수된 작품들은 장르와 주제, 문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오늘의 젊은 작가들이 품은 상상력과 실험 정신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늘 편집부는 모든 원고를 꼼꼼히 검토하며 각기 다른 서사의 가능성을 탐색했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열한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이 기획은 오늘날 우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등단 여부나 경력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들이 좋은 작품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했습니다. 문학이 가진 다채로운 가능성을 한 권 한 권의 책 안에 담고자 했으며, 현재의 언어와 감각으로 다시 쓰는 ‘이야기의 자리’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크게 중편과 단편으로 나누어 구성한 이번 시리즈에서, <그늘 중편선>은 장편소설이 지닌 서사의 힘과 단편소설의 밀도를 동시에 구현하고자 했으며, <그늘 단편선>은 일상 속에서 포착한 소설적 순간의 매력을 짧지만 선명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인간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선택을 다루는 이야기, 계절감과 공간감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이야기, 일상 속 유머와 사랑을 발견하는 이야기, 그리고 강렬한 캐릭터로 과감하게 상황을 바꾸어가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배경에서 우러나온 소설들이 작품을 다루는 저희 편집부의 마음에도 큰 흔적을 남겼습니다. 현재는 시리즈의 첫 도서인 중편 『시스투스』가 발행되어 여러 곳에서 호기심 어린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곧이어 『호텔 V의 투숙객』이 발행되어 단편 시리즈의 시작도 알릴 것입니다.
그늘의 중·단편 시리즈는 블랙 앤 화이트라는 시각적 콘셉트를 기반으로 제작했습니다. 중편선은 화이트 배경에 블랙 포인트를, 단편선은 블랙 배경에 화이트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이는 종이 위의 활자처럼 단정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디자인을 통해, 세상에 스며든 다양한 이야기를 ‘언어의 질서’ 속에서 아름답게 보여주고자 한 시도입니다. 또한 책등에는 제목과 저자명, 출판사명을 과감히 생략하고 작품 속 문장을 배치했습니다. 시리즈를 한데 모았을 때 각 문장이 서로의 세계를 잇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이 완성되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또한 각자의 이야기가 모여 이루어진 세계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입니다.
이제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작업물들이 차례로 세상에 나오고 있습니다. 그늘은 독자들의 사유와 상상력이 이 시리즈를 통해 확장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학이 여전히 살아 있는 언어의 공간이자, 서로 다른 경험이 만나는 통로임을 믿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작가와 독자가 함께하는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자 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문학의 현장을 만들어 가는 자리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 출판사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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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정원>에 이어 엄마에 관한 소설 두 권을 함께 소개해봅니다. 오랜 세월 약국을 지켜온 80대 엄마는 고관절 수술로 혼자 일할 수 없게 되고, 프리랜서 작가인 딸은 잠시 엄마 곁으로 돌아와 약국 일을 돕기로 합니다.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재고를 정리하고 손님에게 인사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잔소리와 짜증이 교차하며 싸우다 유머를 나누는 2년 11개월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영화잡지 기자이자 방송작가로 오래 살아온 작가가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로 소화했습니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의 박서련의 첫 소설집에도 고정관념에서 조금 먼 엄마가 있습니다. 이 엄마는 아들이 게임을 못해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하자 게임 과외를 알아보고 아들보다 먼저 게임을 '선행학습' 합니다. 모니터 속 게임 맵에서 교육열이 펼쳐지는 이야기의 엄마는 늘 보던 엄마보다 훨씬 손이 빠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