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1일 : 71호
더 잘 들키기 위해서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담당자 (저)는 5월 후반기를 여행하며 보냈는데요, 김복희 시인의 이 시집이 읽고 싶어 집에 오고 싶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의 김복희의 신작 시집입니다.
새 인간을 하나 사 왔다 동묘앞 새 시장에서 새 인간을 판다는 소문을 들었다
<새 인간>
'생각보다 새 인간이 너무 가벼워서 놀라워하며 으깨질 것 같아서 두려워 벌벌 떨면서 새 인간을 받아들어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화자의 여정을 함께하는 것 같은 시입니다. 가벼워야 날 수 있기에 새의 뼈에는 공기 주머니가 있고 거의 비어있다는 것을 우리는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한편 영혼의 무게를 재는 것을 시도한 맥두걸이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죽기 전과 죽은 후의 무게의 차이, 21그램의 무게를 맥두걸은 영혼의 무게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보조 영혼>의 무게는 얼마쯤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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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담당자 (저)는 5월 후반기를 여행하며 보냈는데요, 김복희 시인의 이 시집이 읽고 싶어 집에 오고 싶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의 김복희의 신작 시집입니다.
새 인간을 하나 사 왔다 동묘앞 새 시장에서 새 인간을 판다는 소문을 들었다
<새 인간>
'생각보다 새 인간이 너무 가벼워서 놀라워하며 으깨질 것 같아서 두려워 벌벌 떨면서 새 인간을 받아들어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화자의 여정을 함께하는 것 같은 시입니다. 가벼워야 날 수 있기에 새의 뼈에는 공기 주머니가 있고 거의 비어있다는 것을 우리는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한편 영혼의 무게를 재는 것을 시도한 맥두걸이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죽기 전과 죽은 후의 무게의 차이, 21그램의 무게를 맥두걸은 영혼의 무게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보조 영혼>의 무게는 얼마쯤 될까요.
쌀가마니 같네
이 무게가
합하면
아이 여러 명 같네
<요정 고기 손질하기> 부분
자리를 겨우 차지하는 것들, 저울 위에 도통 오르지 않는 것들의 무게를 재어봅니다. 아이, 이름, 날개, 박쥐, 요정, 바늘, 가죽, 비, 노을을 호명하는 동안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시장에서 새 인간을 사올 수는 없다고, 심장은 보여줄 수 없다고 말하는 세상의 규칙을 김복희의 시는 훌쩍 건너 뜁니다. 어쩐지 슬프고 서늘해지는 이 시집과 여름나기를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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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 심장 보여줘 하고 말하면 가짜로라도 가슴을 가르는 시늉을 하며 여깄어 내주는 일 바보야 심장은 왼쪽에 있잖아 말하면 엄마가 뭘 알아 죽으면 다 반대로 해. 엄마를 내가 지켜줄게. 그런 말이 심장에서부터 들리면.
Q :
소설 『페른베』의 서술자인 ‘마음 콜센터’ 상담원 희수는 ‘살아본 적 없는 그 미래를 그리워하는’ (27쪽) 마음을 품고 소설을 이어쓰는 글방에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제게도 안 읽었지만 그리워하고 있는 책, 안 만나봤지만 좋아하게 될 것 같은 사람이 있는데요. 신유진 작가께도 올 여름 그리워하고 있는 미래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오래전에 제가 꿈꿨던 여름밤이 있습니다. 풀벌레 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 반려견이 새근새근 잠자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밤이요. 그런 밤에는 충만해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지금, 그 여름밤을 맞이한 것 같아요. 그리워하던 미래를 만나게 된 거죠. 하지만 가끔, 지금의 저와 다른 길을 가고 있을 또 다른 저를 그려보기도 합니다. 저는 언제나 아직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나 자신이 가장 그리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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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소설 『페른베』의 서술자인 ‘마음 콜센터’ 상담원 희수는 ‘살아본 적 없는 그 미래를 그리워하는’ (27쪽) 마음을 품고 소설을 이어쓰는 글방에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제게도 안 읽었지만 그리워하고 있는 책, 안 만나봤지만 좋아하게 될 것 같은 사람이 있는데요. 신유진 작가께도 올 여름 그리워하고 있는 미래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오래전에 제가 꿈꿨던 여름밤이 있습니다. 풀벌레 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 반려견이 새근새근 잠자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밤이요. 그런 밤에는 충만해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지금, 그 여름밤을 맞이한 것 같아요. 그리워하던 미래를 만나게 된 거죠. 하지만 가끔, 지금의 저와 다른 길을 가고 있을 또 다른 저를 그려보기도 합니다. 저는 언제나 아직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나 자신이 가장 그리운 것 같아요
Q :
소설 『페른베』의 제목은 독일어 페른베(Fernweh)에서 왔다고 소개되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 혹은 되어본 적 없는 나를 그리워하는 마음. 그런 마음을 알아요?) 이 소설은 번역을 하고 산문을 쓰던 여성문학인 전혜린의 이야기를 다시 쓴 것이기도 한데요, 아직 전혜린을 읽지 않은 독자에게 이 작가를 소개한다면 특히 어떤 분께 권하고 싶을지 궁금합니다.
A :
전혜린의 글에는 자기 자신을 증명하려는 시도와 누구에게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의 고독과 절망이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혼란은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물음인 것 같아요. 삶이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으로 가득 찬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 내가 나인 이유로 힘든 사람, 무엇보다 문학이 구원이라 믿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Q :
작가 소개에 아니 에르노,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작품 등을 우리 말로 옮긴 것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신유진 작가가 옮긴 책 중 올 여름 카페에서 빠져 읽기 좋은 책을 한 권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책일까요?
A :
여름 카페라면, 아니 에르노의 『빈 옷장』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니 에르노가 처음으로 자기 경험을 서술자로서 바라보기 시작한 작품이에요. 글쓰기는 빈 옷장을 열어보는 일과 비슷한 것 같아요. 옷장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가는 순간, 비어 있는 줄만 알았던 그곳에서 잊어버린 것, 숨겨 놓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물론 글쓰기는 발견이 전부가 아니라, 망각과 은폐를 향한 끊임없는 질문일 거예요. 아니 에르노가 기억의 문을 여는 과정을 바라보며, 우리 안의 가장 어두운 곳에도 빛이 드는 경험을 해보기에 여름만큼 좋은 계절이 없을 것 같네요. 여름의 빛은 환하고 선명하니까. 내가 누구이며, 어떤 기억으로 이뤄진 존재인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빈 옷장’은 묵직한 동반자가 되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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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로 한국적인 추리,스릴러 소설의 한 장르를 개척한 정해연의 2025년 여름 신작입니다. 이 소설은 어머니와 아들 사이, 모성이라는 감정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여름밤처럼 끈적끈적한 둘 사이의 애증을 한 꺼풀씩 들춰봅니다.
아빠의 죽음은 정말 이상한 죽음이었습니다. 행복했던 유년기는 아버지의 자살로 막을 내렸습니다. 형사가 된 아들 이인우는 아버지가 자살했을 리 없다고 어머니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한편 성공한 사업가인 어머니 박희숙은 사업과 아들, 두 가지만을 목표로 삶을 달려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 걸려온 아들의 전화. [엄마.] [큰일 났어.] [사고를 쳤어.] [사람을 죽였어.] 희숙은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습니다. 이제 그의 삶에 목표에 하나가 추가됩니다.
모성이라는 욕망이 사건을 은폐합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소설을 쓸 자신이 없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에 귀기울이며 여름 밤처럼 끈적끈적한 수사극을 향해 진입해봅니다.
2025년은 허블에게 뜻깊은 해입니다. 허블 브랜드 론칭과 한국과학문학상 창설이 나란히 1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기념하고자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청예, 조서월 작가를 모셔 앤솔러지를 준비했습니다. 오늘 출간 예정인 신작,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인데요. 허블 편집부가 원고 청탁을 하면서 다섯 작가께 요청한 것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 솔직하게 마음이 가는 이야기”를 써달라는 것이었죠. 처음 원고를 받고 꽤 놀랐습니다. 모든 작가께서 “죽음 너머의 세계”에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더 놀라웠던 건, 퇴고와 교정이 진행되면서 그 죽음 너머의 “사랑”이 점차 선명해졌다는 점입니다. 다섯 작가께서 어째서 죽음 너머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럼에도 결국 사랑에 닿게 되었는지는 작가노트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에는 허블의 책도 이름이 올랐습니다. 바로, 문윤성SF문학상과 한국SF어워드를 휩쓴 젊은 신인 백사혜의 첫 연작소설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입니다. 이번 연작은 거대한 권력 아래에 짓눌린 마른 꽃잎 같은 개인들을 조명하는 여섯 가지 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통해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명합니다. “끝까지 빛을 안고 죽는”(김초엽 추천사) 존재들을 통해 이 비참한 한철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계산된 세계관 속에서 펼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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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허블에게 뜻깊은 해입니다. 허블 브랜드 론칭과 한국과학문학상 창설이 나란히 1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기념하고자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김초엽, 천선란, 김혜윤, 청예, 조서월 작가를 모셔 앤솔러지를 준비했습니다. 오늘 출간 예정인 신작,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인데요. 허블 편집부가 원고 청탁을 하면서 다섯 작가께 요청한 것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 솔직하게 마음이 가는 이야기”를 써달라는 것이었죠. 처음 원고를 받고 꽤 놀랐습니다. 모든 작가께서 “죽음 너머의 세계”에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더 놀라웠던 건, 퇴고와 교정이 진행되면서 그 죽음 너머의 “사랑”이 점차 선명해졌다는 점입니다. 다섯 작가께서 어째서 죽음 너머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럼에도 결국 사랑에 닿게 되었는지는 작가노트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에는 허블의 책도 이름이 올랐습니다. 바로, 문윤성SF문학상과 한국SF어워드를 휩쓴 젊은 신인 백사혜의 첫 연작소설 『그들이 보지 못할 밤은 아름다워』입니다. 이번 연작은 거대한 권력 아래에 짓눌린 마른 꽃잎 같은 개인들을 조명하는 여섯 가지 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통해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명합니다. “끝까지 빛을 안고 죽는”(김초엽 추천사) 존재들을 통해 이 비참한 한철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계산된 세계관 속에서 펼쳐냅니다.
도서전이 끝나고 7월에는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 작가인 김필산의 첫 장편소설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가히 한국 SF가 낳은 압도적인 대형 신인의 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바로, 『엔트로피아』입니다. 이 작품의 세계관과 상상력은 놀랍도록 광활합니다. 2200년대 미래 한국에서 태어나 동과 서를 가로지르며 A.C. 400년 로마 시기까지, 1800년 동안 시간을 거꾸로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며, 인간 역사를 우주적으로 드러냅니다. 또한 시간성에 대한 다채롭고 풍부한 서사를 그려내며, 그 자체로 명작이라고 할 만하지만, 무엇보다읽는 재미가 정말 큽니다. 위 세 작품이 완성된 시기에, 올해 한국과학문학상 심사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번 수상작은 9월쯤 단행본으로 출간될 텐데요. 많은 성원 바랍니다.
- 허블 편집부 김학제, 안태운,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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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계절입니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이 6월 열립니다. 10권의 '여름, 첫 책'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소설, 시 분야의 반가운 작가들의 신작이 눈에 들어옵니다.
소설가 최진영은 <단 한 사람>을 쓰던 시절의 이야기를 놓은 창작기로 돌아왔습니다. 작가의 소설을 사랑하는 분들, 소설을 손에 쥐어보고 싶은 분들이 귀기울이기 좋은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2024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모 이야기>의 귀여운 고양이 모도 돌아왔습니다. 어느 여름날, 강을 건너 모험을 떠나는 모의 장난스러운 얼굴에 눈을 맞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