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6일 :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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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해파리 육성은 매우 간단합니다.

힐링의 해파리 육성 게임을 아시나요? 생각날 때 가끔 접속해 밥을 주고 물을 갈아주면 해파리가 알아서 자라나는 게임입니다. 유독 힘이 없을 때 심해를 헤엄치는 해파리를 '감상모드'로 관찰하면 그야말로 힐링이 됩니다. 게임 속 해파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중요한 일을 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초엽의 두 번째 짧은 소설집은 '전시장의 어두운 삼각형 공간 안 책상 또는 검은 도판 위. 전자음악이 들려오는 공연장'에 놓일 것을 상상하며 협업을 배경으로 출발했다고 하는데요. 종이에 조판되어 자리잡기 전 이 이야기가 먼저 닿았을 공간의 풍경을 떠올려보면 이 이야기는 종이 바깥으로 뻗어나가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파리가 만개해 날아다닐 것 같은 SF적 공간, 해파리가 육성 게임이 펼쳐지는 스마트폰 화면.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을 게시판 이용자들이 토론하는 웹 문서. 정형적인 틀 바깥을 헤엄치며 해파리는 존재함으로써 '그냥 거리를 덮는 것. 유영하는 것. 허공을 채우고, 도시를 바다로 만들고, 인간을 인어로 만드는 것.'을 합니다. + 더 보기

74쪽 : 이제 우리는 매일 해파리들의 유영을 본다.
그것들은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았던 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도 살피지 않았던 전선이나 벽의 틈새나 굴뚝 따위에 시선을 빼앗긴다. 해파리들은 매일 어느 때든,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에, 부지불식간에,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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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공포소설가인 '나(전건우)'에게 돌아가신 '차문수 교수'의 딸인 편집자 '차미조'의 이메일이 도착하면서 《흉담》의 사건이 시작됩니다. 실존하는 소설가가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들려준다는 점이 이 이야기를 한층 더 으스스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이 이야기를 쓰는 동안 소소하게 으스스한 일도 있었을지 집필 후일담이 궁금합니다.

A : 으스스한 일은 늘 저를 따라다니곤 합니다. 그럼에도 유독 《흉담》을 쓰면서 사건과 사고가 자주 일어났습니다. 우선,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면서부터는 에필로그에도 쓴 것처럼 잠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던 왼쪽 어깨의 통증이 되살아났습니다. 어느 정도로 아픈가 하면, 왼쪽 팔을 들어 올리거나 뒤로 뻗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흉담 사건을 겪으며 왼쪽 어깨가 아팠을 때 딱 그랬거든요. 그러다가 원고를 다 쓴 후에는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는데…… 출간 이후 지금까지 다시 통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따뜻한 날씨에도 왼쪽 어깨가 시려서 외투를 꼭 챙겨 입곤 합니다. 병원에 갔더니 분명히 오십견과는 증세가 다르고, 검사 결과도 뚜렷하게 나오는 게 없어서 그저 물리 치료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책이 많이 팔려서 아픈 건지, 덜 팔려서 아픈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전자라면 더 많이 아프고 싶기도 하네요.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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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알라딘 북펀드를 통해 이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김혜순, 최승자, 이상 등 한국 시를 전 세계에 알린 번역가이자 2020년 한국계 시인 최초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시인 최돈미의 대표작입니다. 시, 산문, 사진, 드로잉, 수기 등의 목소리를 채록해 전쟁이 인간들에게 남긴 상흔을 목격하게 합니다. '최돈미는 미국 실험시단에 큰 영향을 미치 차학경과 <딕테>의 계승자다'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정은귀 번역가가 '지워진 목소리를 다른 자리로 옮겨두는 실천'의 방식으로 번역했습니다.

사진기자였던 아버지가 군사정권의 박해를 피해 한국을 떠나며 최돈미의 가족은 '새들처럼' 흩어집니다. 세계 최장 비전향 장기수인 안학섭의 고통, 한국전쟁으로 고아가 된 이들의 진술, 한국전쟁 학살의 기록, 독재정권 치하의 집단적 기록을 통해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 다큐시(Docupoetry)'로 명명되기도 했을 만큼 언어는 경계를 넘나듭니다. 빗줄기처럼 고통이 쏟아지는 편집 이미지를 꼭 책을 펼쳐 열어보고 경험하며 이 고통과 연결되는 기회를 갖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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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나비클럽

책이 출간되기 전에 원고를 읽고, 《용의자 X의 헌신》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그 다음에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쓸쓸하고 외로우면서 인간적이고 따뜻한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인상이 두 책의 공통분모입니다. 미스터리 소설에도, 읽을 때 재미있게 읽히는 책과 책을 덮고 난 뒤에 오히려 더 마음에 깊게 남는 책이 있습니다. 저에겐 《고양이가 정답이다》가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때 사건의 전말이나 트릭, 범인을 알아맞히는 재미도 크지만 주인공 ‘주관식’에게 흐르는 후회의 정서와 상실감 역시 소설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동력입니다. 실패한 수학자로 현재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사건을 해결할 때도 직관보단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인물. 그에겐 대화가 잘 통하는 아내와 귀여운 고양이가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는 내면의 구멍이 존재합니다. 과거의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기에 타인을 탓할 수도, 시간을 거슬러 해결할 수도 없는 그런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주관식의 과거는 현재의 사건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인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좋은 소설이 대개 그렇듯,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결국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남기죠. 나비클럽에서 이런 인간적인 한국 미스터리 소설을 출간하다니. 자부심을 느낍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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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 뻥 뚫리는 시

야성적인 시를 읽으면 코가 뻥 뚫립니다. ‘파열 이후에도 계속해서 발생하는 힘’으로 시를 밀고 나가는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의 문정희의 시집. “겪었음을, 고통받았음을, ‘견디어냈음’을 의미”하는 기다림을 지나쳐 발생한 말을 엮은 <질 나쁜 연애> 문혜진의 신작입니다.

문정희 : 위험하지 않은 곳에는 아름다움도 없어 / 바르고 안전하기를 원하면 어서 무덤으로 가 / 영원히 안전한 곳은 그곳뿐이니까
문혜진 : 너의 치부가 지속 가능한 먹거리가 된다 사건은 재구성되고 실시간 송출된다 알고, 나는 안다 너는 사이버 렉카의 사익 창출의 시대와 유령 사냥개의 게걸스러운 거품 사이에서 증식되고 사라진다

함께 매콤한 봄을 보낼 시 독자께 시 편편을 실어 나릅니다. 시를 읽으면 속이 시원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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