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복잡한 사유를 구축하는 사상가, 학자, 작가들은 까다로운 설계를 마다 않고 두터운 분량의 원고를 써내곤 한다. 도스토옙스키나 제임스 조이스 등 오래된 작가를 떠올릴 필요도 없이 21세기 현재에도 서가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책의 상당수는 벽돌책이다.
책이 ‘두껍다’는 것은 분류의 한 가지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분량 역시 기준이 될 수 있다. 어떤 사유들은 그것이 펼쳐질 수 있는 드넓은 서식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고는 수평으로 널리 뻗어나가는 가운데 수직으로도 내달린다. 수평과 수직이 교차할 때 갖는 폭발력은 벽돌책에서 온전히 드러난다. 벽돌책들은 어휘나 이야기의 구조, 논리나 해석의 다면성, 이야기의 중층성, 주제에 대한 통달성, 견고한 연속성으로 대체 불가의 깊은 독서를 경험케 한다.
저자 장강명은 여러 해에 걸쳐 읽은 벽돌책 100권을 소개하면서 크고 튼실한 서가를 독자들 머릿속에 설치하는 일을 돕고자 한다. 우선 벽돌책의 기준을 700쪽으로 잡고, 이 책들을 일곱 유형으로 나눈다. 그리고 그 한 권 한 권에 대해 글을 썼는데, 이 글들은 소설가로서의 필력이 발휘된 에세이 100편이라 할 수 있다. 혹은 논픽션 작가로서 사물/사태를 유형화하는 사고방식이나 비평 능력을 보여주는 글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각 장의 도입부 글들을 읽으면 독자는 왜 얇은 책은 안 되고 벽돌책이어야만 하는가, 200쪽짜리 책 네 권은 왜 800쪽짜리 책 한 권과 같을 수 없는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게다가 완독한 사람만이 거두는 내밀한 만족감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시도의 첫걸음을 떼면서 그 취향을 가능한 한 오래 품도록 독려한다. 이미 벽돌책을 꽤나 읽어본 독자라도 자기 경험을 되짚으며 머릿속 책장을 재배치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