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뭔가 결심하기 좋은 시기다. 그리고 새해 결심 분야에서 영어 공부는 늘 엄청난 존재감을 뽐낸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사용할 일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인터넷에 저장된 정보의 80%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는 현실은 영어 공부를 마냥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전 세계에서 영어 사용 인구가 13억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학교에서 6년 넘게 영어를 공부한 나는 왜 그 13억 명에 끼지 못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올해에도 영어 공부를 결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아야 할 텐데,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마흔에 시작한 영어로 50세에 실리콘밸리에 입성하여 구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된 저자는 영어를 ‘근육’에 비유한다. 한 때 근력 운동으로 근육을 키워 두었다 하더라도 운동을 그만두면 근손실이 오는 것처럼, 학창 시절 좀 했던 영어, 왕년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토익 고득점을 맞았던 영어 실력도 꾸준히 연마하지 않으면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영어도 근력을 기르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오래 하는 게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대단한 ‘결심’을 하지 말고, 영어를 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책에는 평생 가는 영어 습관에 관한 원칙과 마인드셋, 비즈니스 영어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학습법까지 영어 ‘체력’을 키우기 위한 저자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 방법론을 담았다.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조르주 페렉은, <사물들> <인생사용법> <공간의 종류들> 등의 소설과 에세이에서 실험적이고 독보적인 글쓰기를 선보였다. 새롭게 출간된 <보통 이하의 것들>에는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빌랭 거리’ 관련 텍스트를 포함해, 다채로운 내용과 형식의 9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빌랭 거리와 보부르 주변의 장소를 기록하기, 여행지로서의 런던과 다양한 사무실, 책상 위의 사물들을 묘사하기, 문장과 언어 요소들을 결합하고 재배열하는 조합의 글쓰기를 시도하기, 1년 동안 먹어치운 음식들과 좋아하는/좋아하지 않는 목록을 작성하기 등, 페렉만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일상의 글쓰기를 이 책에서 만난다. 페렉은, “매일 일어나고 날마다 되돌아오는 것, 흔한 것, 일상적인 것, 뻔한 것, 평범한 것, 보통의 것, 보통 이하의 것, 잡음 같은 것, 익숙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추적하여 집요하리만치 세세하게 묘사해냄으로써, 삶의 본질과 진정한 의미를 끌어낸다.
김수영은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온몸으로 쓴 듯한 51편의 시로 박참새가 제42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온몸으로 제 앞에 굳건하게 선 존재들을 대면한다. 예쁜 수지를 조력사까지 이끈 부모를, 증상을 도통 알아채지 못하는 의사를, 초대받지 못한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를. '그게 다 뭐라고..... 왜 자꾸만 주눅이 드는지' (<청강> 56쪽) 고민 끝에 자신의 언어로 집을 짓기로 한다. '너에게 유일한 것은 집을 갈망하는 욕망뿐이다'(<건축> 17쪽)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자본 없이 욕망하는 자는 쪼개지기 마련이고, 그는 분열된 채, 잠 못든 채, 온몸으로 손에 쥔 말을 밀고 나간다.
더럽게 쓰고 싶었어요
아무도 허락해 주지 않았거든요
아니다 허락이라기보다는 뭐랄까......
구리다?
<창작 수업> 부분
'현대', '문학'의 권위를 획득한 이들의 말을 거침없이 인용하고, chatGPT-3.5가 번역해 생성한 시를 함께 싣는다. 채팅 메시지와 메모장을 오가며, 약을 복용해 둔해진 혀로 더듬더듬 뱉은 듯한 공백이 많은 말을 쏟아낸 연쇄가 이어진다.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적고, 쏟아낼 수 있는 모든 걸 적어 '미친 듯이 활자가 쏟아져' (<T.H.에게 남기는 편지>) 나왔다.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스스로의 '구림'까지 감수하며 온 몸으로 밀어붙이는 이의 기세라면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영화 '헤어질 결심' 속 형사 해준의 책상엔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놓여 있었다. 박찬욱 감독은 "인간에 의해 창조된 인물 중 마르틴 베크만큼 내가 마음 깊이 공감한 이는 없다."고 말하며 '헤어질 결심' 속 인물 캐릭터를 조형하는 데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자 '경찰 소설의 모범'이라 불려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장장 7년에 걸쳐 총 열 권으로 완간되었다. 그동안 각종 사건을 맞닥뜨린 마르틴 베크가 <테러리스트>에서는 유력 정치인을 노리는 국제 암살 조직의 테러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분투한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복지국가라는 환한 빛 속에 감춰진 스웨덴의 빈부 격차, 대규모 실업, 환경 오염, 급증하는 범죄와 마약 등 사회를 곪게 하는 깊은 어둠을 생생히 고발하면서도 치밀한 전개와 유머를 겸비해, 세계 36개국에서 1천만 부 이상 판매되며 여러 차례 영상화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현실의 사회상을 범죄소설 속에 녹이는 시도는 그 이전에는 드문 것이었기에 특별한 의의를 갖는다. 각권의 서문을 맡은 작가들의 면면 또한 화려하다. 1권 <로재나>를 "현대의 고전"이라 칭한 헨닝 망켈부터, "셰발과 발뢰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이라도, 그래서 자신은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어깨 위에 서 있다."고 쓴 요 네스뵈, "이 시리즈는 스릴러로서도 탁월하지만 범죄소설을 사회적으로 현실화하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더 많이 기억된다."고 쓴 리 차일드, "이 작품만큼 좋은 본보기가 되는 책은 또 없다. 독자를 자리에 묶어두는 데 실패하는 대목이 없다."고 쓴 마이클 코널리를 비롯해 10권 <테러리스트>의 데니스 루헤인까지. 무수한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고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 호명해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이제 마음 놓고 정주행할 시간이다.
고된 한 해가 가고 어김없이 새해가 왔다. 우리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기러기> 부분) 시간은 자연처럼 정확하게 흐른다. 2024년 첫 주를 메리 올리버의 시와 사색하며 보내는 것은 어떨까. <완벽한 날들>을 시작으로 메리 올리버를 꾸준히 알려온 '전작주의' 출판사 마음산책이 시인이 일흔 중반에 접어들며 쓴 시를 민승남의 번역으로 소개한다.
자연은 많은 수수께끼를 품고 있고
그중엔 가혹한 것들도 있지.
(<연못에서> 부분)
이 시집의 제목은 메리 올리버가 어느 여름 아침 산책에서 만난 아기 기러기들이 내는 새소리에서 시작되었다. 어린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 내던 정겨운 소리가 지나가고 예상치 못한 가혹함이 삶에 들이닥쳐도 침범할 수 없는 숭고함이 우리 안에 있다. 여름 산책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일련의 시가 다가올 계절의 활기를 기대하게 한다. 아직 숭고함을 믿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 시의 위안을 찾아'(<수수께끼, 그래>) 시를 향해 고개 숙이는 이들의 아침 산책에 이 시집이 함께할 것이다.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 열아홉 살에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으로 1954년 프랑스 비평가상을 받은 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의 작품들마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유럽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프랑스 문학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로 불린 프랑수아즈 사강. 그의 미공개 서간집인 이 책은 친구 베로니크 캉피옹에세 보낸 서른아홉 통의 편지와 전보, 손글씨와 손그림을 엮은 것이다.
사강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타 작가가 되어 파리,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으로 바삐 다니는 와중에도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즐겁고 기쁜 순간뿐 아니라, 절망감과 우울감이 몰려올 때도 사랑한다고, 그립다고 끊임없이 표현하고, 일상에 대해 그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그를 매혹하는 것과 상처 입히는 것을 솔직하게 적었다. 생기발랄하고, 맑고 순수하며,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는 단단함도 갖춘, 스무 살의 사강을 만나는 일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빠더너스>의 크리에이터이자, 문쌤, 문이병, 문상 등등 각종 매체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로 활약하는 문상훈이 작가로서 첫 책을 선보인다. 수많은 대중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감각으로 웃음을 주고 있는 그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말'이다. 마음과 다른 왜곡된 말이 되지 않도록 그는 늘 엄격하게 자기검열을 한다. 고르고 고른 단어, 고치고 고친 문장으로 한 장 한 장 채워낸 마음의 기록을 조심스럽게 독자들에게 건넨다.
문상훈은 일기장과도 같은 이 책에서 어떻게 웃고 웃길까를 고민하던 십대 시절을 소환하고, 자기혐오와 자기검열로 점철된 삶을 이야기하고, 혼자 울고 웃었던 시간을 고백한다. 담담하게, 담백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베갯머리에서 하루를 반성하는 사람, 타인의 행복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사람, 말과 글만큼 마음의 무게를 자주 재보는 사람, 시인들이 시 쓰느라 바빠서 못하는 것들을 나눠서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알 수 없었던 문상훈의 여러 얼굴이 한 권에 담겨 있다.
먼저 말해두자면, 스마트폰은 잘못이 없다.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의 그 전설적인 프리젠테이션으로 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과 함께 먹고 자고 놀고 일하는 일상에 한없이 익숙해졌다. 스마트폰은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가장 먼저 손에 쥐는 물건이며, 밤에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손에 쥐는 물건이다. 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손만 뻗으면 바로 닿을 거리에 스마트폰을 두고 편리하게 수시로 활용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없이는 식사 한 끼나 영화 한 편을 끝내기가 힘들다거나, 잠들기 전 ‘그냥 확인하려고’ 스마트 폰을 집어 들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한 시간이 넘게 훅 지나갔던 경험이 있다면, 지금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스마트폰이 종종 나의 시간과 집중력과 기억력을 좀먹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해두자면, 스마트폰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스마트폰과 우리의 관계다. 모든 관계에서 지나친 친밀함은 위험하고, 균형이 무너진 관계는 부작용은 낳는다. 물론 그렇다고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스마트폰과 완전히 분리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너무나 빠르고 철저하게 우리의 삶과 밀착한 스마트폰과의 관계를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스마트폰의 어떤 기능이 우리를 기분 좋게 하고, 또 나쁘게 하는지, 스마트폰을 내려놓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생각해 보고, 건강한 디지털 생활을 꾸준히 지켜나갈 수 있는 과속방지턱을 하나씩 세워준다. 스스로 최적화된 기준을 세우기 위한 디지털 트래킹, 숙면을 이루는 공간 경계선, 집중을 경험하는 시범 분리 등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지금, 이 글을 스마트폰으로 읽고 있을 대부분의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
난다에서 ‘시의적절’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을 만나게 된다. 김민정 시인이 1월 첫 책으로 시리즈의 문을 연다. 2018년 1월 3일, 1960년 1월 4일, 2011년 1월 11일, 1990년 1월 16일… ‘사람이 어려워서, 사랑이 아파서’ 쓴 시와 이야기를 한 권에 고이 담은 이 책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다.
1월 1일부터 31일까지, 같은 날이 하루도 없고, 에세이, 시, 편지, 인터뷰, 일기, 축시, 노트, 동시 장르도 다채롭다. 한 편 한 편 길지 않은 분량이어서 손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펼쳐 읽으면 된다. 길지는 않되, 가볍지 않으니 손에서 쉬이 놓을 수 없다. 사람이 보이고, 사랑이 보이고, 그리움이 보여서, 자꾸 마음이 진동하여 자주 멈추게 된다. 앞으로의 하루하루는 무엇으로 채워질지, 2월의 시인부터 12월의 시인은 어떤 시의 목소리를 낼지 기대와 떨림으로 기다리게 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 첫 번째는 잃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투자의 고수라는 사람에게 투자의 원칙에 관해 물었을 때 이렇게 답한다면, 아마도 황당함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오르며 주먹을 불끈 쥘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말을 한 사람이 워런 버핏이라고 한다면, 내심이야 어떻든 들어 올렸던 주먹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겠다. 2023년 기준 보유 자산이 1,200억 달러(158조 원)인 세계 5위 부자이며, 그가 회장 겸 CEO로 재직 중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1965년부터 2022년까지 57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 19.8%로, S&P500지수 수익률(9.9%)의 2배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투자’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그를 꼽는 것에 이의를 갖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를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버핏은 아직 직접 저술한 책이 없다. 그가 매년 초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주주 서한’이나, 매년 4~5월 초 미국 중부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진행하는 질의응답을 통해 그의 생각을 읽고 들을 수 있지만, 수십 년 동안 너무나 다양한 분야에서 방대한 발언을 남겼기 때문에 그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하거나 투자에 아직 문외한인 경우 그 방대함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버핏과 그의 파트너 찰리 멍거에 관해 정통한 저자들이 초심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낸 버핏 입문서를 출간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버핏에 대한 저자의 설명에 뒤이어 그와 관련한 실제 버핏과 멍거의 발언을 함께 실어 생생함도 더했다.
아이가 어릴 때 눈을 뜨자마자 하던 말이 있다. "엄마, 아빠 놀아요~" 우리 집은 매일매일 한 가지 놀이를 정해 시간을 보냈다. 하루는 모래놀이, 하루는 자유낙서, 하루는 종이찢기, 하루는 술래잡기...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한 달을 보내고 나니 점차 새로운 놀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페파피그를 보고는 비 오는 날 우의를 입고 나가서 진흙 웅덩이를 찾아 신나게 뒹굴었고, 미키마우스를 보고는 종이로 클럽하우스를 만들어 역할 놀이를 하곤 했다. 아이에게 놀이는 삶 그 자체였고, 나는 부모로서 아이의 삶에 길잡이가 되길 소망했다.
아이들은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한참을 놀았는데도 또 놀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고민을 토로한다. "놀아 줄 시간이 없고, 또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에게 놀이의 의미는 본능 이상이다. 고민만 하고 있자니 답답하고, 누구 하나 속시원히 답을 해 줄 사람도 찾기 힘들다. 이런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 주기 위한 솔루션, 오은영의 행복해지는 놀이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1>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36~59개월 유아기 수준에 맞춘 즐거운 놀이 100가지를 소개한다. 신체, 인지, 관계, 언어, 정서 5가지 발달 영역으로 나누어 도움이 되는 놀이를 소개하며, 놀이 방법과 주의사항, TIP과 보호자 가이드 등을 수록했다. 이 책이 부모와 아이의 즐겁고 행복한 성장 여정에 든든한 안내서가 되길 바라본다.
초등학생이 된 우리 집 아이가 아직도 제일 마음에 와닿는다는 노래의 가사를 끝으로 글을 맺는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 ♬♩ ♪"
60여 년 전, 로알드 달은 기념비적인 동화를 써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현상처럼 퍼져 나갔으며 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 재탄생 했다. 초콜릿이 황금색 포장지에 싸여 나오는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찰리처럼 행운의 티켓에 당첨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려는 건 아닐까? 물론 초콜릿을 먹으면 이를 잘 닦아야 하겠지만……. 그 이야기 속 볼거리는 당첨의 설렘도 있지만 단연코 초콜릿 공장이다. 거대한 초콜릿 폭포가 흐르고 움파룸파가 안내하는 신기한 그곳. 이 공장을 만든 사람, 웡카는 누구인가? 이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마침내 책으로 나왔다.
초콜릿 가게 '웡카'를 열기 위해 초콜릿 장인들의 가게가 있는 도시 '맛의 궁전'으로 간 웡카는 자신의 비법이 담긴 초콜릿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고자 한다. 하지만 도시는 생각보다 훨씬 야박했고 초콜릿 카르텔 악당들로부터 목숨의 위협도 당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웡카는 친절함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상황을 역전 시키는데……. 영화 [패딩턴]의 시나리오 작가 폴 킹이 영화화를 위해 쓴 시나리오를 동화 작가 시빌 파운더가 완성한 이 이야기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기억하는 독자들, 새로이 접하게 될 독자들을 뛰어 넘어 오래도록 즐거운 상상력을 안겨줄 것이다.
24년 동안 이어온 문학동네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이 우주에 대해 다룬 5편의 동화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인간과 로봇, 외계인 같은 비인간 존재들 혹은 비인간과 비인간 간의 연결을 보여준다. 50년 전에 당첨된 복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할머니 (<반짝이는 별먼지>), 버려진 불모지 행성에서 자라난 이끼에게 이름을 붙이고 생명이 살아가는 방식을 깨달은 로봇 타보타 (<타보타의 아이들>), 친구에게 괴롭힘당하는 현우가 무아무아족을 만난 이야기...(<들어오지 마시오>). 지구에 발붙이고 있는 우리들과 떨어져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재환기 시킨다. 이 동화들이 말하는 단 한 가지가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온 우주가 네 친구"라는 사실.
SF는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SF는 비인간 존재들로 치환되는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다. 이 큰 우주에서 우리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이 책의 다섯 이야기가 알려줄 것이다. 광활한 우주에서 번쩍이는 건 별 뿐만이 아니다. 우리도 큰 우주의 한 존재라는 사실이 즐겁다. 혼자라는 생각이 든다면 귀 기울여 우주의 속삭임을 들어보자.
여성의 고통을 말하면 어느 한 쪽에서는 무조건 반사처럼 남성의 고통이 더 크다거나 여성의 고통은 거짓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런 사회가 되었다. <일하다 아픈 여자들>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 책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일군의 집단이 아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약자의 고통을 없애는 대부분의 사회적 해결책이 결과적으로 모든 이에게 이로운 것과 같이, 일하는 여성의 고통을 없앨 방안을 모색하는 사회가 일하는 남성의 고통에 관심 없을 리 없다. 노동자의 몸들 간 차이에 관심 기울이는 작업장이 인간을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곳일 것이다.
책은 내내 그 지점을 강조한다. 비장애인 남성의 몸과 정신을 표준 노동자로 삼는 대부분의 일터에서 몸에 맞지 않는 규격의 안전 장비로 인해 더 다친 여성들을, 과도한 기준의 업무량을 소화하려다가 몸이 망가진 여성들을, 여초 직군에 부여되는 비정상적 압력을 감당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책은 자본주의가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과도한 조건들을 따져 묻는다. 젊고 건강하고 빠른 남성 노동자만이 노동자로 승인받을 때, 대부분의 우리들은 다치거나 죽거나 이 악물고 참아내는 현실을 살아가게 된다.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인간답게 일하기 위해선 모든 몸을 위한 일터가 필요하다.
부모라면 내 아이가 유치원, 학교, 학원 등에서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한 번쯤은 궁금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느 날, 퇴근길에 학원에 들러 잠시 기다리는 동안 CCTV를 통해 아이 모습을 잠시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내가 아는 우리 아이가 저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집과 사뭇 다른 모습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그 이유를 물으니 아이의 돌아오는 말은 이랬다.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면 남아서 다 할 때까지 집에 못 가요." 학교에 늦을까 봐, 준비물을 못 챙길까 봐, 숙제를 안 해서 혼날까 봐... 늘 조바심에 잔소리를 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고, 깨달았다.
'아이가 불편함을 겪게 되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구나.'
전작 <자발적 방관육아>를 통해 수많은 학부모들로부터 공감과 응원을 받았던 저자가 이번엔 '자발적 방관육아 대화편'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로 돌아왔다. 저자는 잔소리하고 할 일을 대신해 주면 아이는 절대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고 말하며 아이가 불편함을 겪게 되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결하게끔 시간을 주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는 육아가 아닌 알아서 할 수 있는 환경과 패턴을 만들어 주고, 1년만 말을 멈추고 아이를 정성스럽게 방관하자. 스스로 공부할 준비를 갖추고 스스로 맞는 학습법을 찾아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이 적극 추천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자리한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 간판 대신 시간을 알리는 큼지막한 시계를 달아둔 매장 입구를 지나면 매일 다른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파는 특별한 매장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메뉴만 400여 가지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스크림 가게가 맞긴 한 데, 이곳에는 아이스크림 말고도 재미난 일들이 많다. 공식 SNS 계정에서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사연이나 방명록을 라이브 방송으로 소개하고, 오픈채팅방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녹기 전에 주주총회’가 열린다. 아이스크림과 무관한 악필 대회, 한 달에 한 번씩 손님들과 함께한다는 나무 심기 까지. 이쯤 되면 아이스크림은 거들 뿐, 아이스크림을 핑계로 모여 뭔가 재미난 작당에 더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에 도달한다.
이 흥미진진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함께 일할 동료를 찾기 위해’ 만들어진 채용 공고가 유명세를 얻었다. 채용공고에는 16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좋은 기분: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접객 가이드’가 함께 공유되었는데, 지원자들뿐 아니라 손님,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 기획자, 마케터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공감을 표하고 책자로 소장하고 싶다고 연락해 왔다. 거래는 돈과 물건이 무미건조하게 오가는 것이 아니며, 인간은 늘 거래에서 모종의 마음을 함께 주고받았다는 저자가 말하는 ‘접객’은 단순히 제품을 전달하는 일이 아닌, 거래의 표면적인 목적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공명감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책은 손님에게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좋은 기분을 팔고 싶다는 평소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과 일에 대한 태도를 촘촘하게 풀어낸다. 제품과 공간을 넘어 오로지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환대에 대한 이야기.
흥미롭게도 인류의 거의 모든 문화권에는 대홍수(大洪水) 신화가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비롯하여 길가메쉬 서사시의 우트나피쉬팀, 힌두 신화의 마누 등 태곳적 온 세상을 휩쓴 거대한 홍수와 그 안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이야기는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왔다. 이러한 공통된 신화적 모티프가 존재하는 것은 인류 초기 문명의 발상지가 대부분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큰 강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혹은 빙하기 이후의 해수면 상승으로 살던 터전이 해수면 아래로 잠겼던 경험이 구전되어 신화로 정착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들 대홍수 신화가 공유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모티프가 있는데, 그것은 대홍수 이후 세상은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거대한 물결이 휩쓸고 지나간 이후의 세상은 그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의 삶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물결은 신화 속 대홍수만은 아니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이용한 이래로 바퀴, 문자, 전기, 백신 등 기술의 진보와 확산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물결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또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AI기업 ‘딥마인드’의 창립자이자 알파고 개발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AI가 ‘새로운 전기’처럼 엄청난 범용성을 가지고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우리의 삶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 변화를 우리가 통제하고 억제할 수 있는지 우려한다. 엄청난 잠재력과 위험성을 지닌 두 가지 범용 기술, 인공 지능과 합성 생물학이 어떠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왜 억제하기가 어려운지 살펴보고, 억제되지 않은 기술의 물결이 불러올 거대한 권력 재분배의 정치적 함의,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고의 AI 전문가인 저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술을 ‘억제하는 문제’가 이 시대 최대의 과제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재앙과 디스토피아 사이의 ‘좁은 길’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한국의 출생률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라 다른 나라들의 출생률에까지 관심을 둘 여유가 없지만, 사실 인구감소가 한국에서만 큰 문제인 것은 아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 폴란드, 인도, 이란 심지어 스웨덴까지 아프리카 남부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인구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인구 감소는 도시의, 국가의, 세계의 축소를 낳는다.
도시 계획 전문가인 저자가 축소되는 세계의 모습을 예측하여 면밀하게 정리했다. 세계 성장은 2050년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된다. 빈집과 버려진 땅은 늘어나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기능을 멈출 예정이고, 안타깝게도 기존의 불평등 패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국가들의 상황과 데이터를 분석하며 책은 달갑지 않은 미래 전망을 들려준다. 발밑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우리가 맞닥뜨릴 암울한 미래에 대해 미리 고민 해봐야 할 지점들이 가득 담긴 책이다.
두 면은 바다이고 두 면은 도시인 언덕 끝에 있는 마을, 메리골드에는 꽃바람이 분다. 얼룩처럼 묻은 기억을 하얗게 세탁한 옷감의 빛깔처럼 지워주는 가게, 30만 독자가 방문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다음 이야기가 찾아왔다. 마음의 얼룩을 행복한 기억으로 바꾸어 찍어주는 곳, 마음 사진관이 손님을 초대한다.
일곱 개의 나무 계단을 지나 푸른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아치문으로 들어가면 손때묻은 구식 카메라가 손님을 기다린다. 사진관 주인 '해인'은 어머니가 남긴 행복 카메라로 손님들의 사연을 응시한다. 막다른 곳에 몰린 장사꾼 부부와 어린 딸, 엄마에게서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 아르바이트를 전전할뿐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느라 정작 자신은 텅 비어버린 워킹맘. 현실에 지친 손님들은 보고 싶은 미래를 기다리며 카메라 앞에 선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메리골드의 꽃말처럼, 위로가 필요해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차분한 휴식을 선사할 소설이다.
<소란> <모월모일>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등의 산문집으로 산문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 박연준 시인이 서른아홉 권의 고전 이야기로 돌아왔다. 작가에게 고전은 '살아남아 산 사람들 손에 끈질기게 잡히는 책'이다. 작가는, 올바른 길이나 훌륭한 선택법이 아닌, 길을 잘못 든 사람들이 끝까지 그 길을 걸어간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고전을 읽는다고 밝힌다.
이태준 <무서록>,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프랑수아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존 윌리엄스 <스토너>를 거쳐 마지막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까지, 서른아홉 개의 서로 다른 삶, 완벽하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마음을 움직인 문장과 언제 읽어도 심장을 뛰게 하고, 몇 번이라도 읽게 만드는 독서의 경험을 담백하게 나눈다. 작가가 산뜻하게 안내하는 고전의 세계를 경험하고 나면 한 권의 고전을 손에 쥐고 싶어진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다. 과거의 내가 지니고 있었던 무언가가 사라졌으며 그것으로부터 이미 너무 멀리 떠나왔음을. 삶이 지금과는 달랐던 시절, 불안한 미래가 두려운 동시에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고 여기며 하나로 고정되지 않을 미래를 찬미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나 속해 있을 것이라 믿었던 그 세계는 서서히 멀어지다 느닷없이 닫혀버렸고, 그렇기에 더욱 찬란하고도 쓸쓸한 빛을 발하고 있다.
"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사라진 것들> 속의 인물들은 저마다 소중한 무언가를 상실했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한다. 더욱이 자신과는 달리 멈춘 시간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듯한 이들을 만나는 날이면, 나쁘지 않다고 여기던 현재의 삶에 깊은 우울이 드리운다.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에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때도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과 그 자리에 새롭게 찾아오는 것들에 대하여. 소설은 그 빈 자리를 지키며 가만히 위로의 시선을 건넨다.
억압의 날들이 있었고 해방의 순간이 있었다. 억압은 가부장제, 자본주의, 그 속의 삶이었고 해방은 책이었다. 누구나 터질 듯이 꽉 찬 내면에 바늘구멍 같은 구원을 만나 겨우 다시 숨을 몰아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를 살린 숨구멍은 비슷한 괴로움을 안고 있는 다른 이에게도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은유가 매번 숨구멍이 되어 주었던 책들의 목록을 편지의 형식으로 건넨다. 당신도 살리고 싶다는 "간곡한 마음으로."
편지 하나에 한 권 이상의 책.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다정하고 꼼꼼한 필체로 돌돌 풀려나온다. 은유의 글엔 늘 생활감이 잔뜩 묻어있다. 밥과 애, 사랑과 의무. 깔끔히 정돈된 집을 위해 보이지도 끝나지도 않는 노동을 해오며, 빚쟁이처럼 찾아오는 밥때를 챙기는 피로를 겪어내며 이 삶 밖의 자신을 갈구해온 사람의 글엔 무균실에서 거창한 고민을 하는 사람의 글에선 찾을 수 없는 절박함이 있다. 그 절박함이 해방으로 바뀌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 들었다. 그의 해방이 다른 이의 해방에 가닿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석(定石) 바둑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연구되어 최선이라고 인정되는 일정한 방식으로 돌을 놓는 법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바둑을 둘 때는 착수의 규칙을 지키는 선에서 바둑판의 가로세로 각 19줄이 만들어내는 361개 교점 가운데 어느 곳에 돌을 놓아도 문제는 없으며, 두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두며 연구한 결과 최선으로 받아들여지는 몇 가지 방법들이 정리되었고, 이를 정석이라고 부르며 바둑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기초적인 규칙과 함께 정석을 공부하며 바둑을 시작한다. 무한히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첫수부터 초반 10여 수 내외를 어떻게 두면 좋은지 고수들이 미리 연구하여 검증해 놓은 초반 가이드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는 물론이거니와, 중간에 방향성을 잃고 헤매고 있는 사람에게도 정석의 도움은 유효하다. 그리고 이는 바둑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내외의 다양한 변수에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투자의 세계라면 그러한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 500만 원으로 시작해 7년 만에 약 300억 원의 누적 수익을 거둔 ‘개미의 전설’ 유목민이 본인의 실전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어 투자의 ‘정석’을 정리한 이유다. 책은 주식에 대한 메타인지에서 시작하여 투자자의 마인드 셋, HTS 세팅, 기업 분석 등 주식과 시장에 관한 ‘기본 지식’부터 실전에서 갈고 닦은 ‘수익 감각’까지, 폭넓은 구성과 상세한 설명을 담았다. 투자자 개개인이 자기만의 관점을 정립하고 기본기를 제대로 다지도록, ‘재료, 차트, 거래량, 시황’의 관점을 통해 투자자의 펀더멘탈을 완성하도록 돕는다.
프랭크 허버트의 대작 <듄>에는 "SF 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역사상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친 SF"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이어진다. 여러 행성을 넘나드는 풍부한 상상력과 구조의 독창성으로 쌓아 올린 <듄>의 방대한 세계는 '스타워즈'와 '왕좌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수많은 콘텐츠의 영감이 되었고, 동료 작가와 학자들의 소설 비평과 팬들의 열띤 토론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 출신 전직 해군이었던 기자 허버트는 어떻게 <듄>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여 무수한 독자들을 매혹할 수 있었을까.
오리건에서 사막 확장을 통제하기 위한 생태 프로젝트에 우연히 참여한 허버트는 "사막이 무한히 확장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물음을 처음 떠올렸고, 그것은 아라키스의 구상으로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듄>의 집필을 시작하기 전, 허버트는 세계관 구성을 위해 6년에 걸쳐 200권 이상의 책을 독파하며 이슬람 신화부터 천문학, 생태학, 동양 철학, 선불교, 원주민의 부족 의식 등을 깊게 공부했다고 한다. <듄의 세계>는 그 책들의 면면을 비롯해, 프레멘 반란에 영감을 준 아랍 반란과 베네 게세리트의 모태가 된 허버트의 가톨릭 신자 이모들, 석유와 OPEC을 은유한 스파이스, 동시대 작가들과 허버트가 나눈 교류 등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 온갖 요인들이 소설 속의 다양한 요소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행성별로 나누어 상세히 소개한 후에 <듄>이 촉발한 문화 현상을 살펴본다. <듄>을 만들어낸 모든 것을 총망라한 책.
2023년 <개의 설계사>로 '문윤성SF문학상'을,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로 '박지리문학상'을 동시 수상한 단요의 첫 중편소설. '핀 시리즈'의 장르 라인업으로 출간되었다. 작가의 말을 먼저 들어본다.
『케이크 손』은 명백하게도 가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가해자들의 사정을 상상하는 작업은 대개 옹호론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그래서 현실에서는 다소 터부시되기 마련입니다만, 픽션의 존재 의의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210쪽)
'가해자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 영화 <기생충>의 충숙은(그 역시 '가해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말한다. "‘부잔데 착해’가 아니라 부자니까 착한 거지." 성을 파는 엄마에게 방치되어 단기 원룸을 옮겨가며 사는 중학생 수영은 처음 자신의 얼굴을 씻어준 친구 '혜리'의 명령에 복종하느라 '투견'이 되어 친구들을 때리기도 했다. 그는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쥐나 고양이 같은 생명체에 손을 대고 마는, 케이크 손을 지닌 '남자'의 케이크를 맛본다. 수영은 폭력을 저지르고 남자는 다른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이 세계의 가해자다.
쥐의 오줌 냄새와 분홍색 바닐라 크림 케이크 같은 이미지가 교차하며 소설은 보고 싶은 곳과 보고 싶지 않은 곳을, 잘 들리는 이야기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혼합해 전시한다. 케이크 크림이 덮힌 자리를 기어이 들추는 단요의 세계는 소설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쓰레기 더미의 명세를 알려 하지 않았고, 해로운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도리어 치워 없애려 드는'(93쪽) 마음의 존재를 폭로한다. 이런 목소리에 자리를 내어주는 건 역시 소설의 일이다. 이 소설에 대한 다양한 감상을 기대한다.
<택리지(擇里志)>는 1751년(영조 27년) 이중환이 저술한 사찬 지리지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 관찬 지리지가 행정구역인 군현별로 백과사전식 정보를 정리한 것에 비해, 역사·경제·사회·교통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인문 지리적 접근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지리지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특히 책 전체 분량의 절반가량을 할애하여 주거지 선호의 기준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지리·생리·인심·산수를 그 기준으로 두었다. <팔역지(八域誌)>, <팔역가거지(八域可居地)> 등 다양한 이름의 이본이 있으며, 필사본, 한문으로 된 인본(印本), 한글본, 국한문본 등 여러 형태로 가 존재할 정도로 조선 후기에 널리 읽힌 ‘베스트셀러’였다. <택리지>에 대한 조선인들의 높은 관심은 가거지(可居地), 즉 ‘살기 좋은 땅’은 어디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하였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의 관심사와 닿아있다.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는 시대를 뛰어넘어 18세기 조선인과 21세기 한국인이 공유하고 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질문과 같은 제목의 전작을 통해 인문학자 특유의 날 선 통찰을 보여주었던 저자가 새 책으로 다시 한번 땅과 집에 대해 말한다. 누군가에겐 경제적 차원의 ‘부동산’으로, 다른 누군가에겐 좀 더 넓은 맥락의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여지는 땅과 집에 대해 기존의 건축·거래·법률적 차원의 접근에 사회적 문화적 시선을 더했다. 교통망을 따라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실상에 맞게 한국을 행정구역의 단위가 아닌, 3대 메가시티와 6개의 소권역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대담한 방식도 눈에 띈다. 학자인 저자가 도시 개발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 내고, 직접 발로 뛰어 답사한 현장감 있는 사료를 증거 삼아 만들어낸 우리 시대의 인문 지리지.
<경찰관속으로> <아무튼, 언니>를 통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름 두 자를 각인시킨 원도 작가가, 새로운 경찰관 이야기로 독자들을 다시 만난다. <경찰관속으로> 이후 작가는 경찰관의 삶을 밀접하게 다룬 책은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4년 만에 다짐을 접고 경찰관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사사로운 경험이 사사로운 수준에 그치는지 묻고 싶었고, 사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현 상황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프롤로그에서 밝힌다. 이 책은 과학수사과 현장 감식 업무를 담당하며 목도한 '있었으나 사라진 존재들'이 남긴 죽음의 현장과, 그들이 숫자로 처리되는 현실에 관한 세세하고도 처절한 기록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자살로 처리된 변사자의 수는 1만 2,727명이다. 하루에 34.8명이 자살하는 한국 사회에서 저자는 변사자의 죽음을 날 것 그대로 마주해야만 한다. 투신자살, 목맴사, 고독사, 화재사... 여러 사유로 죽음에 이른 이들을 저자는 '있었던 존재들'이라고 부른다. 경찰관으로서 '고통테'를 새기는 동안 마주하고 아로새긴 그들의 삶과 죽음, '저를 발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한때는 사람이었습니다'와 같은 그들이 남긴 마지막 말을 기록해나간다. 처참한 부패 현장을 통해 부패한 조직과 사회를 고발하고, 잔인한 현실 앞에서 경찰관으로서 고뇌해온 시간을 고백한다. 몇 번이나 읽기를 멈추게 하지만 끝까지 읽어내야만 하고, 마주해야만 하는 이 작은 책에 지금 현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있었던 존재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은 동생들과 차도로 이어진 앞마당에 돌로 낙서를 한 것이다. 해는 지고 있었고 집으로 들어오는 도로 입구 왼쪽엔 접시꽃이 환하게 피어 있다. 주황색으로 물든 하늘과 고추 말리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엄마의 몸에선 옅은 땀 냄새가 났다.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불현듯 떠올라 향수에 잠기게 한다. 내 기억의 첫 번째 모양은 접시꽃 모양 같다. 열다섯에는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부모님의 차가 미끄러질까 집 앞 도로의 눈을 쓸었다. 쓸어도 쓸어도 눈이 쌓였다. 두 번째 기억은 눈 결정의 모양이다. 유년시절로부터 많이 멀어진 것 같지만 불현듯 그 시절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그 기억의 모양그대로 차원의 창문이 열린 듯 하다. 그 창문으로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앞으로의 모양은 어떻게 될까?
그림책 <내가 여기에 있어>를 발표하자마자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한 작가 아드리앵 파를랑주는 책의 물성을 십분 활용하여 한 사람의 인생을 아름답게 묘사한다. 잘려 나간 종이를 찬찬히 넘기다 보면 책 속 화자의 인생이 어떤 모양으로 쌓이는지 경험할 수 있다. 자칫 잔잔할 수 있는 이야기에 타공, 공들여 고른 바탕색과 라인으로 입체적인 읽기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인생은 어떤 모양으로 쌓이게 될까? 그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좋겠다.
서경식의 '나의 인문 기행'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자 마지막 책. 이 책에서 그는 세 개의 시간대를 오간다. 두 형의 구명 활동을 위해 미국을 오갔던 1980년대, 트럼프가 당선되기 직전인 2016년, 그리고 팬데믹 시기의 2020년이다. 시간대를 넘나드는 미국 기행 속에서 그가 주로 집중한 것은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이다. 디에고 리베라, 벤 샨, 로라 포이트러스 등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늘어뜨리며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시대를 사유한다.
기행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독자의 입장에서는 거침없이 읽히지만 맺음말에서 서경식은 "예상외로 괴로운 집필"이었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이유, 그리고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어지러운 폭력과 '집단 히스테리' 때문이다. 이 진부한 폭력의 세계에서,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를 담백하고 묵직하게 밝히면서 그는 책을 닫는다. "인간 그 자체에 절망하지 않기 위해." 그 자신도 영원한 마무리일 줄 몰랐을 이 마지막 문장이, 그가 일생 동안 포기하지 않고 싸워 온 이유를 모두 담고 있다. 엄혹한 시대에 또 한 명의 스승을 보낸다. 그의 평안을 빈다.
2017년 일론 머스크는 뇌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설립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인공지능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의 뇌 위에 인공지능 층을 만들고 자연적인 두뇌와 인공두뇌를 연결하는 것뿐입니다." 이를 위해 두개골에 레이저로 구멍을 뚫어 전극을 집어넣어 지식과 정보를 뇌에 주입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직후 머스크의 원대한 꿈은 비현실적이라는 시선을 받으며 비웃음을 샀지만, 2023년 뉴럴링크에서 인간의 뇌에 '링크'라는 칩을 이식하는 수술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으며 2024년부터 실제 뇌 이식 수술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전환되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 기술이 급부상하며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주요 테크기업들의 파격적인 투자와 함께 막대한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 최대의 기술 혁명"이자 "인류의 미래를 바꿀 혁신"이라 불리는 BCI 분야를 국내 최초로 연구하기 시작해, 국제 학술지에 200편 이상의 관련 논문을 발표해온 뇌공학자 임창환 교수는 지금처럼 이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큰 적은 처음이라고 말하며 BCI의 원리부터 최신 연구 현황, 곧 펼쳐질 미래 시나리오들을 한 권으로 총망라한다. 놀랍게도 이미 뇌파만으로 드론을 움직이거나 로봇 팔을 통해 감각을 느끼는 것이 가능해졌고, 특정 뇌 영역을 활성화시켜 집중력이나 암기력, 언어 이해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은 수년 내로 현실에 적용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상태라고 한다. 전기 자극으로 괴로운 기억과 우울감을 줄이고, 쾌락을 생산해 내거나 수면과 명상을 유도하는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를 웨어러블 기기의 상용화를 통해 교육, 게임, 마케팅, 스포츠 산업 등에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이미 시작되었다. "BCI가 막연한 꿈이 아닌 미래 의료, 경제, 인간의 본질에 관한 질문에까지 영향을 주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며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추천했다.
커피와 담배, 담배와 영화, 영화와 시, 시와 산책, 산책과 연애, 연애와 술, 술과 농담, 농담과 그림자, 그림자와 새벽, 그리고 새벽과 음악. 열 권으로 하는 끝말잇기 놀이의 '말들의 흐름' 시리즈가 드디어 완간되었다. 시간의흐름 출판사에서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지어 수많은 독자들의 손에 양질의 산문집을 건네온 지 4년. 마지막 권은, 시인 이제니의 첫 산문집이기도 한 <새벽과 음악>이다.
책은 첫 시집을 내고 떠난 시베리아 여행에서 사고를 겪게 된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픈 몸으로 천장을 향해 누운 채 한 문장 한 문장 연필로 써 내려갔던 날들. 늦은 새벽을 채운 시와 음악과 고독의 순간들. 단정적인 언어로 고정시킬 수 없는, 언어 밖의 영역인 엄마의 삶과 죽음. 상실의 슬픔. 불면의 밤들. 목적도 없이 걸었던 파리 여행의 날들. 록 음악에 심취했던 이십 대 시절. 이제는 없는 사랑하는 사람의 흔적으로 가득한 방. 하나의 이미지로 하나의 이름으로 되풀이되는, 신비의 풍경으로 남은 유년의 장소 '마전'.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었던 시절. 시인을 둘러싼 시공간의 세계, 그 안에서 감각한 순간순간을 시적 언어로 섬세하게 표현하여 스물네 편의 글로 꽉 차게 담았다.
'학교'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대부분의 부모라면 모두 동의할 것이다. '학교에 갈 만큼 벌써 이렇게 많이 컸네' 하는 설렘과 기대감은 '취학통지서'를 받고 난 뒤 대부분 걱정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학교'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 학교(學校) : 일정한 목적ㆍ교과 과정ㆍ설비ㆍ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거나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의 걱정을 한방에 날려 줄 '초등학교'에 대한 모든 것을 답해줄 구원자, 조선미 교수가 '초등생활 상담소'를 열었다. 초등학교에서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돌봄'에서 '교육'으로의 중심의 이동이다. 교육이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자 수단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주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 책은 초등학생 아이에게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문제와 해결 방법을 담고 있다. 오랫동안 수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사회성, 학습, 아이의 전반적인 생활 등 초등학교 생활에서 부모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상담하듯 조목조목 답해 준다.
초등학교는 아이, 부모 모두 새로운 단계에 접어드는 시기이다. 아이를 돌보던 단계를 벗어나 좀 더 큰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다가오는 청소년기와 그 이후 시기를 아이와 잘 지낼 수 있다. 부모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아이가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어야 한다. 조선미 교수의 말을 전한다. "아이는 언젠가 부모의 품을 벗어나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어른이 됩니다. 영혼이 강한, 성숙한 어른이 되도록 키워주세요."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똑똑한 사람"이자 "외계인"으로 불린 사람. 양자역학의 수학적 토대를 놓고, 게임이론과 경제 행동 이론을 창시하고, 컴퓨터와 원자폭탄을 설계했으며, 인공지능의 도래를 예고한 사람. 그 이름은 존 폰 노이만이다. 젊은 시절, 그는 순수수학에 몰두하며 가장 본원적인 수학적 진실을 발견하여 그것을 흠결 없는 영원불변의 존재로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그 견고한 확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쿠르트 괴델과의 만남 이후였다. 체계는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 괴델의 '불완전성정리' 앞에서 논리로 세계를 완벽히 규명하려는 질주는 저지되었고, 그 충격은 폰 노이만의 내면 속 중대한 무언가를 망가뜨렸다.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유럽에서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미국이란 나라의 실성한 듯 무모한 낙관주의와 잔인함을 뒤에 감춘 천진난만함"이 그의 무기력에 불을 지폈다. 인간을 압도하는 기술의 발전에서 새로운 빛을 발견한 것이다. 무수한 정부 프로젝트와 민간사업에 손을 댄 그는 이제 "수학 병기"라 불렸다. 인간의 동기를 완벽히 수학화하고자 하는 그의 아이디어에 가장 매료된 것은 군이었다. 누가 먼저 핵 공격을 감행하든 모두 필멸하는 '상호확증파괴(MAD)'는 국가의 공식 전략으로 채택되었고,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뒤늦게 참회하며 수소폭탄 개발만은 반대하는 가운데 폰 노이만은 끝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기술의 진보는 일개 인간이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필연이며, 이전 세기의 신들이 떠난 빈 자리에 남은 공허를 기술이 메울 수 있다고 믿었다. 복잡한 수소폭탄 계산을 가속화하기 위한 그의 열망은 마침내 컴퓨터를 탄생시켰다. 그 이름은 MANIAC(Mathematical Analyzer,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이자 '미치광이'를 의미했다.
이 책에는 음험한 기운이 감돈다.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지식의 절정에서 맞닥뜨린 괴물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물리학의 세상에서 양자역학이 처음 승리를 거두었을 때 '물리학계의 대심문관' 파울 에렌페스트가 빠진 혼란, 무한의 개념을 수학에 들여온 후 자멸한 게오르크 칸토어, 알파고와 바둑 대국을 펼친 후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신의 경지와도 닮은 이성의 최절정에서 비로소 펼쳐지는 혼돈과 무질서가 주는 충격은 한 인간의 정신 세계를 집어삼켜 다시는 소생할 수 없도록 할 만큼 파괴적이다. 그렇게 과학의 영혼에서 깨어난 악몽을 처음 마주한 이들이 받은 타격은 활자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더라도 너무도 강렬한 것이어서 우리는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비기와도 같은 어둡고도 매혹적인 기운을 내뿜고 있어, 한 번 책장을 열면 그 마법에 홀려 손을 뗄 수 없는 위험한 소설이다.
지금 이 세상에 아직 없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고자 한다면, 동시에 그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는 ‘말’ 또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상에 아직 없는 그것에 대해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생각을 깊이 있게 발전시키지 못하고, 동료와 논의할 수도 없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로만 존재하는 그것을 실체화하기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가장 먼저 ‘말’을 만들게 된다. 또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제품, 서비스, 콘텐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대상을 새롭게 발견·창조할 수 있게 하는 잘 설계되고 다듬어진 한마디의 말, 만들고자 하는 그것의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관점, 우리는 이것을 ‘컨셉’이라고 부른다.
‘쓸모’를 겨루는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의 니즈를 채워주는 상품과 서비스, 콘텐츠는 넘친다.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중요해진 시대,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된다. 세계적인 광고 대행사 TBWA 하쿠호도의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10년간 기업인, 사업가, 기획자들을 대상으로 ‘컨셉’ 강의를 해온 저자는 우리가 모호하게 이해하고 사용했던 컨셉의 정의를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관점’ 즉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직감과 센스에 의존할 게 아니라 컨셉을 ‘설계’해야 함을 강조하며, 초보자라도 누구나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틀을 알려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언어화하여 잘 팔리는 비즈니스로 이끄는 ‘가치의 설계도’를 그리는 법, 사업가에게는 ‘판단의 기준’을, 소비자에게는 ‘대가를 지불할 이유’를, 상품과 서비스에는 ‘일관성’을 부여하는 방법에 대한 책.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유명한 이 라틴어 문장은 고대 로마에서 원정에 승리한 장군들에게 우쭐대지 말고 겸손하라는 뜻에서 전해진 걸로 알려졌다. "오늘 이렇게 기쁜 일이 있어도 너는 언젠가 죽는다."라는 어쩌면 무시무시한 말. 인간을 "mortal(영원히 살 수는 없는, 유한의)"이라 하기도 함을 안다면 어쩐지 씁쓸해지고야 만다.
그동안 <도망치고, 찾고>, <만약의 세계>, <더우면 벗으면 되지>, <머리는 이렇게 부스스해도> 등 다양한 전작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유머러스한 그림과 이야기로 풀어낸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가 이번에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논한다. 원서 제목으로 <메멘토모리 メメンとモリ>라 지은 말장난에서 부터 알 수 있듯 메멘과 모리 남매가 함께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머리로는 알아도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 사는 일이다. 산다는 건 뭘까. 삶은 무엇인가. 평생 고민해도 모자를 고민 중 하나이다. 다만 그 고민을 할 수 있을 때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 세상이 내 생각과 달라서 때론 즐겁고 기쁘다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다시 한 번 알아주길 바란다.
일기 퇴고는 아무래도 글 덕후가 아닌 이상 할 리가 없는 일이다. 아무도 보지 않고 출간 계획도 없으며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오로지 재미로 한다면, 덕후라는 소개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옛 일기를 우연히 다시 읽을 때마다 조금씩 더 낫게 수정해놓는 글 덕후가 바로 저자 리디아 데이비스다.
이 책은 미국 최고의 산문 스타일리스트라 불리는 리디아 데이비스가 들려주는 글쓰기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다. 전통적인 시, 독창적인 시, 초단편소설, 장편소설, 항의 편지, 보고서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는 흥미롭고 멋진 글들을 찾아내어 그 스타일을 분석하고 차용한다. 처음엔 예시를 보여주고, 그 후엔 자신의 변용과 퇴고를 보여준다. 예시는 보석 같고 변용은 훌륭하다. 그의 작업 방식을 꼼꼼히 따라 하면 상당히 밀도 높은 훈련이 될 것 같다.
이는 독창적인 글쓰기를 찾아 헤매는 작가 지망생들이 간절히 원하던 수업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냉정히 말하자면 그건 독자의 입장이고, 작가의 입장에선 꽁꽁 숨겨도 아무도 모를 비기 아닌가? 그는 오랜 세월 긁어 모은 자료와 자신의 구체적인 작업 방식까지도 숨김없이 내어준다. 왜 이렇게까지 알려줄까? 짐작건대 그가... 덕후이기 때문이다. 이 재밌는 작업을 널리 퍼뜨려 같이 하고 싶기 때문이다. 세련된 태도로 정제했지만 독자는 필연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재미를 공유하는 데서 오는 그의 번뜩이는 행복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