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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번에는 끝까지 가.. 보통 이하의 것들 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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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다시 영어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영어, 이번에는 끝까지 가봅시다
정김경숙(로이스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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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뭔가 결심하기 좋은 시기다. 그리고 새해 결심 분야에서 영어 공부는 늘 엄청난 존재감을 뽐낸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사용할 일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인터넷에 저장된 정보의 80%가 영어로 작성되어 있는 현실은 영어 공부를 마냥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전 세계에서 영어 사용 인구가 13억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학교에서 6년 넘게 영어를 공부한 나는 왜 그 13억 명에 끼지 못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올해에도 영어 공부를 결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아야 할 텐데,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마흔에 시작한 영어로 50세에 실리콘밸리에 입성하여 구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된 저자는 영어를 ‘근육’에 비유한다. 한 때 근력 운동으로 근육을 키워 두었다 하더라도 운동을 그만두면 근손실이 오는 것처럼, 학창 시절 좀 했던 영어, 왕년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토익 고득점을 맞았던 영어 실력도 꾸준히 연마하지 않으면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영어도 근력을 기르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오래 하는 게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대단한 ‘결심’을 하지 말고, 영어를 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책에는 평생 가는 영어 습관에 관한 원칙과 마인드셋, 비즈니스 영어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학습법까지 영어 ‘체력’을 키우기 위한 저자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 방법론을 담았다. - 자기계발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이 있어요. 제가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영어 공부 결심, 절대로 하지 마라’라고 말할 겁니다. 결심이란, ‘내가 살다 살다 그런 생산적인 생각을 하다니 내 자신이 너무 대견하다!’라고 여기기 위한 화려한 퍼포먼스일 뿐입니다. 정말 영어를 하기 위해서 내린 ‘결심’은 얼마 안 가 힘이 빠지는 행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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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페렉의 '일상의 글쓰기'"
보통 이하의 것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호영 옮김 / 녹색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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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조르주 페렉은, <사물들> <인생사용법> <공간의 종류들> 등의 소설과 에세이에서 실험적이고 독보적인 글쓰기를 선보였다. 새롭게 출간된 <보통 이하의 것들>에는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빌랭 거리’ 관련 텍스트를 포함해, 다채로운 내용과 형식의 9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빌랭 거리와 보부르 주변의 장소를 기록하기, 여행지로서의 런던과 다양한 사무실, 책상 위의 사물들을 묘사하기, 문장과 언어 요소들을 결합하고 재배열하는 조합의 글쓰기를 시도하기, 1년 동안 먹어치운 음식들과 좋아하는/좋아하지 않는 목록을 작성하기 등, 페렉만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일상의 글쓰기를 이 책에서 만난다. 페렉은, “매일 일어나고 날마다 되돌아오는 것, 흔한 것, 일상적인 것, 뻔한 것, 평범한 것, 보통의 것, 보통 이하의 것, 잡음 같은 것, 익숙한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추적하여 집요하리만치 세세하게 묘사해냄으로써, 삶의 본질과 진정한 의미를 끌어낸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익숙한 것에 대해 질문해 보자.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게 질문을 제기하지 않고, 익숙한 것 또한 우리에게 질문하지 않으며 딱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지도 않다. 마치 익숙한 것은 어떤 질문이나 답을 전하지 않고 아무런 정보도 지니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채 그것과 함께 살아간다. 그것은 더 이상 삶의 조건조차 되지 못하며, 일종의 무감각 상태 같은 것이 된다. 우리는 생애 동안 꿈도 없는 잠을 자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에 우리의 육체가 있을까? 어디에 우리의 공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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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정신머리
박참새 지음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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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은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온몸으로 쓴 듯한 51편의 시로 박참새가 제42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온몸으로 제 앞에 굳건하게 선 존재들을 대면한다. 예쁜 수지를 조력사까지 이끈 부모를, 증상을 도통 알아채지 못하는 의사를, 초대받지 못한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를. '그게 다 뭐라고..... 왜 자꾸만 주눅이 드는지' (<청강> 56쪽) 고민 끝에 자신의 언어로 집을 짓기로 한다. '너에게 유일한 것은 집을 갈망하는 욕망뿐이다'(<건축> 17쪽)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자본 없이 욕망하는 자는 쪼개지기 마련이고, 그는 분열된 채, 잠 못든 채, 온몸으로 손에 쥔 말을 밀고 나간다.

더럽게 쓰고 싶었어요
아무도 허락해 주지 않았거든요
아니다 허락이라기보다는 뭐랄까......
구리다?

<창작 수업> 부분

'현대', '문학'의 권위를 획득한 이들의 말을 거침없이 인용하고, chatGPT-3.5가 번역해 생성한 시를 함께 싣는다. 채팅 메시지와 메모장을 오가며, 약을 복용해 둔해진 혀로 더듬더듬 뱉은 듯한 공백이 많은 말을 쏟아낸 연쇄가 이어진다.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적고, 쏟아낼 수 있는 모든 걸 적어 '미친 듯이 활자가 쏟아져' (<T.H.에게 남기는 편지>) 나왔다.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스스로의 '구림'까지 감수하며 온 몸으로 밀어붙이는 이의 기세라면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 시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그리하여 너는 말로써 지은, 말의 집에서, 살 것이다. 너는 너만의 말로 지은 말의 집에서 홀로 살 것이다. 너는 갇히지도 자유롭지도 않은 상태로, 탈출도 방생도 못 한 채로, 이동도 거주도 불편한 상황을 자초하며, 아름다우며 기괴한 말의 집에서, 그것에 의지하고 외면당하며, 그곳에서, 홀로 살 것이다. 너는 홀로 살며 늙을 것이고 끝을 볼 때까지 늙을 것이고 이따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서 발버둥을 칠 것이다. (<건축>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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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마르틴 베크' 10권 완간"
테러리스트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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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속 형사 해준의 책상엔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놓여 있었다. 박찬욱 감독은 "인간에 의해 창조된 인물 중 마르틴 베크만큼 내가 마음 깊이 공감한 이는 없다."고 말하며 '헤어질 결심' 속 인물 캐릭터를 조형하는 데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자 '경찰 소설의 모범'이라 불려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장장 7년에 걸쳐 총 열 권으로 완간되었다. 그동안 각종 사건을 맞닥뜨린 마르틴 베크가 <테러리스트>에서는 유력 정치인을 노리는 국제 암살 조직의 테러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분투한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복지국가라는 환한 빛 속에 감춰진 스웨덴의 빈부 격차, 대규모 실업, 환경 오염, 급증하는 범죄와 마약 등 사회를 곪게 하는 깊은 어둠을 생생히 고발하면서도 치밀한 전개와 유머를 겸비해, 세계 36개국에서 1천만 부 이상 판매되며 여러 차례 영상화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현실의 사회상을 범죄소설 속에 녹이는 시도는 그 이전에는 드문 것이었기에 특별한 의의를 갖는다. 각권의 서문을 맡은 작가들의 면면 또한 화려하다. 1권 <로재나>를 "현대의 고전"이라 칭한 헨닝 망켈부터, "셰발과 발뢰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이라도, 그래서 자신은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어깨 위에 서 있다."고 쓴 요 네스뵈, "이 시리즈는 스릴러로서도 탁월하지만 범죄소설을 사회적으로 현실화하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더 많이 기억된다."고 쓴 리 차일드, "이 작품만큼 좋은 본보기가 되는 책은 또 없다. 독자를 자리에 묶어두는 데 실패하는 대목이 없다."고 쓴 마이클 코널리를 비롯해 10권 <테러리스트>의 데니스 루헤인까지. 무수한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고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 호명해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이제 마음 놓고 정주행할 시간이다. - 소설 MD 권벼리
추천의 글
『테러리스트』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가장 아이디어가 풍부한 작품이다. 세 편으로 나누어 발표했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한 편에 다 넣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따로여도 좋았을 아이디어들이 하나로 얽히니 얼마나 교묘한가. 시리즈 마지막답게 야심적이고 총체적이고 풍부하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번역되어 있던 『웃는 경관』을 내가 읽은 지 사십 년이 훌쩍 넘었다. 엘릭시르에서 전집 출간 계획을 발표하고 그 첫 권인 『로재나』를 내놓은 지도 칠 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 다 끝났구나, 나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싶지만 밝은 면을 보기로 한다. 새 책 왜 안 나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던 시간이 끝났으니 세상 맘 편하고, 이제 첫 권부터 다시 읽을 생각을 하니 새로 발견할 재미를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 오래 사귄 친구와 처음 만났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겠나. 그때는 이해 안 됐던 언행도 이제는 다 고개가 끄덕여질 테니 얼마나 정이 더 깊어지겠나. (...) 하찮은 사람과 하찮은 일들을 중시하는 사람. 중시한다는 태도 자체로 이미 그것을 하찮지 않게 만든다는 뜻. 내가 마르틴 베크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그가 평범해서가 아니라 세상 그 어떤 것도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다.
- 박찬욱

마르틴 베크는 범죄가 체제를 무너뜨린다는 것만이 아니라, 체제가 무너진 사회에서 범죄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 세계가 부서지지 않도록 꾸준히 일하는 사람이다. 사건을 해결한다고 해도 사회의 결함이 사라진다는 희망은 가질 수 없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가장 훌륭한 점이 이것이다. 우리가 평화로운 세계에 살 수 있다는 환상을 주지는 않지만, 마르틴 베크와 그의 친구들의 노력 덕분에 한순간은 평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은 끔찍하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살아간다. 누군가 성실히 일하기 때문에.
- 박현주

도시 이야기의 위대함은 이야기꾼이 도시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를 바라보고 고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이루어질 수 있다. 셰발과 발뢰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통해 그 위대함을 쟁취했고 1960~1970년대 스톡홀름에 셜록 홈스 시대의 런던에 견줄 만한 신화적 무게를 부여했다.
- 듀나

잠들기 전에 ‘마르틴 베크’를 자주 읽었다. 마르틴 베크와 그의 친구들은 매사에 크게 기뻐하지 않지만, 실패에 절망하는 법도 없다. 묵묵히 범인을 잡고 농담을 주고받고 퇴근한다. 사회에 분노하고 시스템에 절망하지만 인간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시니컬하고 우울하고 불만투성이인 스웨덴 경찰 마르틴 베크에게서 위안을 받으며 나는 잠이 들었다. 스웨덴으로 날아가는 꿈을 꾸고 싶었다. 내가 꿈꾸는 최고의 휴가는 이런 모습이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스웨덴의 한적한 시골 마을, 옆에는 시원한 맥주가 거품을 뿜고 있고, 두툼한 샌드위치가 조금씩 숨을 죽이고 있다. 내 앞에는 아직 읽지 않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놓여 있다. 밤은 길고, 냉동실에서는 스납스(Snaps) 한 병이 차가워지고 있다. 나는 이렇게 중얼거릴 것이다. ‘아직 1권부터 9권까지 읽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나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마지막 책을 당분간 읽지 않을 것이다. 최고의 휴가를 위해서.
- 김중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