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사는 인도 이민자 가족의 여자아이 레하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두 개로 나뉘어 있다는 감각으로 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레하 주변의 세계는 미국적인 것과 인도적인 것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분리된 채로 혼재하며, 레하는 그 세계들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이나 건너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맞는 여자친구들, MTV와 댄스파티, 남자친구(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은 남자아이)가 미국이라는 세계를 자유와 연결 짓는다면, 고기를 먹지 않고, 전통 명절을 챙기고, 가부장적이기도 한 대가족 모임에 꼭 참석해야 하는 것 같은 일들은 인도라는 세계를 구속과 연결한다. (마치 댄스파티에 부정적인 엄마처럼)
그러나 레하는 아서 왕보다 태양의 여신 사비트리를 좋아하는 것처럼, 세상에 '인도어'라는 건 없고 인도에는 수십 가지의 말이 있다고 친구에게 설명해주고 싶은 것처럼, 자신의 기원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다. (마치 사랑하는 엄마를 백혈병으로부터 꼭 지키고 싶은 것처럼)
우리가 선 세계는 언제나 둘 또는 그 이상으로 경계 지어질 수 있지만, 누구도 레하가 어느 쪽에 서 있다고 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경계란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발이 자라고, 보폭이 넓어지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걸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 진짜 성장이란 게 있다면 내 발아래 그어진 금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깨닫는 바로 그 순간과 닮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