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주민현의 시 <철새와 엽총>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장면. '오늘은 나의 이란인 친구와 / 나란히 앉아 할랄푸드를 먹는다.' 나란히 앉아 피를 흘리고, 가슴이 있어 여자라 불리지만 그와 나에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녀의 히잡은 검고 / 내 치마는 희'다는 것. (주민현 <킬트, 그리고 퀼트> 중) 카멜 다우드는 알제리 출신의 작가이자...
2
2021-06-02
서평자
김효선
우리, 회전목마에서 만나 - 열네 살의 르네 마그리트를 매혹한 축제의 세계 퍼트리샤 앨머 지음, 주은정 옮김 / 에포크 / 2021년 4월
마그리트를 사로잡은 축제의 세계
우리는 마그리트를 생각보다 자주 만난다. 서울역 맞은 편 '빌딩 캔버스'의 우산을 쓴 사람들. (겨울비) 수학능력시험 지문으로도 자주 출제되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의 질문. 마그리트를 변주한 소설과 이미지 역시 자주 만날 수 있다. 나는 마그리트를 도쿄 롯폰기 국립신미술관에서 만났다.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을 김춘수의 이중섭처럼, 마그리트의 사람...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해도...
"덩치가 커다란 남자가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있다. 경찰 두 명이 다가와 차에서 내리라고 말한다. 남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경찰은 다시 내리라고 말한다. 남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경찰은 '이 병신같은 깜둥이 자식'에게 마지막 경고를 했지만 남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경찰은 남자를 끌어내리려고 했지만 힘이 좋은 남자는 운전대를 붙들고 움직이지 않는다. 경찰은 ...
미술과 건축, 역사와 삶을 직조하는 입문서
이미 흘러간 과거, 그중에서도 미학적으로 둘러볼 만한 과거란 현대를 살아가는 심심한 인류에게 주어진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단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심신을 즐겁게 하는 매체들이 시공간을 초월하고 씨줄과 날줄 마냥 서로가 낱낱이 엮인 채 드러난다면?
미술사와 건축사가 만난다. 그런데 여기에 음악과 문학이 끼어들고, 오페라와 발레가 침범하며, 조...
5
2007-09-13
서평자
김재욱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 눈빛 / 2005년 2월
천국의 크기는?
다음 중 사진의 역사, 현상이나 인화 등의 일반적 용례, 감상법과 교수법, 비평과 최신 디지털 기술까지 사진 전반에 대하여 짚어주는 예술서에 어울리는 문장은 무엇일까.
1. 죽은 예술가들 가운데 친밀감을 느끼는 작가는 누구인가?
2. 완전히 해가 질 때까지 그곳에 머문다. 그저 빛을 지켜본다.
3. 음악의 음색, 목소리의 어조, 감정의 느낌,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