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작은 서점 '다이다이'의 책과 사람, 고양이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구마모토 편에 등자나무 서점과 하얀색 고양이 시라다마가 소개된다. 책 속 독립서점이 바로 이 책의 장소인 서점 겸 카페 '다이다이'다. 2008년 구마모토 뒷골목에 문을 연 다이다이 서점은 대지진으로 한 번의 이전 후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은 서점지기 다지리 히사코가 책과 사람...
당신과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주민현의 시 <철새와 엽총>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장면. '오늘은 나의 이란인 친구와 / 나란히 앉아 할랄푸드를 먹는다.' 나란히 앉아 피를 흘리고, 가슴이 있어 여자라 불리지만 그와 나에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녀의 히잡은 검고 / 내 치마는 희'다는 것. (주민현 <킬트, 그리고 퀼트> 중) 카멜 다우드는 알제리 출신의 작가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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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2
서평자
김효선
우리, 회전목마에서 만나 - 열네 살의 르네 마그리트를 매혹한 축제의 세계 퍼트리샤 앨머 지음, 주은정 옮김 / 에포크 / 2021년 4월
마그리트를 사로잡은 축제의 세계
우리는 마그리트를 생각보다 자주 만난다. 서울역 맞은 편 '빌딩 캔버스'의 우산을 쓴 사람들. (겨울비) 수학능력시험 지문으로도 자주 출제되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의 질문. 마그리트를 변주한 소설과 이미지 역시 자주 만날 수 있다. 나는 마그리트를 도쿄 롯폰기 국립신미술관에서 만났다.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을 김춘수의 이중섭처럼, 마그리트의 사람...
황정은 월드의 한 분기점
황정은 월드의 한 분기점. <연년세세>(2020)와 <디디의 우산>(2019) 앞에 놓인 이야기, 황정은의 세번째 소설집을 다시 읽는다. <디디의 우산>의 앞 이야기인 <웃는 남자>가 새삼스럽게 읽힌다. 사랑과 상실에 대한 황정은의 질문. 왜 사랑하는 디디는 더 이상 이 세계에, 이 '의미도 희망도 사랑도 없는' 세계에 존재할 수 없나. 왜 무심한 거리는 ...
오르한 파묵이 말하다.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버렸다. 그러나 나를 죽인 그 비열한 살인자 말고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자는 내가 정말로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숨소리를 들어보고 맥박까지 확인했다. ...뼈들이 부서졌고 입안엔 피가 가득하다."
죽은 자가 말한다, 우물 밑바닥에서. 우리...